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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강;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용산반)    
글쓴이 : 신재우    25-10-31 17:19    조회 : 1,628
1.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제4부 중 <11장;환영인사>읽기.
  가. 이 장에서는 차라투스트라는 애쓰는 '보다 높은 이들'에 데한 기대를 가지면서도
        그들의 불완전한 실상에 안타까워 한다.
  나.또 차라투스트라 자신이 기다리는 미래의 인간상인 '웃는 사자들'과 
      '그의 아이들'에 대한 비젼을 명확히 제시한다.
  다.플라톤에게 동굴은 노예의 공간이지만, 차라투스트라는 대화와
       치유의 공간이다.
2.다음주부터  8강, 9강, 10강은 펄벅 작가의 『대지』(길산)  을 읽습니다.

차미영   25-10-31 18:38
    
니체 『차라투스트라』 4부 「환영인사」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인물들, 예언자, 왕들, 마술사, 교황, 학자, 그림자 등이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에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허무주의에 빠진 인간 군상들입니다.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그들 안에서 여전히 허영과 자기기만을 간파합니다.
니체에게 동굴은 플라톤의 『국가』 제7권 (514a~516b)에 나오는 동굴과 대립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플라톤에게 동굴은 진리를 보지 못한 채 그림자와 환영(幻影)을 바라보는 무지의 공간이며, 인간은 교육을 통해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의 빛, 곧 진리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반면 니체에게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은 내면의 고독과 성찰, 새로운 가치 창조가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엔 그의 동반자인 두 짐승, 독수리와 뱀이 함께 있습니다. (머릿말 10장에도 나옵니다. 책세상 35면) 독수리는 긍지, 뱀은 지혜의 통찰을 상징합니다. 독수리의 목을 감은 뱀의 형상은 니체 철학의 핵심인 모순의 긍정을 드러냅니다. 삶의 대립과 긴장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힘, 디오니소스적 생명력이 그 안에 깃들어 있습니다.
동굴에 모여든 이들은 위버멘쉬가 되기에는 아직 미숙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인정욕구에 매달리며 자신을 꾸미고 변장한 존재들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들의 한계를 냉정하게 지적하고, 스스로의 약함을 넘어설 것을 요구합니다. 그는 진정한 위버멘쉬가 되기 위해서는 고통과 허무를 극복해 새로운 웃음과 생명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장의 마지막 대목에 차라투스트라는 “내 무엇을 희생하지 못하랴! 이 아이들, 생명에 충만한 이 농원, 내 의지와 최고 희망의 이 생명나무를 위해서라면!” (464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생명나무’는 『창세기』의 선악과나무와 함께 등장하는 나무를 연상시키지만, 니체는 그것을 기독교적 구원의 상징으로 쓰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생명나무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긍정하고 창조해야 함을 드러냅니다.
이 생명에 대한 긍정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도 나옵니다. 1부에서 파우스트로 변장한 메피스토가 학생에게 “모든 이론은 잿빛이고, 생명의 황금나무는 영원히 푸르네”(2038~2039)라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생명 그 자체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명문입니다. 니체가 말하는 건강한 웃음과 생명력, 이론보다 삶을 중시하는 태도는 이미 괴테의 파우스트적 인간상에 예시되어 있습니다. 「환영인사」에서 차라투스트라는 허무의 심연에서도 웃을 수 있는, 생명을 찬미하는 존재로 나아가야 한다며 끝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