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싸움은 피나면 끝나요."
점잖은 울선생님께서 가끔 던지는 농담은 집에 와서야 웃음이 납니다.
초등학교 때 전학간 곳에서 텃세 부리는 친구들에게 불려 나가셔서,
어설프게 흔든 팔에 상대가 먼저 코피가 나는 바람에 학교'짱'으로 소문이...
(다음날 친구에게 미안하다 하셨다니, 성정은 어디 가지 않는 듯 합니다.)
* 공부 중
- 개연성: 실제로 일어날 법한 문학의 보편성
핍진성: 문학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
- 제목: 내 글안에 분명 더 '매력적인' 제목이 있다.
- 오랜만에(0)-오래간만에 / 오랫동안(0)-한동안
- 읽기자료: 이정록 <<아버지 학교>> 중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 이정록 시인의 해학을 엿볼 수 있는
시집 <<정말/창비/2010>> 중 <참 빨랐지, 그 양반>
(수업시간에 제목만 말씀하신게 너무 야해서(?)였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참 빨랐지, 그 양반
- 이정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 자 물어본 게 단 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 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녁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 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월남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녔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 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 작품 합평
어서 옵쇼 / 주기영
'아이고, 안돼야!' / 송경미
개구쟁이 어린 시절 / 최권수
*** 간식 준비해준 송경미 선생님,
드코닝에서 커피 사준 이진성 선생님, 고맙습니다.
새벽까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지켜 보았지요.
이제 세계 문학의 '한강'이 된 그녀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다음 주는 2024년 마지막 수업입니다. 모두 건강 잘 지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