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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포는 레즈비언이었을까? (평론반)    
글쓴이 : 박진희    25-07-24 09:25    조회 : 999
세계적으로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해 피해가 더해가니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런데도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네요. 그리스 고대 서정시를 접하면서 잠시 더위를 잊어봅니다. 

제 1 부: 그리스 고대 서정시 감상
시대적 배경 (기원전 700-500년): 그리스 왕권과 귀족정치가 붕괴되면서 참주제로 대체. 민주체제로 발전하는 과도기. 수공업과 상업의 비중이 커져가면서 부를 축적, 자기 권력의 합리화를 위해 예술을 장려 --> 인간 개인의 존재 & 정서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기 위해 서정시가 필요. 

 1) 아르킬로코스(680-645 BC)
     "오, 가슴이여, 나의 가슴이여, 감당할 수 없는 불행으로 심하게 상처 입었구나./ 어서 일어나 너의 적들을 똑바로 보고 싸워라./ 꿋꿋하게 서서 너를 둘러싼 그들을 맹렬하게 쫓아 보내라./ 승리한다 해도 너무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말고/ 패배한다 해도 집안에 틀어박혀 비탄에 빠지지 마라./ 행운에서 얻는 기쁨, 고통에서 얻는 슬픔에 중용을 지키라. / 우리 모두의 인생이 이처럼 부침하는 것을 이해하라." <중용>

 2) 세모니데스(~700 BC)
      여성을 10개의 유형으로 분류: 암퇘지, 암여우, 암캐, 진흙으로 만든 여자, 바닷물로 만든 여자, 당나귀, 족제비, 암말, 유인원, 꿀벌
     "한 군데도 나무랄 데가 없어서/ 이런 여자를 얻은 남자는 행복하네./ 그녀의 관리 속에, 그의 재산은 불어나고 번창하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을 사랑하며 함께 늙어가며/ 품위있는 어머니로서 자식들을 뛰어나게 키우네./ 그녀는 모든 여자 중에 눈에 띄며, 여신 같은 우아함이 퍼지네./ 그녀는 여자들과 어울려 음담패설 수다를 즐기지 않네./ 그런 여자는 제우스가 행복의 선물로서 남자에게 준/ 모든 면에서 최선이며, 최고로 지혜로운 아내라네."   

 3) 알카이오스(620-580 BC?)
     "절대 권력을 향한 참주의 포악함은/ 곧 이 나라를 부수어버리리라./ 벌써 땅이 흔들이고 있다.", "정신을 물어뜯는 형제들끼리 당파싸움은 멈춰야 한다." <누가 우리의 적인가>
     "포도주는 사람을 꿰뚫어볼 수 있는 창문." <창문>

 4) 사포(~630/612-570 BC?)
     "나의 피부는 이미 늙어 주름지고/ 검던 머리카락은 희게 변하였구나./ 멋지게 춤추고 노래하였건만/ 힘없는 무릎은 이제 나를 지탱하지 못하는구나./ 그러니 내가 어쩔 수 있단 말인가?/ 불행하게도 이젠 돌이킬 수 없구나...//... 나 또한 계속 늙어가지만/ 나는 화려하고 찬란한 것을 사랑하네./ 이것만이 나의 몫이요,/ 태양신처럼 빛나고 아름답게 여기는 것이라네." <세월>
    -- 레스보스 섬의 귀족 가문 출신. 처녀 가무단을 창립해서 교육하다 단원과 동성애의 추측이 있어 출신지명에서 유래하여 레즈비언이라 불린다는 설이 있음. 여제자 아티스와의 사랑을 노래 <아티스에게>, <떠나는 아티스에게>, <질투>등 & 여제자 아나크토리아를 향한 <사프디스의 아나크토리아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아나크토리아를 위한 노래>
    -- 정치적 문제로 2년간 시칠리아로 추방당함. 시인 알키이오스와 교환한 시 많음. 서정시, 만가, 연가, 축혼가 등 다양하며 그리스에서 10번째 시여신으로 칭송받음
   -- 오스트리아의 그릴파르쩌(1791-1872)는 <사포>(1818)라는 희곡으로 다시 평가하며 자신의 초라한 삶에 환멸을 느껴 절벽에서 떨어진 것을 자신의 내면을 향한 전락이라고 표현
   -- Pacini는 오페라 작곡 (1967)
   -- 알퐁스 도데(1840-1897)는 장편 (1884)에서 창녀로 묘사
   -- 바이런(1788-1824)의 <차일드 해롤드의 순례>에서 사포을 등장시킴

 5) 솔론(638-558BC)
   상공업 발달과 농민들의 발언권 증대로 성문법 제정. 솔론의 대개혁이라는 금권정치 실시.
   "만약 그대가 자신의 잘못에 의해 불행과 피해를 겪고 있다면/ 조금도 신에게 불만을 돌리지 마라./ 그대가 자질없는 자에게 권력을 주고 높여 주었으니/ 그대는 스스로 비참한 노예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그대의 문제는 모두가 여우의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생긴 것이다./ 대중들의 생각은 공기처럼 얄팍한 것이어서/ 그대는 교활한 자의 혀끝에서 나오는 말만 보았지/ 그가 숨긴 행동을 보지는 못하였구나." <지도자를 선출할 때>

제 2 부 합평
   국화리/ 차미영/ 이영옥/ 설영신/ 유양희/ 이명환 (존칭 생략)

그리스 서정시인 히포낙스, 아나크레온, 시모니데스, 핀다로스는 여력상 건너뛰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에는 <아이스킬로스의 비극>이 기다리고 있어 많이 기대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오길순   25-07-25 06:19
    
박진희작가님,  참 섬세하게도 후기를 잘 써 주셨네요.
복습 좀 했습니다. ^^감사하와요.

그 중에도
'...행운에서 얻는 기쁨, 고통에서 얻는 슬픔에 중용을 지키라. / 우리 모두의 인생이 이처럼 부침하는 것을 이해하라." <중용>'

어쩌면 우리네 인생을 이리도 알맞게 말 했는지, 오늘 하루도 어록으로 새기며 살겠습니다.

폭우에 폭염에 모두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정주   25-07-27 18:34
    
열심히 공부하시는 오선생님,
 이번에도 1등이시네요.
  댓글 상 맡아놓으셨습니다.^^
곽미옥   25-07-25 09:56
    
진희샘~ 후기 쓰느라 수고하셨어요.. 감사하와요^^
    저는 서양사  최초의 여성시인 사포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정말 어부 페온 때문에 자살 했을까요?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자연을 거스르는 삶이 가능할까요?
    에궁~  날도 더운데  생각안할래요..ㅋㅋ.
    선생님들께서도 무더위 잘 이겨내셔요~^^
     
오정주   25-07-27 18:42
    
생각이 깊어지면 더 더워요
    그러나  구노의 오페라 <사포>는 한번 보고 싶네요.
    2년 전 메가박스에서 빈필 여름 음악회 할 때 <사포>에 나오는 아름다운 아리아를
  메조소프라노'엘리나 가랑차'가 불렀대요. 화면으로 봐도 나름 좋더라고요. 언제 같이 가유.
오정주   25-07-27 12:55
    
기원전 7세기 그리스 레보스 섬의  서정시인 사포!
 최초의 서정시인 그녀는 사랑의 열정과 그리움, 질투 상실감 같은
개인 감정을 처음으로 노래했기에 최초의 서정시인이라 불렸다죠.
사랑을 노래한 대상에
여성이 많았기에 레지비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지만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고 파온이라는 청년과 사랑도 했으니 레즈비언은 아닐거 같아요.
단지 사랑이 넘치는  순수한 시인이 아니었을까요?
레즈비언은 질투하는 사람들이 붙인 수식어가 아니었을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희샘, 바쁜데 꼼꼼 후기 늘 감사드립니다.
더워요. 모두 모두 몸조심 하시길요.
박진희   25-07-27 23:07
    
답글 달아주신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사포'가 아마도 최초의 여류문학인이고 섬 절벽에서 바다로 몸을 던진 건 수천년이 지나도 많은 세계 예술인에게 영감을 주고 있네요. 

www.youtube.com/watch?v=YfNQlZ9EJKQ&ab_channel=AnitaRachvelishvi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