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디아는 신비였다.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 캐딜락 마운틴(Cadillac Mountain)에서 내려다 본 대서양의 한 자락인 해상공원은 신비로 가득한 옥색의 장관이 펼쳐졌다. 푸른 바다 위 연회색의 솜구름이 뭉개 뭉개 깔려 있고, 하얀빛을 띈 옥색의 하늘과 바다가 만난 수평선은 은근한 빛을 뿜어내는 연 옥색의 띠를 두르고 있었다. 신이 머무는 곳이 저곳이 아닐까? 구름을 타고 신선이 오르락내리락 함직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묘한 자연의 숭고함에 일순 숨이 멎고 말았다.
캐딜락 마운틴 정상은 해상공원이 한 눈에 보인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나무들이 분재처럼 작달막하다. 정상에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담요를 깔고 애완견과 함께 석양을 보기 위에 즐비하게 앉아 있다. 견공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나라다웠다. 장엄한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한 행렬이 휴가철에 줄을 지어 모이는 장소가 이곳이란다.
아카디아는 낙원이라! 좋은 장소란 뜻이다. 뉴욕에서 자동차로 10-11시간 걸리는 미국동부의 메인 주에 위치한 휴양지인 국립공원이다.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녹아 흐른 섬들로 이루어진 이곳은 일 년 중 7개월이 겨울일 정도로 춥단다. 한 겨울에는 소도로는 폐쇄하고 큰 도로만 사용되며 별장이 많고 어업과 관광객 상대의 상업이 발달한 소비도시다.
신이 머무는 듯한 낙원을 흰색의 포말을 그리며 뱃고동 소리를 울리는 배를 타고 가자니 물새들이 에스코트한다. 신비의 섬은 손에 잡힐 듯 보일 듯 말 듯 안개에 쌓여 있으니,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선녀가 되어 일순 나는 하늘을 난다. 물개들이 모여 있는 섬 주위에는 물오리들이 떼를 지어 머리만 동동 떠다니는 것 같다.
아카디아의 해산물인 랍스타 요리는 일품이었다. 따끈하게 생긴 모양대로 쪄낸 내 손보다 큰 쫄깃쫄깃한 해산물을 뜯어먹자니 신선한 바다 냄새가 맛을 더욱 돋궜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음날 워즈워드가 시를 썼다는 항구도시 포틀랜드에서 또 한번 거금 40)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랍스타를 먹었다.
태고의 자연을 보존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던가. 장엄한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나라와 백성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 그것은 하와이에 있는 하노우마 베이의 물고기가 훤히 보이는 초록바다와 만난 하늘의 신비를 아카디아에서도 느꼈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나라의 정책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그 법을 지켜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곳은 물에 떠밀려 모래사장에 말라죽은 조개껍질 하나도 사랑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미국은 어느 곳을 가든지 음식점이나 술집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고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호사가의 낭만이 아니라 자아의 우물에서 벗어나 보다 높이 날고 싶은 자의 갈구'요 '화두를 품고 방랑에' 오른 '여행가는 안락한 우리를 대신해 체험하고 내면의 성찰을 기록으로' 남기는 지평을 넓히는 것이리라.
신의 성품을 닮은 인간은 자연의 숭고함과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서 풍기는 숭고한 인간이 되려면 침묵하나 수많은 말을 해주는 자연을 통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 꿇고 죄를 뉘우치고 싶은 경외감의 극치인 자연에서 말이다.
아카디아는 신의 성품의 일면을 보여주듯 신비로 가득했고, 그 자연을 보존한 사람들의 마음이 하늘과 바다만큼이나 넓어 보였으니, 나 또한 하늘과 바다가 만난 연옥색의 띠를 두른 인간이기를 위해 하늘 향해 두 손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