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10분.
교수님께 드릴 제주마차라떼가 나오기를 31번째 순서로 기다리며
별마당 도서관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차로 밤12시부터 10시간째 뜬 눈.
좀비가 따로 없는 듯. 혼자 킥 웃다가 난 역시 서울체질인가? 하는 생각이...
서울의 가을이 몸서리치게 예쁘네요.
모두 건강하게 반을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수업 중 (한국산문 10월호)
- 제목에 설명이 길어지면 패를 미리 보여 주는 것이 되므로 지양.
(제목; 주제를 반영 / 호기심 자극 / 읽고 기억하기 좋게)
- 문학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 압축
. 냄비에 하는 밥 : 3층밥으로 타고, 덜 익고, 그나마 가운데만 먹을 만함
--> 글을 냄비 밥 짓듯이 쓰면 건질 게 별로 없다.
. 압력밥솥에 하는 밥 : 전체가 고르게 익고 맛이 좋다.
--> 삽화들을 한 주제에 다 나열하지 말고, 곁가지 같은 삽화는 빼서 글을 압축.
: 압력 밥솥이 증기를 압축하듯이 글을 써야!
-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 독자의 몫을 남겨야!
** 작품합평 (존칭생략)
양산 쓴 남자 / 성혜영
걸리기만 해 봐라! / 송경미
소영씨, 꼭 그래야만 했어? / 김미선
달팽이가 느리다고? / 박봉숙
* 한국산문 10월호에 실린 박상률 시인의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 입니다.
<<국가 공인 미남/실천문학사>>에 실린 이 시는 읽을 때마다 참 좋습니다.
산문시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천천히 읽어볼까요?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
박상률
서울 과낙구 실님이동...... . 소리 나는 대로 꼬불꼬불 적힌 아들네 주소. 칠순 어머니 글씨다. 용케도 택배 상자는 꼬불꼬불 옆길로 새지 않고 남도 그 먼데서 하루 만에 서울 아들집을 찾아왔다. 아이고 어무니! 그물처럼 단단히 노끈을 엮어 놓은 상자를 보자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곡소리. 나는 상자 위에 엎드렸다. 어무니 으쩌자고 이렇게 단단히 묶어놨소. 차마 칼로 싹둑 자를 수 없어 노끈 매듭 하나하나를 손톱으로 까다시피 해서 풀었다. 칠십 평생을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단단히 묶으며 살아낸 어머니. 마치 스스로 당신의 관을 미리 이토록 단단히 묶어 놓은 것만 같다. 나는 어머니 가지 마시라고 매듭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풀어버렸다. 상자 뚜껑을 열자 양파 한 자루, 감자 몇 알, 마늘 몇 쪽, 제사 떡 몇 덩이, 풋콩 몇 주먹이 들어 있다. 아니, 어머니의 목숨이 들어 있다. 아, 그리고 두 홉짜리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한 병! 입맛 없을 땐 고추장에 밥 비벼 참기름 몇 방울 쳐서라도 끼니 거르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은 어머니 무덤에 엎드려 끝내 울고 말았다.
** 나숙자 선생님 덕분에 배부르고,
설영신 선생님 커피향에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가을학기에 새로온 네분 선생님, 오늘 몹시 반갑게 뵈었습니다.
중간등록 하시고, 오늘 처음 온 우수미 선생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