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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마지지 (老馬之知) 2023년5월24일 수요일 무역센터반    
글쓴이 : 이신애    23-05-24 20:34    조회 : 2,158
인간은 동물이라는 것을 오늘 배웠어요. 
움직일 動을 쓰는 물건 物이니까 움직여야 인간인거지요.
그 '움직이는 물건'이 너무 바뻐서 숙제를  못했어요.
그랬더니 저더러 뭐라고 하잖아요. 훌쩍...

대꾸할 말이 없어서 눈만 굴리는데 이 쌤이 
"평생 숙제 안 한 적이 없다" 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때는 이때다  싶어서
숙제 안해온 다른 사람들 한테 6월 개강 때까지 해오라고 마구마구 인심을 썼지요.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어요.
"일찍 와서 강의실에 들어오지 않고 하늘공원에 있는 것은 온 것이 아니다. 불량학생이 원래
 학교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면서 교실에는 안 들어온다구요."
 성쌤은 일찍 와서 근처 근사한 찻집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거나 하늘을 바라보는데 그거 
온거 아니예요. 아셨죠? 에구 속이 다 시원하네...
그런데 이거 모르셨죠?우리의 아지트를 찾아낸 사람도 바로 성쌤
이지요.

문학이 무엇일까요?
세상의 모든 부귀 영화는 냅두고 고통과 부족과 아픔을 다루는 것이라네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입에 단내가 풀풀 나도록 팍팍한데 문학속에서 만이라도 넉넉하고 넘치면
안되나요?  참 어렵네요.

글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스리슬쩍 넘어가려다  걸려버렸지요.
쌤도 참 어지간 하면 좀 봐주시지...
사실은요, 정말은요,글이라면 누구 것이든  짤도 없기 때문에 쌤을 존경하지요.
그러니까 ...속상해 하지 마시고...

읽기 자료는 2개 였는데  노년의 건강과 삶의 자세에 관한 것이었어요.
한 사람은  54년생이고, 다른 사람은 49년생이었는데 저는 가슴이 철렁 했어요.
우리 쌤이 이런데 신경을 쓰시는 것을 보니 이제는 삭아가시는구나 해서요.
잉잉. 우리는 익어가더라도 쌤은 청년으로 남아계셔야지요. 

담 주는 오래간만에 방학입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이 때가 꽃이 필 때라고/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말하지 않은 그 말             김초혜 '안부'

늙은 말이 길을 안다고 했어요. 
우리 도중에 길 잃지 말고 6월에 만나요.
 





송경미   23-05-25 10:39
    
이신애선생님 후기 감사합니다.
숙제를 해오셨다고 선생님 대신 열심히 검사해주시는 분 때문에 웃었습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숙제 걱정이라니...
한 학기에 100편의 글을 합평 받으며 으쌰으쌰했던 그 분위기 다음 학기부터 되살려봐요.
한 주 방학이 귀합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성혜영   23-05-25 12:24
    
아직 오월이라 좋아요.
오월엔 풍성한 일들이 많았는데
가는 오월이 아쉬워요.
남은 오월을 주워 담아 역사를 만들고
우린 유월에 만나기로 해요.
이신애   23-05-26 17:02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주렴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꽃지는 그림자/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    '낙화'

6월이 벌써 저 모퉁이에 있는데 역사를 만들 힘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그렇다 치고 여러분은 평안하고,  행복한 역사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어제는 돌아볼수록 그리우니 안 볼랍니다.
오로지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