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혼자다. 홀로 있기에 절망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매달리게 한다. 그러나 고독은 다른 이의 독특성을 인정함으로 평화롭다. 혼자 있음을 고독으로 받아들일 때 평화에 도달한다 일깨우던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한 신부가 거닐던 하버드 교정이다.
심리학자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1996. 예수회 사제)은 노틀담과 하버드와 예일대학의 교수를 역임하며 명성을 떨쳤다. 타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그 자리를 박차고 1981년 홀연히 사라졌다.
그는 페루의 빈민가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풍요로움에 대한 죄책감이 빈민가로 이끌었다던 이 신부는 세속의 행복에 몸을 맡기지 않고 삶의 뜻과 방향을 지고지순하게 세운 참 신앙인이다.
겨울여행에 나섰다. 갑자기 불어 닥친 한파로 매서운 바람이 살을 파고든다. 단단히 무장한 옷차림으로 찬바람에 노출된 얼굴만 시리다. 그 누구도 학식을 자랑하지 말라는 학문의 도시 보스톤은 매서운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었다.
달리는 자동차에 스치는 도로변의 풍경은 압권이다. 얼음보석이 되었는지 벌거벗은 나무의 가지 끝이 태양 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하늘을 향해 벌린 가지와 몸은 빛나는 보석이 빼곡하게 붙은 보석나무였다. 이 나무들은 엄지 손톱만한 다이아몬드를 낀 여인보다 더 큰 부자였다.
나와 다른 생각과 느낌으로 행동하는 인간은 독특한 존재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같은 생각, 느낌, 행동을 가져야 한다고 여기는 우리의 그릇됨이 갈등을 불러온다. 어떤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각자 오직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며 혼자 있다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이런 하나밖에 없는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외롭지 않다.
외로움은 타인의 사랑을 갈구함으로 집착하게 한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다. 다른 이의 사랑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그 사람은 내게서 멀어져 간다. 멀어지는 이를 바라보며 절망에 빠진 인간이 도달할 길은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것만이 우리를 평화로 인도하며 홀로 설 수 있게 한다. 홀로 설 때 진정한 사랑은 시작된다.
하버드 정문을 들어서니 설립자 하버드 목사의 동상이 있다. 왼발을 만지면 그 학교에 들어와 공부하게 된다 하여 동상 왼쪽 신발 코가 반들반들하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 그 신발을 잡고 사진을 찍는다. 그들이 모두 물러간 뒤 동상 왼발에 손을 얹었다. 지인의 총명한 아들과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청년들을 위해 기원한다.
"인류와 한국의 고귀한 지도자들이 되어다오!"
겨울 여행은 고독하다. 고독은 홀로 있음으로 평화롭고 흠모하는 이와의 대화로 이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를 그려보며 하버드의 교정을 걷는다. 페루의 빈민가에서 돌아온 헨리 나우웬은 하버드에서 강의하다 다시 가난한 자들이 사는 데이브레이크(Daybreak, 정신박약 장애자 라르쉬의 캐나다 토론토 공동체)로 가기 위해 강단을 떠났다.
몸이 뒤틀린 정신 장애자들을 돌보며 탁월한 지식과 명성을 버린 그를 찾아간 친구들은 안타까워했다. 그런 그들에게 세상의 명예와 권세보다 더욱 귀한 것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는 것이라 말했던 헨리 나우웬. 그를 사모한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었던 이 심리학자는 1996년 사랑하는 정신박약아들을 떠나 안식했다. 신이 풍기는 미소로 말을 건네는 그. "친구여 고독한가, 기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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