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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 오년 막걸리 | 채선후    
글쓴이 : 웹지기    14-11-21 13:10    조회 : 5,735




책소개


여자들은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그 순간들이 스무 편의 글이 되었다.

작가는 결혼 십오 년 동안 설거지하며 남편을 이해하고, 음식을 만들면서 어릴 적 이해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마을을 깨우친다. 아이들과의 다툼에서 자신이 던진 가시 돋친 말이 어머니를 얼마나 아프게 했을지 깨닫는다. 신발장 깊숙이 던져둔 아이젠은 버리지 못했지만,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리는 남편을 보며 싸웠던 순간까지 아쉬워한다. 엄마로, 아내로 살며 여자인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아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 작가의 설거지 속에서 함께 웃고 울며 마음에 쌓인 앙금들을 함께 설거지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P.14 : 나는 언제부턴가 책상을 포기하고 설거지를 즐긴다. 조용히 글을 쓰고 싶을 때면 물소리에 문장을 생각해내는 재미를 붙였다. 본격적으로 설거지를 본업이라고 정한 후부터 설거지를 하면서 일기보다 더 일기다운 글도 생각하게 되었다. 물소리에 남편의 텔레비전 소리도 묻히고, 개구쟁이 아이들의 또닥거리는 말소리도 묻힌다. 물소리에 가만히 내뱉고 싶은 말들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늘 설거지하면서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날 좀 가만히 놔두라고!’

- P.14 「설거지」중에서

P.17 : 정월대보름이면 주름진 손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 주름진 손이 빛이 되는 것이다. 그 손으로 준비된 음식이 상에 오르고, 또 한 번 빛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한 해를 밝혀 주기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은 이렇게 해마다 거르지 않고 어둠 속에서 빛났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잠으로 어둠을 보냈다. 아침마다 일어나보면 음식은 차려져 있었다. 그래서 밥은 잠을 자야만 생기는 줄 알았고, 해가 지면 여실히 이불속으로 기어가 잠을 잤다. 어릴 적 나는 밤은 어둠과 잠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밤에 어둠뿐 아니라 빛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P.17 「빛손길」중에서

P.23 : 나는 다시 펜을 잡는다. 그리고 그 속에 내가 녹아져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다. 내가 써 댄 글이 묵직하다 해도 눈처럼 사라지길 바란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을 때, 읽는 이의 눈 속에 심장 속에 녹아 사라지길 바란다. 소리조차 없이, 물이 눈을 삼켜 버리듯 그렇게 녹아 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심장 속에 뜨거운 불이 지펴지길 바란다. 첫눈처럼.

- P.23 「첫눈을 기다리다」중에서

출처 >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185057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