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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학기 한용운 '님의 침묵' 10월 26일 강남반    
글쓴이 : 차미영    26-10-28 22:31    조회 : 14

새벽종과 휘파람

 

깊어가는 가을, 시월 마지막 월요일 수업은 BTS의 「Into the Sun」으로 시작했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개와 늑대를 분간하기 어려운 황혼의 시간입니다. BTS는 혼돈의 시간을 건너 함께 태양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노래합니다. 이 노랫말에서 니체의 『아침놀』과 ‘위대한 정오’에 담긴 철학적 사유를 배웠습니다. ‘아침놀’은 낡은 도덕과 편견을 벗어나 새로운 사유가 시작되는 새벽을, ‘위대한 정오’는 자기 극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빛 속으로’라는 제목의 작품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 끝에 김사량(1914~1950)의 동명 단편도 나왔습니다. 일본어로 쓴 이 소설은 식민지 조선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고뇌와 상처를 그립니다.

만해 한용운의 시 네 편을 감상했습니다. 올해는 『님의 침묵』 출간 백주년 되는 해입니다. 만해는 「군말」에서 그리운 것은 모두 ‘님’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님’은 연인과 조국, 진리 등 여러 의미로 읽힙니다. 이별과 기다림, 사랑과 고통을 노래하는 시편에는 불교적 사유와 역사의식이 흐릅니다. 역설과 상징으로 빚어낸 시적 상상력은 인간 존재의 심연을 향합니다.

「사랑의 불」은 논개의 남강과 계월향의 대동강을 불러와 개인의 사랑과 역사의 비극을 하나로 잇습니다. 혼자서는 끌 수 없는 사랑의 불도 이 땅에 서린 슬픔을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잠잠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넘어 타인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은, 자신이 닦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리는 불교의 회향(廻向) 정신과도 통합니다. 「「사랑」을 사랑하여요」에서는 얼굴과 마음, 시의 아름다움보다 자신을 사랑해 준 당신의 ‘사랑’ 자체를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사랑의 조건을 초월한 구도자적 사랑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버리지 아니하면」에서는 등잔불(파수꾼)과 글(복종자), 거울(동락자)의 비유를 통해 님의 곁을 지키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당신 가신 때」에서는 영원의 시간에서 이별의 순간을 끊어 내고, 님과 자신이 나누어 간직한 시간의 양 끝을 재회하는 날 다시 잇겠다고 합니다. 찰나와 영겁이 서로 통한다는 화엄사상이 떠오릅니다. 이별의 순간조차 영원한 사랑을 끊어 놓지 못하리라는 믿음에서 재회를 향한 간절한 사랑의 의지를 읽습니다.

 

한용운에게 시란 무엇이었을까요. 만해의 시는 그의 삶과 함께합니다. 자유를 향한 외침과 행동하는 자비, 현실 참여가 그의 문학과 실천을 관통합니다. 한용운의 시는 역사를 품으면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과 고통을 노래합니다. 백 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듯합니다.

만해는 시집 마지막 글 「독자에게」에서 자신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시대의 슬픔을 후손들이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랐던 듯합니다. 그는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집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맺습니다. BTS의 「Into the Sun」에서는 ‘dawn(새벽)’이 울려 퍼지고, 마지막에는 ‘Into the Sun’을 반복하다 휘파람 소리로 끝납니다. 만해가 기다리던 새벽종과 BTS가 부르는 ‘dawn’이 겹쳐집니다. 백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어떤 새벽을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차미영   26-10-28 22:42
    
신재우 선생님 대신 제가 오랜만에 수업 후기 올립니다. 수업 시작 전 가을 학기 새로 오신 선생님들 모시고 김응교 교수님과 기존 회원들 함께 즐거운 점심식사를 가졌습니다. 2교시엔 이점주 선생님의 '그 여자의 사랑' 합평도 있었고요. 연암 박지원의 글 '새벽달은 누님의 눈썹 같고' 읽었습니다. 이제 박수밀의 '연암 산문의 멋'을 마무리했습니다. 연암의 번득이는 기지와 재치, 글쓰기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연암이 세상을 뜬 누님을 향한 곡진한 마음. 어릴 적 누님이 시집갈 때 애틋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연암 글쓰기의 백미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