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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詩語 복 많이 받으세요! (용산반)    
글쓴이 : 임정희    19-01-08 11:35    조회 : 3,055

                          새해 詩語 복 많이 받으세요!

 

1교시 : 백석 시인의 시는 한 편의 영화다 (교재-백석을 만나다)

<흰밤>, <청시>, <산비>, <>, <노루>, <여승>, <수라>, <가키사키의 바다>를 함께 읽었습니다.

그의 우주론적 관념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청시>, 내적 긴장과 외적 긴장을 대비시킨 <흰밤>, 시각적·후각적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

한편의 단편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여승>을 찬찬히 감상했습니다.

1연은 현재, 2,3,4연은 과거입니다. 4연까지 읽고 다시 1연을 읽어봅니다.

첫 연의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는 무슨 의미일까요? ‘마음이 서러우니 서럽게 들린다’ ‘불교는 수동적 허무주의니 불경이 무()에서의 서글픔을 품고 있다’ ‘속세의 번뇌를 잊기 위해 염불하는 그녀는 서글프다’ ‘가족을 떠나 득도한 석가의 가르침이 불경이니 가족을 잃고 여승이 된 그녀를 보며 불경처럼 서러워졌다고 표현했다

정답은 없습니다. 시는 ambiguous(애매모호)해서 독자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거든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표현에 밑줄을 그으며 오감을 사용하는 글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조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았나

어데서 물큰 개비린내가 온다

 

 

2교시

1. 부사는 잡초다. (교재-쓰기의 말들)

정확히, 구체적 표현을 쓰고 부사의 사용은 자제하도록 합니다.

) 엄청 싸 10,000원인데 맛있어.

퇴고시 잡초 뽑듯이 부사를 솎아 내세요. 우선, 대개, 다소, 어김없이, 틀림없이, 가까스로, 완벽하게, 그러니까, 넌지시, 무심코, 부디, 거의

 

2. 김유정 샘의 <디 엔드>

마지막의 의미를 풀어낸 글입니다.

특정 종교의 색채를 피하고 싶다면 불교, 유교, 기독교 등에서 예시를 찾아 같은 비중으로 예를 들어주세요.

 

제가 수업 내용을 총망라했을까요?

백석 시인이 영화 효과가 나타나는 시를 잘 쓰는 이유, 글 쓰는 작가에게 흔히 있는 미신, 상투성이 주제가 되는 시,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비밀, 환상의 미학 망설임(hesitation), 문학의 필수요소인 두려운 낯설움.

김응교 교수님과 함께 하는 공부의 맛, 직접 수업을 들었을 때의 행복함을 다 풀어 놓지 않았습니다. 궁금궁금하시죠, (성공이닷!) 용산반으로 오세요~

올해는 용산 달님들께 시어(詩語) 복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아요.

다음주 월요일, 용산반에 시 폭우가 내릴 예정입니다. 백석 우비 지참하세요~


신재우   19-01-09 18:38
    
고요한 산사에서 독경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슬퍼지겠죠?
인간 세상에 대한 허무가 서러워서 크게 울 것 같습니다.
할머니 살아계실때 마음의 평화를 드리려고 독경을 틀어 드렸는데 한없이 슬프다고 하셨어요.
불교에서는 사람을 비기(悲器)라고 하죠.
백석은 젊은 나이에 이런 시를 쓰다니! 천재입니다.
     
임정희   19-01-12 11:27
    
프러시안 블루가 멋지게 잘 어울리는 신재우 샘, 첫 응답 감사감사합니다^^
사람이 슬픔을 담는 그릇. (이렇게 슬퍼지는 표현이라니...)
우리 할머니 세대의 어머님들은 그 슬픔 그릇이 제 상상 이상이겠지요.

지금 반야심경 미리 듣기 해봤는데요. 가게에서 몰래 급하게 쫓기듯 듣다보니 몰입이 안되네요.
처음 시작하는 목탁소리가 평화롭기는 한데...
김미원   19-01-10 00:09
    
매주 토속적이며 모호하며 또한 다정한 백석의 시의 비를 맞으며 행복합니다.
그 행복한 모습을 임샘께서 멋지게 올려주셨네요.
왜 백석의 시가 사랑을 받는지 점점 알게됩니다.

신재우 선생님,
불교에서 사람을 슬픈 그릇이라 한다구요?!!!
이 밤, 이 단어가 마음을 때립니다.
왜 불경소리가 서러운지도 이해가 가네요.
감사합니다.
     
임정희   19-01-12 11:45
    
한 밤중에 댓글을 올리셨네요,
독서용 안경 착 쓰고 무릎담요로 다리를 덮고
두터운 책을 읽고 계시는 문학 소녀의 모습을 마음대로 상상해봅니다^^
 
처음으로 백석 시 수업을 들으며
백년도 안 된 시를 온전히 감상하기 힘든데 놀랐습니다.
언어의 변화가 이렇게 빠른 거지요. 요즘 10대 말을 못 알아 듣기도 하니까요.

백 년 전 사람, 백년 후 사람,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시를 쓴 백석 시인이 존경스럽습니다.
덕분에 용산 달님들도 시어 복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