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 수필가는 수필 쓰기의 요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우선 어떤 게 수필의 글감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안목이 뛰어나다. 다른 사람 같으면 무심히 흘려보낼 만한 것도 그의 눈길이 가 닿으면 대상이 이야기를 스스로 내뱉어준다. 대상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그의 눈길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대상에 숨어 있는 이야기든, 대상이 내뱉은 이야기이든 그는 얼른 수습하여 꼴을 갖춘 수필의 형태로 보여준다.
꼴을 갖춘 수필의 형태로 보여준다는 건 수필이라는 문학 형식이 어떤 이야기를 담는 데에 적합한지를 잘 안다는 뜻이다. 그가 수습한 이야기는 곧 그의 속내를 반영한 서정 수필로, 풍경을 잘 갈무리한 서경 수필로, 이야기의 반전이 절묘한 서사 수필로 나온다.
그의 수필엔 아내를 비롯한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인간’만이 아니라 참새, 고양이, 호박꽃 등 많은 동식물들이 등장한다. 이는 그가 사람만이 아니라 온갖 유정물 무정물을 다 생명체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내만이 아니라 참새하고도 다투고 고양이하고도 다투지만, 이내 곧 화해하며 살아간다!
- 박상률(작가)
목차
추천사 박상률(작가)
머리말
1부 산다는 것은 함께하는
엄니, 자가용 또 타요
아내와 피아노
선생님의 목소리
나는 딸 바보
언제 밥 한끼 먹세
내가 까시랍다고
A형 남자 B형 여자
내 등의 짐
편지
내년에 뭐 심을래
2부 잠 못 이루는 밤
연인 사이(?)
뿌렁구
복권 당첨
보톡스(?) 맞았소
집 구경 와!
고양이 울음
친구
호박꽃도 꽃이다
한 발짝 내디딜 때
3부 오독
글자 하나 차이
밤손님이 중학교 친구라고
놀부 심보와 생명의 은인 사이
관광도 영어로?
넌지 몰랐다
콜라텍인교?
메이드 인 을지로
「절정」과 냉정 사이
무자식이 상팔자
물렁이와 딱딱이
4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니가 세어 봐
마음의 온도
오리발(?) 내밀기
참새와 힘겨루기
보건체조 시작
왕년에 바위였다고
네 발, 두 발, 세 발로 걷는 게 사람이라고
가을이 밥그릇
5부 해는 저무는데
리파똥
낙엽이 떨어질 때
제기랄
‘어이’와 ‘자네’
손님 온다 마당 쓸어라
물망초
손님이 그 선배?
죽음 체험
할머니 삼총사
뻥이요
먹구름, 뜬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