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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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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워리, 샘    
글쓴이 : 김아라    12-05-09 09:38    조회 : 4,587
돈 워리, 샘!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교육의 이름으로 그 어린 것한테 짜증내는 천박함, 그러면서도 질기게 교직에 눌어붙어 있는 비루함이라니! 체벌에서 자유롭지 못한 적지 않은 선생들이 그 여교사의 몸 안에 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전율했을 터이다.” 2년 전, 군산의 모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 아이 머리를 책으로 내려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뜨자 신문에 실렸던 칼럼입니다. 당시 이미 퇴직교사였던 내게도 그 논객의 칼날이 어찌나 예리하게 스쳤던지 지금도 학교 근처를 지나칠 때엔 베였던 자리가 근질거리곤 합니다.
 
규칙을 어기게끔 태교(胎敎)를 당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어긋나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르고 꾸짖는 일을 되풀이 하노라면 오히려 그들에게 내가 벌 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여교사의 죄는 짜증을 친절의 캡슐로 포장하는 기술이 전문적이지 못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는 없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까마득한 지평선을 바라보며 해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하는 시베리아 농부들은 어느 날 마음속에서 툭, 하고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듣는답니다. 그러면 곡괭이를 던지고 하염없이 지는 해를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무엇에 홀린 듯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자지도 않으며 걷다가 그대로 고랑에 쓰러져 죽는 병의 이름이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랍니다.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 어디에도 지평선뿐인 시베리아 벌판 같은 곳이 교직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한 가지 방식의 교육과정으로 서로 다른 감성들을 아우르는 일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했습니다. 그런 날이 계속되다보면 지식 전달자일 뿐이라는 자기비하에 빠져 나 역시 곡괭이를 내던지고 끝없이 걷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습니다. 그 두려움이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며 화를 내게 했습니다. 사랑은 상대를 위하여 기꺼이 참고, 끝없이 견디어 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차마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저 먼 나라의 우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선배교사의 나잇값을 지불할까 합니다.
 
애꾸눈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초상화를 갖고 싶어 했습니다. 왕을 즐겁게 하고자 한 화가는 두 눈을 멀쩡히 그려서 바쳤으나 진실하지 못한 죄로 멀리 쫓겨났습니다. 이에 놀란 다른 화가는 애꾸눈을 그대로 그렸지만 왕은 초상화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져 화를 내다가 결국 그림을 치워버렸습니다. 다시 세 번째 화가에게 초상화를 그려오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쫓겨나거나 왕의 신임을 잃게 될 운명에 처한 그는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그러나 얼마 후, 왕은 초상화를 보며 비로소 웃었습니다. 화면 속의 왕은 정상적인 눈이 있는 쪽의 옆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아이들도 어느 쪽을 바라봐주느냐에 따라서 그 애가 웃을 수도, 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뿐이겠습니까.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를 지병인 듯 가슴 한 편에 품고 사는 인생 또한 그와 같으니 Don't worry, 샘! 행복한 쪽을 바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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