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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탄 아이 (5.17 무역센터반)    
글쓴이 : 이신애    23-05-17 21:44    조회 : 3,919
"우리/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서랍을 열면/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앞날에 대해 침묵해요/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유병록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중에서

오늘은 숙제가 있습니다.
모두 "방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오시기 바랍니다.
만약 빈 손으로 오시면 복도에 나가 손 들고 앉아있거나, 손바닥이나 종아
리를 대나무 자로 맞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쬐금 반발했어요.
"그 동안 숙제가 없어서 편하게 다녔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
"학점도 나옵니까?"

코로나 핑게 대고 3년 동안 핑핑 논 게 습관이 됐나봐요.이제는 노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세살 버릇 , 여든까지가 아니라 나쁜 버릇은 항상
물 들기 쉽다가 맞는 것 같아요.근데 어쩌죠. 나쁜 남자에 끌리듯 나쁜 버릇
에 잡혀버렸어요.오래 된 사람들은  쓸 만큼 썼으니 그 놈의 '정 땀시'
나오지만 그리 삭지 않은 사람들은 꽃보러, 바람보러 가야죠.

새 잎이 나든, 녹음이 우거지든, 꽃이 피든... 공부할 사람은 공부합니다.

오늘은 동요와 동시에 대해서 배웠어요.
'따오기'와 '반달' 동요가 시초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동요, 동시는 어린이다운
감정과 정서를 바탕으로 쓰는데 동시가 일반시보다 쓰기 어렵답니다.일반시에 
비해 언어의 절약이 필요하고, 사고, 감정을 나타내는  이미지가 명확해야 하기 때
문입니다.그 많은 것들을 우겨넣으려고 애쓰다 그만 두었어요.

윤동주에 대한 세세한 것들이 재미있었어요.인터넷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것도
있었어요.필명도 한자로 童舟와 東舟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답니다. bing에게 윤동주의
묘비명에 대해 물어봤더니 개명한 이름을 말해주더라구요. 근데 믿어도 되는지는 모르겠
어요.

쌤이 "수영선수 되려고 수영장에 다니지 않는다"고  하셔서 움찔 했어요.
왜 우리는  글을 쓸까요?  5월은 글쓰기보다 놀러가기에 좋은 계절이예요.
그것도 며칠 안 남았지만요.

오늘은 글이 주기영 쌤의 '삼세번'과 나숙자쌤의 '아주 오래된 친구들' 2개였어요.
매끄럽게 잘 되었다는 칭찬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띄어쓰기의 원칙이 너무 우습게도
'띄어쓰기'는 붙여 쓰고, '붙여 쓰기'는 띄어준답니다.
에구 그런 건 컴에 맡기고  놀고 싶어라.

우리의 아지트에 가서 차에... 와플과 스콘을 먹으며 오시지 않은
님들의 험담을 마구마구 했지요. 안 오시면 매주 욕하고 말짱 잊어버릴래요. 
김소월이 가장 불쌍한 사람은 잊혀진 여인이라고 했거든요.

마지막으로 조 태일의 '다시 오월에'를 놓습니다.
"오월은 고개를 숙여 잊혀진 것들을 노래하는 달....
오월은 가슴을 풀어 너나없이 껴안는 달...."
이거...심각한 시인데 이렇게 쓰면  안될까요?

모두 숙제 해오시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글이라는 배를 탄 사람들이거든요.
우리/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성혜영   23-05-19 17:19
    
오랜만에 결석했는데 이신애선생님이 역시 센스있게 후기를 잘 써주셨네요. 고마워요.
숙제가 있는 건 나쁘지않은데
제목을 두 세가지 정해주어 선택하면 더 좋을 듯해요.
마음이 가는 주제라야 글도 쓰고싶어지겠지요.
이신애   23-05-19 22:51
    
시간이 갈수록 점점 글이 줄어들어 한편의 글도 없네요.
거기다 성쌤까지 안 오셔서 더욱 썰렁했어요. 모두 글을 안 쓰니까 숙제를 내 주신 것 같아요.
방학이라는 주제가 아니어도 글을 가지고 오시면 될것 같네요. 멀리 생각하면
많이 쉬면서 많이 경험하면, 결국은 좋은 글이 쏟아질테니까 걱정은 되지 않아요.
짧은 생각에 눈 앞을 염려할 뿐이지요.
꿩대신 닭이라고  머리를 쥐어짜고  낑낑거려  후기를 올리고 보니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새벽에 일어나 다시 고쳤지요.

성쌤은  그 고충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성혜영   23-05-20 08:01
    
그렇게 되었군요.
결석한 윤지영샘도 글을 들고 나타나겠다했어요.
저도 그냥가지는 않을 거예요.
이번 주엔 풍성해지리라 믿습니다.
교수님의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긴했어요.
여하튼 후기 써주는 신애샘의 존재가 든든한 우리반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