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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공해진    15-02-27 20:52    조회 : 4,395
‘아낙네들이 방망이로 옷을 빨고 있었다. (청계천)바닥에는 똥무더기가 쌓여 있다. 이 물을 길어다가 집에서 쓴다. 위생관념이 이 정도인 서울시민이 생존해 있는 사실도 놀랍다’  ( W.R. 칼스, <> 1888년)
먹으면 반드시 배설한다.
자네 아침부터 그런 일을 당하다니 괜찮은가? 똥 밟았다고 생각하게.
똥 묻은 속옷을 팔아서라도
똥은 말라도 구리다.
더러워서 피한다.
똥 피하기에서 유래된 하이힐은 차츰 진화가 되어 굽을 높이자 여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는 데 도움 되었다. 그래서 여자가 더욱 섹시해졌다고 한다.
 
페루 남부의 안데스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들렀을 때였다. 해발 3000미터나 되는 고지에 영악하게도 화장실이 있었고 늙은 인디언 한사람이 허리가 꾸부정하게 지팡이를 짚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화장지도 없었거니와 화장실이라고 뚫어 놓은 바닥의 커다란 공동을 보니 도저히 용변을 볼 수 없었으나 어떻게 하랴. 황량한 산맥의 산등선을 따라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진 그곳에서 주도면밀하게도 벽돌 몇 장으로 화장실을 지어 녹색 사업을 하다니 놀랍기도 하였다. 그 노인은 높은 안목으로 상권의 길목을 보았고 필요한 절대 욕구를 간파하였던 것이다. 화장실을 나왔을 때 페루 화폐 '솔'도 없었고 달러 잔돈도 없었다. 감사하다는 말만하고 도망치듯 나의 덤프트럭은 그를 뒤로 하고 달려갔다. 하루 사업을 망치고 사냥감을 놓친 그 인디언은 운이 나빴구나 할까. ‘꿰떼빠리오’ 소리 질렀다. 물론 욕이다. 나름 배설을 하였던 것이다. 나 같은 얌체를 생각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아니다. 똥 밟을 뻔 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똥 누러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ㅋㅋ
 
똥 이야기를 하면 더럽다 하면서도 이보다 더 배꼽을 쥐고 자지러지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세간에 도는 이야기 중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침밥 준비하는 아내는 남편에게 "여봉! 식사하러 오세요." 하며 애교스럽게 '뽀~옹' 뀌면서 보글보글 끊는 뚝배기 된장찌개를 식탁으로 들고 갔다. 신문을 보고 있던 남편이 기막히게 '빠~앙' 화답을 하고 식탁으로 가고 있을 때 딸 또한 집안 화목을 위하여 방귀를 뀌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찌나 힘을 주었던지 방귀가 똥이 되어 배설의 쾌감을 느낄 틈도 없이 그만 옷에 묻어버렸다는 이야기다.
 
'똥'이라는 단어는 모두 입에 올리기 민망해 한다. 그렇지만 '배설물을 배설하였다'와 '똥을 쌌다'는 무엇이 다를까? 사람이랑 인간의 단어에서 오는 묘한 차이일까? 똥을 옷에 싸버린 딸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박장대소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속의 딸은 전날에 술을 많이 마셨던지 평소에 장에 이상이 있었던지 몸 상태가 좋지 않는 게 분명해 보인다. 가스빼기와 설사는 다르다. 그렇다하더라도 누구나 너무나 급박했던 처지에서 상당한 곤혹을 겪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던 일이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장이 좋지 않은 나는 평소에도 자주 겪는 일이다. 그 일로 내 얼굴이 똥이 되고 말았다. ㅠㅠ
 
더러운 존재로 치부되던 똥이 대변검사용을 뛰어넘어 약도 듣지 않는 난치병을 치료하는 고마운 존재로 떠올랐다. 100조개나 되는 장내(腸內)세균의 반란이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세균을 환자에게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는 이른바 '대변 미생물 이식(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FMT)' 시술이 최근 크게 증가했다고 의학지가 보고하고 있다. 농사용에 불과했던 그 놈이 의학에도 똥의 시대가 온 것 인가. 똥 꿈을 꿨다. ㅎㅎ
 
배설은 인류가 처리해야 했던 가장 가까우면서 골치 아픈 난제다. 삶의 언어다. ㅁㅁ
 
색시해지고 행운이 오고 치료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바나나를 기대한다. 물을 내리기 전에 한번 씩은 뒤를 봐야 될 것 같다. 신상정보가 다 담겨 있다고 한다. 그 빅 데이터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전복이 파래를 먹으면 파란 껍데기로, 다시마를 먹으면 갈색껍데기로 나타나듯 먹이와 배설물은 거짓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인간의 희로애락도 그럴 것 같다. 푸하하!
 
 
<<한국산문>> 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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