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부조
제3회 백교문학상을 수상한 김부조 시인의 제2시집 <어머니의 뒷모습>이 도서출판박물관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그리운 것은 아름답다>에 이어 출간된 제2시집으로 시인이 오랜 세월 고뇌하며 삶에서 터득한 가슴 절절한 시어(詩語)들이 70편의 시(詩) 속에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각박한 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의 메마른 정서에 따뜻한 치유의 손길로 다가설 것이다.
도서출판박물관 펴냄
국판변형
132쪽
값 8,000원
시인의 말
2011년 이른 봄날에 첫 시집을 낸 뒤로 침묵에 감사하며 살았다. 열린 세상을 향해 닫혔던 귀를 열었으니 오로지 듣는 일에 충실하면 되었다. 나의 내면을 첫 시집으로 들키고만 수치스러움도 한 겹 더 거들고 나섰다. 겁 없는 항해는 그만 지양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하나의 계절이 더 지워질 무렵, 세상의 육중한 문은 닫히고 나의 얇은 귀도 더 이상 열려 있지 않으려 했다. 말끔하리라 여겼던 나의 밑바닥에선 어느새 새로운 이끼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 외면할 수 없는 축축함과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건조를 위한 몸부림이었으리라.
이제, 그리움의 다른 이름으로만 자리매김하셨던 어머니와의 해후, 볕이 좋은 날과 서먹한 날의 마중, 오래된 안경점 앞에서의 막연한 기다림, 그리고 땅거미 지는 백사마을에서의 허전함까지 버무려 두 번째 고백을 자청하게 되었다.
나의 침묵에 버금가는 침묵으로 눈감아 준 고요의 숲과, 바람 없이도 날아오르던 새들, 그리고 곡선의 비밀을 누설해 준 강물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첫 시집에 이어 소중한 발문(跋文)을 기꺼이 주신 함홍근 은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권기만 시인이 던진 가슴 뜨끔한 메시지를 다시 꺼내 읽어 본다.
‘함부로 시인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하다가 안 되면 결국 가짜 시인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비 시인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래서 참다운 상상력을 만나는 일이 쉽지가 않다. 혼선이고 뒤죽박죽이고 지루하고 무겁다. 유명하다는 시인들이 더 시대정신이 없다. 더 시대를 앓지 않는다.’
목차
<1부>
어머니의 뒷모습/삼월의 새벽/간이 약국/틀니/간이 우체국에서/상경/망각의 강/마감 뉴스/기일忌日/자책自責
<2부>
창문은 조금 열어 두는 게 좋겠다/반전反轉/서먹한 날/볕이 좋은 날/무명 시집/우리 모두는 길치였다/정오正午/정육면체의 비밀/그림자/오래된 구두/마을버스를 기다리며/돼지국밥집에서/화곡동/아내의 일기/환절기/조율 주의보/오늘 하루쯤은/새벽 강가에서/고요와 침묵
<3부>
오래된 안경점 앞/그에게 나는/나의 사랑은/그 사람이 그립다/나도 한 줄기 바람이 될 수 있을까/헤즐넛 두 잔/그럴 수만 있다면/어떤 그리움/이별에 대한 예의/너는/재회/나를 미워한 날이 있다/바람/파란 대문 집 앞을 지나며/카드를 다시 대 주세요/입석立席/퇴근/여름이 머물다 간 자리/그날 이후/시를 쓰면서/내 삶의 이유와 빛깔
<4부>
향일암向日庵에서/불멸의 화신/다짐/종묘공원에서/기적에 관하여/백사마을에서/해질 무렵/건대입구역에서/나를 이긴다는 것은/12월의 퍼즐/물푸레나무/나에게 묻는다/곡선에 물들다/서울/실업失業/마지막 퇴근길/때늦은 깨달음/안부/어떤 질문/새들도 유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