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2025. 3. 6, 목)
-2월이 가네. 슬픔도 가네
1. 숏폼 에세이 감상
2월이 가네
2월의 끝자락에 2월을 돌이킨다. 2월의 일수는 왜 28일, 어쩌다 29일밖에 없을까. 다른 달은 30일이거나 31일인데. 고대 로마의 황제 누마(Numa)가 종전의‘로물루스력(1년 10개월. 1월, 2월이 없음)의 편제를‘누마력으로 바꾸면서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이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련만 애처로운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일 년 열두 달의 이름을 풍경과 마음의 움직임을 빗대 독특한 언어로 부른다. 이를테면 2월은‘물고기가 뛰노는 달’(위네바고족),‘홀로 걷는 달’(체로키족),‘새순이 돋는 달’(카이오와 족), ‘토끼가 새끼를 배는 달’(포타와토미족),‘기러기가 돌아오는 달(오마하족)’이다. 시적인 상징과 은유가 2월의 정서와 맞닿아 울림이 있다.
2월의 거리를 걷다 보면 꿈속에서처럼 발이 헛짚인다. 허방다리를 만나 갑자기 발밑이 푹 꺼져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2월은 무엇을 시작한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 달이다. 아니, 도대체 그 무엇을 시작하기라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2월은 부조리의 달, 불안한 실존의 달, 꿈속 빛바랜 풍경을 닮은 달이다.
2월은 끼인달, 이도 저도 아닌 달, 꿈속의 외침처럼 막막한 달, 안주 없이 들이켜는 쓴 소주 같은 달이다. 눈물은 눈물로 씻고 싶고, 울기 시작하면 목 놓아 울고 싶다. 절망의 늪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을 때보다 절망 속에 침잠할 때가 더욱 안온하다. 눈물도 얼어붙은 겨울의 명징(明澄)함이 차라리 견디기 쉬웠다.
으깨진 얼음 조각이 발길에 차인다. 보도블록 경계 틈에 푸른 풀이 움트려면 상기 아니 멀었다. 하긴 아직 봄이 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어떻든 봄은 올 것이다. 찾는 이 없는 캠퍼스 빈터에 잔디가 돋듯 그렇게. 짚업 패딩을 걸치고 해진 신발을 신은 2월이 다리를 절룩이며 보잘 것없는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2월이 가네. 세월이 가네. 슬픔도 가네.
-김창식-
2. 합평
<비움의 지혜> 김순자
깔끔한 숏폼 에세이의 전형. 불안, 외로움, 고독의 실존에 대한 인식 서술. 좋은 표현 돋보임(’겨울이 지우고 지어낸 허허로운 공간‘), 제목 바꿈. ‘다시 새봄’으로.
<마지막 남은 고모가 돌아가셨다> 김연빈
작가와 고모님 사이 특별한 인연을 소개한 글임. 바람직한 서술(‘친정 조카에게 영전에서 물어봐야겠다’). 반복되는 표현(‘싸부작 싸부작’) 가다듬고 평어체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