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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도 슈사쿠 <침묵> 8월14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3-08-16 21:11    조회 : 2,532

침묵

 

814일과 21일 두 번에 걸쳐 1982년 출판된 엔도 슈사쿠의 침묵읽고 배웁니다. 14일 수업은 김응교 교수님의 책 그늘에서 발췌한 가벼운 인생의 무거운 요구란 글 중심으로 소설 침묵을 시작했습니다. 작가 엔도 슈사쿠의 인물 소개부터 집필 동기, 소설이 쓰여진 역사적 배경, 침묵으로 일관하는 숨은 신 등이 열 장 분량 글에 상세히 나옵니다. 작품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귀한 글입니다. 제목으로 침묵이 상징하는 의미 또한 글을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엔도 슈사쿠(1923~1996)는 어렸을 때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된 일본 소설가입니다. 침묵이 탄생한 배경으로 작가가 겪은 태평양전쟁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패전국에서 그리스도교를 믿고 실천하는 건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엔도는 삼십대 후반 폐결핵을 앓은 후 인간 실존에 대해 철저히 사유하기 시작했으며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나가사키를 체험하면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침묵은 역사적 다큐를 바탕으로 집필한 장편 소설입니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몰입해 읽는 추리소설 같습니다. 소설은 17세기 봉건 영주의 기리스탄(천주교인) 탄압이 절정이었던 에도 막부시대가 배경입니다. 크게 네 단계로 침묵은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해온 포르투갈 출신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며 첫머리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둘째, 1~4장은 주인공 로드리고가 포르투갈 본국에 쓴 편지글입니다. 페레이라 신부에게 신학을 배운 젊은 사제 로드리고는 스승 페레이라의 배교를 반신반의합니다. 주위 반대에도 무릅쓰고 친구 가르페와 함께 진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나가사키로 향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낯선 일본이란 섬나라는 모든 생명이 꺼져가는 듯 어둡고 불길하기만 합니다. 해변에 위치한 도모기 마을 산속 움막에서 비밀히 포교를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인 길잡이 역할을 해준 기치지로의 배신으로 붙잡히며 그의 편지는 끝납니다.

셋째, 로드리고가 체포된 후 전개되는 5~9장은 삼인칭 시점으로 구성됩니다. 그리스도교 박해가 극에 달해 신도들과 가르페의 순교가 이어지지만 하나님의 침묵은 여전합니다. 신의 응답을 듣지 못한 로드리고는 흔들림 없던 신 존재가 불투명해지면서 깊이 고민에 빠집니다. 순교와 배교 사이 갈등하는 로드리고 모습은 종교인으로 굳이 살지 않더라도 매순간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배교를 택합니다. 그의 배교는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겠다는 의미보다 죽음에 처한 인간을 구하는 행위가 우선해야 하는 걸 일깨워 줍니다. 예수 그리스도 얼굴이 새겨 있는 동판을 밟은 후 죽음으로 내몰린 신도들을 구하는 장면은 말할 수 없는 숭고함이 깃들어 있지 않을까요. 교활하게 회유하는 이노우에에 굴복당한 옛 스승 페레이라와의 극적인 만남도 가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구멍 매달기 고문으로 스승의 귀 뒤에 남은 상처는 로드리고에게 어떠한 흔적을 남겼을까요.

마지막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기리스탄 주거지 관리인의 일기 글은 홍성사 출판 책에 빠져 있어 읽지 못했습니다. 다음 시간 교수님 또 다른 책 시네마 에피파니에 실린 영화 사일런스글 읽기로 했습니다. 소설 침묵을 마틴 스코세이지가 2016년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특정 종교를 지니지 않은 제가 하나님의 침묵을 헤아리기엔 쉽지 않은데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인간은 믿음의 엔진을 태생부터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절대자 신의 목소리가 간절할 때 침묵으로 다가오는 신에게 귀 기울이는 로드리고의 뜨거운 기도가 전해옵니다.    


신재우   23-08-18 15:41
    
1. 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침묵>>, 엔도 슈사쿠, 공문혜 옮김, 홍성사. 내지)

  위 문장이 소설의 핵심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2023,12,16, 일본문학기행이 기대됩니다.
2.김유정 선생님의<사임당 신씨>와 신선숙 선생님의<볏단 나르기> 합평이 있었습니다.
3.차미영 선생님,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