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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0일 용산반 펄벅 <대지>    
글쓴이 : 차미영    25-11-11 23:26    조회 : 968

1110일 월요일, 펄벅의 대지(1931) 마지막 장까지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미국인이면서도 중국에서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농촌의 현실과 역사적 격동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의화단 사건(1899~1901)과 신해혁명(1911) 사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인 중국 농촌입니다. 작품 속에는 구체적인 역사 명칭이 등장하지 않지만, 사회적 혼란과 반외세 정서가 은유적으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23장에서 왕룽의 삼촌이 저고리 안에 숨겨둔 붉은 표지는 그가 붉은 수염의 화적단임을 암시합니다. 이 붉은색은 곧 의화단(義和團)을 상징하며, 당시 반제국주의, 반기독교 운동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펄벅은 실제로 어린 시절 중국에서 의화단 사건을 경험했고, 그 기억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불안한 삶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23장에 농촌을 지탱하는 생명력의 근원이자 삶의 토대인 대지가 하늘의 재앙에 휩싸이는 장면, 즉 메뚜기 떼가 들판을 덮치는 묘사가 나옵니다. 그 절망의 순간, 왕룽은 스스로 다독이듯 말합니다.

,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근심이 있게 마련이다. 나도 근심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 (대지, 272, 길산)

이 대목은 인간의 삶에서 근심이 결코 사라질 수 없음을 일깨워 줍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도 비슷한 상징이 등장합니다. 25막의 잿빛 네 여인결핍(Want), (Debt), 근심(Care), 곤궁(Need)이 파우스트 앞에 나타나는데, 그중 오직 근심만이 열쇠 구멍을 통해 들어와 파우스트의 눈을 멀게 합니다. 부와 권력을 손에 쥔 파우스트조차 근심을 피할 수 없듯, 왕룽 또한 대지주로 부를 쌓은 뒤에도 근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의 가슴 한켠에는 늘 장애를 지닌 딸에 대한 연민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펄벅 자신의 삶과도 닿아 있습니다. 그녀 역시 장애인 딸을 키웠으며, 대지의 인물들처럼 인간 존재의 한계와 사랑의 무게를 깊이 성찰했습니다.

마지막 34장에서 왕룽은 결코 땅을 팔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의 아들들은 이미 각자의 욕망에 따라 땅을 팔 의향을 내비칩니다. 대지의 결말은 부와 세대의 단절, 그리고 인간 본성에 내재한 끝없는 탐욕을 드러내며 막을 내립니다.

이후 후속편 아들들(Sons)분열된 일가(A House Divided)는 왕룽 사후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특히 막내 아들 왕후의 아들 왕위안이 미국 유학 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농촌으로 향하는 서사는 대지3부작의 순환 구조를 완성합니다. 왕위안이 다시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모습은 왕룽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삶의 근원으로의 회귀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펄벅은 중국과 미국 두 문화 사이에 선 경계인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정체성의 흔들림과 갈등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 거리감과 긴장은 땅과 가족, 욕망과 책임 사이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할지 묻습니다.


신재우   25-11-12 18:47
    
1.차선생님 후기 감사합니다. 결석하고도 후기 덕택에 완벽하게 공부를 했습니다.
2.더택에  파우스트 제2부의 5막 중 한밤중(11384~11383)을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