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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연 작가의 미학적인 장기는 섬세하고 치밀한 주지주의적인 묘사일 것이다. 이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갈매기 출가하다」 「이른 아침 새들의 무리를 보았다」 「다만 잊었을 뿐이다」 등등인데, 공교롭게도 다들 새, 특히 갈매기가 등장한다. 날아다니기, 그것도 망망대해에서 용자처럼 유유히 나는 군집을 이룬 형태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연약함과 외로움과 방황을 상징하는 이 다양한 이미지를 가진 새. 어쩌면 소 작가 자신의 참모습이기도 하다. 이 세 작품에서 발휘하는 투명한 묘사력은 가히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감성과 지성이 적절히 배합된, 생물학자와 철학자에 화가의 시선을 삼위일체시킨 관찰력은 이 작가가 지닌 지성과 냉혹성과 감성적인 미의식이 조화를 이룬 경지라고나 할까. -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문학평론가)
그는 추구한다, 고로 존재한다. 가다가 문득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내 노숙은 지금 정당한가, 행복을 묻는 일에 인색함이 없다. (…)
어쨌든 좋다. 편편이 소설적인 상황, 소설적인 캐릭터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글이 정서적인 바탕에만 의거하지 않고, 캐묻는 이지로 일관한 것도 이 글의 특징이다.
가질 것 다 가진 충만한 생애가 실토하는 그 어떤 결핍. 언제 다시 이런 중량감 있는 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함께 가져보는 긴장된 순간이다. - 송하춘 (소설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나는 이런 연민을 품게 되었다. 연민이 허약하게 보였던 까닭은 가장 깊은 곳 바로 저 아래 가장 낮은 곳에서 고귀한 감정과 생각들을 지탱하고 있었기 때문임을. 연민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능력임을. 작가는 우리가 상실한 연민을 이처럼 홀로 껴안은 채 견뎌왔음을.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간 멍멍이가 길을 잃지 않고 돌아오길” 바라던 어린 소녀가 칠순에 이르도록 한결같이 그래왔듯. 모든 게 지긋지긋해서 그만두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이라면 누구라도 여기에서 위로를 얻게 되리라는, 낯설고 아름다운 연민을 말이다. - 손홍규 (소설가)
목차
책머리에
1. 이제는 노래를 부를 시간
갈매기 출가하다
입동이 지났는데도
이제는 노래를 부를 시간
오월이 데려온 유월
나는 간간이, 아주 간신히 쓰는 사람이다
신중년이란다
영원한 연습
이른 아침 새들의 무리를 보았다
2. 세븐틴
어른이 된 아이
서울 할머니의 노트북
세븐틴
멋진 친구
포인세티아와 세 손녀
물들기 수업
3. 낯선 것과의 악수
그가 떠나던 날
한 박자 빠르거나 느리거나
셰퍼드와 미개인
그레이스 켈리 할머니의 놀이터
낯선 것과의 악수
그날은 두유 빛이었네
내 이름은 기내용 트렁크입니다
내가 본 크리스마스트리
4. 그런대로 괜찮은 선택
와플 굽는 아침
커피차, 아메리카노를 보내다
그런대로 괜찮은 선택
오래가는 것들
상처, 그 프로젝트를 만나다
떠나며 하는 말이
불량 할머니의 바이러스 나기
5. 그대 저만큼 있네
장화와 산바라지
때로는 ‘말없음표’가 좋다
오늘 저녁은 어떠세요?
당신은 자유롭습니까
그 아이의 손짓 발짓
그대 저만큼 있네
친애하는 마카르 제부시킨 님께
마흔여섯 살 딸의 모닝커피
6. 진주조개를 찾아서
로스코의 색면회화
큰고모의 프로파일
길 위의 집
행복하고 싶은 달
다만 잊었을 뿐이다
사람은 어느 때 특별히 빛나는지
아테나 여신의 아우라
진주조개를 찾아서
샌프란시스코! 그곳을 걸었네, 거기서 보았네
해설. 추천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