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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도 슈사쿠 <침묵> 8월 21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3-08-23 17:35    조회 : 2,011

엔도 슈사쿠 소설 침묵과 신앙의 변화

 

821일 여름학기 마지막 수업으로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그의 작품에 문화적 성육신(inculturation)을 다루고 있습니다. 신학 용어인 문화적 성육신은 문화 속에 복음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 외에도 새로운 복음에 의해 문화를 창조해가는 의미까지 포함합니다. 엔도는 서양의 기독교 사상이 일본 문화에 어떻게 적용되고 조율되는지 보여줍니다. 로드리고가 선교활동에서 겪는 일련의 변화는 기독교 믿음의 세 변화로 설명 가능합니다.

첫째,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이 옳다고 믿는 믿음입니다. (Credere Deo)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로드리고는 하나님의 복음을 실천하려는 의지와 욕망이 넘쳐납니다. 스승 페레이라의 흔적을 찾으러 일본행을 결심하는데요, 스승을 만난 로드리고는 스승의 귀 뒤에 난 상처가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이라 여깁니다. (8263)

둘째, 하나님의 존재를 믿습니다. (Credere Deum)

목숨을 건 포교 활동에서 부딪힌 고문과 박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엾은 신도들이 처참히 죽어가고 또 친구 가르페의 순교를 지켜보며 로드리고는 신 존재에 대하여 근원적인 물음까지 던지며 회의합니다. 신이 있다면 왜 죽음 앞에 선 저들을 구원하지 않는지 깊게 고민하며 자신까지 돌아봅니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반추하며 삶을 성찰하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본능대로 살아가는 동물과 다른 점이지요. 예수가 말하는 거듭 태어남의 의미도 반성적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수가 예루살렘 거리에서 치욕과 모멸을 견디는 얼굴이 인간의 표정 중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것”(8244)에 주목해봅니다. 구경꾼들이 침을 뱉고 돌을 던지며 수치심을 유발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로드리고는 똑같은 상황을 겪은 예수를 떠올립니다. 예수는 인간의 고통과 죄를 대신 짊어집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인간을 위해 희생한 가장 고귀하게 빛나는 존재입니다.

작가는 1장에서부터 9장에 이르기까지 로드리고의 심리가 변할 때마다 달라지는 예수 얼굴을 디테일하게 그려냅니다. 자신감에 넘치는 밝고 아름다운 얼굴에서 시련이 가해질수록 일그러지고 상처 난 얼굴로 변해갑니다. 예수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건 로드리고의 내면에 흐르는 감정과 생각이 바뀌어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셋째, 하나님을 신뢰합니다. (Credere in Deum)

로드리고는 성화를 밟으라는 페레이라의 설득 앞에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한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밟아도 좋다, (......)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8267)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이 대목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듣는 다이몬의 소리가 떠오릅니다. 다이몬은 신과 인간의 중간자, 신령스러운 존재,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지요. 플라톤 대화편 변명(40b)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뭔가 하려고 할 때, 또 하지 말아야 할 때 늘 신비스런 다이몬에 귀 기울입니다. 다이몬에 기대는 것은 의식에 드러나지 않는 깊은 무의식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것 아닐까요. 교수님께서 표층 종교가 아닌 심층 종교에 방점을 찍듯 우리도 내면을 흔드는 미묘한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며 살다보면 한층 성숙한 자기를 만나지 않을까 싶어요

로마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8절자기 영혼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에 빠지고 만다.”는 글귀가 있습니다. 로드리고는 비록 배교했지만 내면에 흐르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침내 하나님과 하나 되는 격렬한 기쁨”(9294)까지 맛볼 정도로 성숙합니다.   


신재우   23-08-25 15:01
    
1.차미영 선생님<소설 <<침묵>>에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소설에 언급된 예수
  그리스도 얼굴을 언급한 18단락을 함께 읽었습니다. 로드리고 신부 내면에 흐르는 불안과 고독, 기쁨과 축복을
  표현할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 얼굴을 세세하게 그려냅니다. 대단한 관찰력과 독서법에 박수를 보냅니다.
2.신선숙 선생님<신념의 마력>과 정혜경 선생님<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합평이 있었습니다.
3.여름학기가 끝나고 가을학기가 9월 11일부터 시작합니다.  용산반 문우님들 더운 여름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