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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김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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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것    
글쓴이 : 김사빈    15-04-16 17:46    조회 : 7,075

. 어제는 바람이 불고 비가 하루 종일 오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는 오하우 섬 전체에 전기가 나갔다. 우리가 여행 하고 돌아오는 동안 비가 계속 왔다고 재영씨가 말하는 것을 생각이 난다. 폭우는 아닌데 비가 하루 종일 오더니 저녁에는 번갯불이 번쩍 번쩍 한다. 창문에 불이 번쩍 할 적마다 발갛게 번개불이 창문으로 기웃하다가 방으로 쳐들어오는 것 같다. 몇 번을 그리하더니 텔레비전이 나가더니 전기 불을 꺼졌다. 6시 반 정도 되었을 것 같다. 빛이 없다는 것에 준비를 안 한 것이 금방 실감으로 왔다. 초를 찾으러 사방을 뒤지고 성냥을 찾으러 사방을 뒤지었다. 캄캄한 곳을 더듬거리며. 찾으면서 생각하니, 나의 인생에 이렇게 어둠이 찾아온다면 준비 안하고 있다고,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갈 것 갔구나 싶었다.

   30분 찾아 초를 찾아 성냥을 그어대니 그 작은 빛이 온 방안을 환하게 만들었다. 지난번 지진이 났을 때에는 한국에 여행 중이라서 그 상항을 몰랐다. 하와이로 이민 와서 처음 이런 경험을 당한 것 같다. 그 작은 촛불이 그렇게 소중하고 귀하게 느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얼마나 우리는 소중한 것을 당연한 것처럼 살아 왔는가, 우리가 누리는 문화 혜택과 자연의 혜택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 못하고, 아끼지 아니하고 살아왔나 생각하였다.

    배터리로 쓰는 라디오를 틀어 놓고 상항을 들어 보았다. 전기 원선이 벼락에 맞아 선이 끊어 졌다고 남편이 말해 주었다. 그때서야 오하우 전체가 불이 나갔구나. 알게 되었다 .전화도 안 되고 막막하였다. 문명의 이기라고 우리는 말하며, 이렇게 문명 속에 편안하게 살면서, 옛날 전기불도 없어 호롱불에 공부하고 엄마는 양말 깁고, 하던 생각하니 옛날이 그립네 하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다시 문명 이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아무도 간다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그 밤이 지나고 아침 일곱시까지 전기불이 안 들어 왔다. 초저녁부터 이불 속에 누어서 생각하니 참 행복하게 살았다 하는 생각이 온다. 맵고 찬 겨울이 있어 발을 동동거리며 겨울 걱정을 하지 안 해도 되니 행복하다. 한 겨울에 자다 말고 연탄 불 갈아 넣으려면 맵고 찬 바람은 귀때기를 쌩하고 때리고 지나간다. 마루 밑에 또는 담벼락 옆으로 수북이 쌓아 놓은 연탄을 보면 넉넉하던 겨울, 김치 하는 날은 왜 그리 추운지 탱탱이 언 손으로 김장을 하던 생각을 누어서 해 보았다.

잠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잠은 안 오고 책을 보려하니, 촛불에 눈이 삼삼하여 안보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참 편안하게 살고 있구나 싶다. 우리 엄니는 겨울에 얼어붙은 도랑에 얼음을 깨고 빨래를 했다고 하며 손은 항상 얼어 있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가 무서워 쌀밥은 먹지 못하고 보리밥만 먹고 고추장은 여자는 먹지 말라 하여 된장만 먹었다고 한 말도 생각하였다.

   베틀에 앉아 밤 열두시까지 베를 짰다고 했다. 세탁기에 넣기만 하면 저절로 해주는 빨래, 옷은 몸에 맞는 것으로 사 입기만 하면 되는 세대에 사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열한시가 되어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불이 안 들어 왔다. 새벽기도하려 교회에 가 보았다 .가봐야 전기 불이 없어 새벽기도가 없을 거라고 해도, 남편은 그래도 가 보자 하여 가보니 교회 문이 꼭꼭 닫혀 있다. 내려오다 맥도날에 가니 줄이 도로까지 서서 기다린다.

    남편은 맨 꽁무니에 서서 기다리고 오늘 등산 가자고 하였는데 전화가 안 되니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니 구선생님이 반갑게 받는다. 맥도날로 나오라고 하였다.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니 차례가 되었다. 커피를 시키고 아침을 주문하여 먹었다. 시간이 되어 모이는 장소로 갔더니 한 과장에 노랑 재킷을 입고 반갑게 웃으며 맞이한다. 반가웠다. 사람 사는 맛이 서로 반갑게 바라 볼 수 있는 것이 행복 중에 행복이다. 이 선생님은 밤에 전기불이 안 들어와서 준비를 못해 못 간다. 전화가 오고 양 목사님은 전화가 없다 .

   올해 들어 마지막 가는 등산이다.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 밤새 비가 와서 땅이 질어서 힘들 것 같다 한다. 밤에 그렇게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로 오더니, 날씨가 쾌창하니 하늘이 맑고 곱다. 비온 뒤에는 더 파랗게 보이는 산천이다. 하늘은 더 맑고 청명하게 보인다.

    한 과장은 애기처럼 날씨가 좋네요 들뜬 소리를 한다. 차에 내려서 산을 올라가자니 전에는 산이 누렇게 떠 있더니 파랗게 물든 풀들이 잔잔하게 엎드려 있다. 나무들이 이파리를 들이 삐죽 삐죽 나왔다. 한국에서는 폭설이라고 눈을 치우고 교통사고라고 연일 방송을 들었는데, 새파랗게 돋아난 새싹들 우리는 정말로 천당 다음에 사는 것은 틀림없다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우리만 등산 온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어떤 분은 엄마 아빠가 하나씩 유모차를 끌고 등산을 한다.
  
커다란 개들을 두 마리씩 데리고 올라오는 사람을 보면 개도 등산을 해야 하나 싶다. 개가 혀 바닥을 내밀고 헐떡거리며, 내게로 고개를 돌려오면 괜히 오금이 저려 온다. 싫다, 싫다 하는 소리를 연발 한다. 그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의 유영이리라. 산 밑으로 바라 본, 끝없이 펼쳐지는 태평양 바다 하늘과 바다가 아스라이 맞닿아 있고, 그 가운데로 배 한척 지나고 있다. 남편은 30년 전에 알라바마에서 배를 사서 끌고 오다가, 배가 고장이 나서 저 망망한 바다에 표류하던 생각이 나는지 저 망망한 바다위에 배한 척 있다고 생각 해 봐 하루 종일 가야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만 보는데 바다와 노인이 생각나더라 한다

   한 과장은 연신 종달새처럼 흥얼거린다. 행복해 보인다. 이게 행복이지 벌건가 싶다. 밤새도록 어둠에 갇혀 있다 나오니, 더 빛이 소중하고 고마운 것 그걸 알 때 행복인 것이다. 태평양을 불어오는 바람은 훈훈하다. 어제 저녁은 잠시 악몽을 꾼 것 같았다. 광명의 고마움을 알게 하기 위하여 악몽을 꾸게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난을 격어 보아야 내가 가진 것이 소중한걸 아는 것 같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해 본다.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면 준비가 필요 할것 같다. 항상 준비 하는 마음으로 살아 간다면 덧 없이 보낸 세월이라는 말을 안할 것 같다.  허둥대지 않고 삶을 즐길수 있을 것이다.

라디오에서 건강 하려면 등산을 일주일에 두 번 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 몸이 곤하다고 느낄때 땀을 흠뻑 흘리면서 산을 올라갔다 오면, 그 곤고하다는 생각이 싹 가신다. 우리 삶의 어둠은 날려 버릴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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