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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옆에는 가지 마세요-용산반 후기    
글쓴이 : 김미원    24-11-11 19:28    조회 : 1,716

차미영 반장님과 신재우 모범생께서 결석하셔서

가끔 결석하는 불량한 제가 후기를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1교시에는 지난주에 이어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를 공부했습니다.

교수님은 나쓰메 소세키가 대학 제자의 실화를 소재로 아사히 신문에 연재를 했는데 

그 제자가 신문에 실린 소설을 보고 주인공이 자기인 줄 알았다는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글 쓰는 사람 옆에는 가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언제 내 이야기가 글로 될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그 제자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출판했다고 하니 부러운 스승과 제자입니다.

<<산시로>>는 구마모토 시골 출신 산시로가 동경제대에 입학해

도쿄의 신문물과 신여성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주인공 산시로에게는 세 개의 세계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머니로 상징되는 두고 온 고향이고

두 번째는 대학의 이끼 낀 벽돌 건물입니다.

그 세계는 귀중한 먼지가 내려앉은 책들로 둘러싸인 넓은 열람실이며 

대학에서 만난 교사, 과학자, 화가, 철학자들입니다.

세 번째는 아름다운 여인과 신문물입니다. 

산시로가 어떤 길을 택할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산시로가 잠깐 결혼을 생각했던 신여성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소설 서두에 ‘베짱이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산시로는

 ‘스트레이 십, 스트레이 십(stray sheep, 길 잃은 양)’이라고 중얼거리며 소설은 끝이 납니다.

교수님은 성서적 실존론의 유형으로 스트레이 십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산시로 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 스트레이 십이겠지요.

 

2교시에는 헤밍웨이의 <<여자없는 남자들>> 중 <간단한 질문>을 공부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인데 네 쪽 반짜리 소설에 동성애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 대단한 빙산이론의 소설입니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저는 그걸 놓쳤는데 수업을 들으며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말 헤밍웨이는 대단한 작가입니다.

 

오늘로서 가을 학기 수업이 끝났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혜화동 문학기행이 기대됩니다.

아름다운 가을 만끽하시길.

 


차미영   24-11-11 22:25
    
김미원 선생님, 깔끔하고 정성스런 후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우리모두 스트레이 십 (stray sheep, 길 잃은 양)의 면면을 지닌 채 인생을 살아가는 듯합니다. 자기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찾아나서는 여정은 대단한 모험, 용기, 의지, 열정이 뒤따라야겠지요. 산시로의 청춘을 다룬 소설 한 편은 서양문학의 빛나는 성장 소설 <데미안>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저는 아직도 미성숙해서인지 이같은 청춘을 그린 소설에 늘 마음이 머물곤 합니다. 수업 결석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김미원   24-11-13 08:20
    
반장님,
산시로에서 데미안과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떠올리다니요.
같은 부류이지만 저는 데미안과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훨씬 좋아요.
일본소설은 강한 임팩트가 없어 읽기 힘들어요.
행간을 읽어야하는 것도 부담스럽구요. ㅎ ㅎ
신재우   24-11-13 09:10
    
1.가끔은  결석이 필요하네요. 김미원 선생님 후기를, 감사드립니다. 단풍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속초에 가서
  화암사와 신선대, 신흥사와 비선대 ,외옹치 밤바다를 맨발로 걷고, 바다정원 커피숍 소나무숲에서 마음껏
  바다공기를 마시면서, 사진촬영을 즐겼습니다.
2.나쓰메 소세끼의 <<산시로>>와 <<풀베개>> 읽는 즐거움은 "잃어버린  버린 시간을 찿아서"를 떠나는
  여행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