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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 <마음> 1월 15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4-01-20 16:02    조회 : 3,476

나쓰메 소세키 마음

 

115일은 나쓰메 소세키(1867~1916)마음(1914)을 읽고 배웠습니다. 마음은 소세키의 대표 후기작으로 1부 선생님과 나, 2부 부모님과 나, 3부 선생님과 유서로 이루어집니다. 소설은 화자 에게 비친 선생님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중년 인텔리 남성으로 서양인과 함께 해수욕을 하던 가마쿠라에서 와 처음 마주칩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면서 나는 선생님께 다가갑니다. (현암사 20) 가까이 갈수록 선생님을 향한 호기심은 더해가며 선생님의 삶도 궁금해집니다. 딱히 사회 활동도 하지 않고 비사교적인 선생님은 거의 집에 머무르며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다만 매달 조시가야 묘지에 참배를 가곤 합니다. 선생님이 묘지에 가는 이유가 무척 궁금하지만 선생님은 함구합니다. 그 묘지가 대학 시절 자살한 친구의 무덤인 것 외에는 아내도 자세히 모르지요. 이렇듯 베일에 가려져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선생님께 나는 어쩌면 스승과 제자 사이를 너머 유일한 말벗 같아 보입니다.

1부에서 선생님의 현재 마음가짐이 어떠한 지 잘 드러난 대목이 있습니다. 첫째, 우에노 공원을 함께 산책하면서 선생님은 사랑은 죄악” (45, 47, 48)이라 단정합니다. 48쪽에선 죄악이면서 신성한 거라고도 말합니다. 둘째, 믿음에 관하여 선생님은 나는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하네, 말하자면 자신을 믿지 못하니까 남들도 믿을 수 없게 된 거지. 자신을 저주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거네.” (49) 라며 인간 자체를 철저하게 불신합니다.

3선생님과 유서에서 밝히듯 삼각관계는 사랑을 성취한 자의 기쁨과 희망 이면에 이루지 못한 자의 쓰라린 패배와 고통도 반드시 따릅니다. 더구나 하숙집 딸을 두고 사랑을 쟁취하려는 선생님과 그의 오랜 고향 친구 K 두 사람에게 이젠 우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내이지만 젊은 날 사랑이란 감정으로 심장이 두근거릴 때 친구에게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희미하게 떠오르는 우리들 청춘의 한 컷 아닐까요. 선생님은 스님의 아들로 태어난 친구 K가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요.

여기서 질투의 감정이 생깁니다. 질투는 내가 가질 법한데 남이 가지려 할 때 생기는 감정인 반면 시기는 내가 갖지 못한 걸 타인이 갖고 있을 때 드는 감정입니다. 인간관계에서 피할 수 없이 스며들 듯 우릴 피폐하게 만드는 소모적인 감정이 얼마나 많은지요. 세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지고지순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던 오셀로가 부하 이아고에게 갖는 감정이 질투의 전형입니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그의 논문 <에크리>에서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합니다. 욕망은 인간 본연의 감추기도, 드러내기도 쉽지 않은 결여 상태로 언제나 우리 마음을 부추깁니다. 라캉은 프로이트가 말한 인간 본능(instinct)에 가까운 두 충동(drive), 삶에 대한 충동 (리비도~에로스~ 성적 에너지)과 죽음에 대한 충동 (타나토스)에서 죽음 충동을 더 우선합니다. 소세케의 마음을 읽으며 삶과 죽음의 충동이 잔잔하게 때론 충격적으로 묘사된 걸 봅니다.

선생님이 죽음을 결심한 이유로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 선생님은 친구가 자살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며 괴로워합니다. 친구가 죽은 후 평생 무의식적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지요. 친구의 자살에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윤리적인 양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충분히 헤아려집니다. 둘째, 메이지 천황의 죽음에 따른 노기 대장의 순사(殉死)입니다. 선생님의 아버지도 천황과 같은 신장병을 앓고 있으며 천황처럼 아버지 당신에게도 죽음이 임박한 걸 의식합니다. 소세키가 살던 시대적 배경이 작품에 영향을 준 건 맞지만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자기혐오와 경멸이 자살로 더 이끌지 않았을까요.

1, 2부는 3부에서 드러날 스토리를 위한 든든한 배경이 됩니다. 3부를 읽다보면 왜 선생님이 염세적인 성향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는 지 퍼즐 맞추듯 드러납니다. 선생님이 사람을 불신하는 태도도 결국 부모님의 병사 후 숙부가 재산을 가로채는 실망스런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선생님이 사랑을 죄악이라 하면서 동시에 신성하다고 말한 장면은 칼 융의 분석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니마(anima)의 네 단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이며 반대로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남성적 요소는 아니무스(animus)이지요. 아니마나 아니무스는 인류가 조상 대대로 이성에 관해서 경험한 모든 것의 침전물이다라고 융은 말합니다. 남성에게 아니마는 기분(mood), 정동(emotion)으로, 여성에게 아니무스는 생각이나 의견으로 나타납니다. 아니마의 네 단계에서 첫 단계는 이브(eve)상으로 본능적이고 성적인 여성상, 둘째는 파우스트의 헬레나 같은 상으로 성적인 특성과 미적인 우아함을 함께 지닌 여성상, 셋째는 성적인 포인트는 지양된 성모 마리아상 같으며 넷째는 가장 거룩하고 순수한 지혜의 상으로 관음보살 같은 예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하숙집 딸을 사랑하면서 그의 무의식에 융이 말한 신성한 네 번째 아니마까지 그려본 건 아닐까요.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읽으며 예술과 자연을 넘나드는 아름다움에 경탄했다면 마음은 제목 그대로 우리 마음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보듬고 가야할지 헤아리게 합니다.

 

 


신재우   24-01-20 17:27
    
1.2교시는  엔도 슈사쿠 『사해 부근에서』중 6.<대사제 안나스>를 공부 했습니다. 이 글은 도스토예프스키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중 제5권<대심문관>에 나오는 대제사장이 살아 다시 돌아온 예수를
    만나는 장면의 오마주로 보인다.
2.신선숙 선생님의<그런 연애 한번 해 볼걸>합평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