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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백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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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집에 가면    
글쓴이 : 백두현    17-02-08 18:43    조회 : 4,251

고향집에 가면

백두현

 

고향집에서 바라보면 멀리 보이는 산이 있었다. 이름이 ‘동림산’이었는데 ‘먼 산’이라 불렀다. 그냥 멀리 보여서 ‘먼 산’이다. 겨울이 오면 너도나도 그 먼 곳까지 땔감을 구하러 다녀서 그렇게 불렀다. 마을 남자들은 모두 아침 일찍부터 나무를 하러 다녀야 했고 내 아버지 역시 매일 그 먼 산을 오가셨다. 그럴 때마다 어린 나는 친구들과 모여 아버지의 나뭇짐을 마중 나갔다.

그런데 아버지의 나뭇짐을 기다리다 보면 아주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친구들이 각자 제 아버지의 나뭇짐이 크다며 거드름을 피웠기 때문이다. 누구 아버지 나뭇짐이 제일 크다느니, 누구 아버지 나뭇짐은 너무 작다느니 말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난 내 아버지의 나뭇짐이 작아 자존심이 상했다. “바싹 마른 나무만 꾸리면 나뭇짐이 클 텐데요” 하고 보챘지만 아버지는 눈치가 없으신지, 자존심이 없으신지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더 이상한 것은 나무를 하러 가실 때마다 지게를 받치는 지게작대기와 나무를 묶는 노끈을 가져가시지 않았다. 대신 산에서 오리나무 하나씩 잘라서 임시로 지게작대기로 쓰고 칡넝쿨을 꺾어 묶어서 지고 오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창고에서 잘 다듬어진 작대기와 단단한 노끈을 가져가시면 훨씬 나뭇짐을 크게 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다. 그날그날 산에서 엉성한 지게작대기와 칡넝쿨로 나뭇짐을 꾸려 오시는 아버지가 밉기까지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먼 길을 나뭇짐을 운반하셔야 하는 아버지로서는 작대기를 가져가지 않아야 작대기라도 나무로 하나 더 가져올 수 있었다. 끈이라도 가져가지 않아야 나무를 묶은 칡넝쿨 한 뼘이라도 더 나무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 고향집에 가면 더 이상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만 나를 반긴다. 감나무는 잘 부러지는 속성을 가진 나무다. 속이 썩어 들어가는 특성 때문에 그렇다. 부러진 감나무의 속을 보면 나이테 부분이 검게 썩어 있다. 몸통이 속에서 썩어 들어가 잘 부러지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감이 한 개라도 달리기 시작하는 해부터 속이 썩어 들어간다고 한다. 아무리 커도 감이 달리지 않으면 속이 썩지 않는다니 놀랍다. 그런 생리가 부모의 희생을 연상시켜 제수용품으로 감을 올리는 것이라니 나도 아버지 기일마다 감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세월을 꼭 한 번 되돌리고픈 심정에 향불 위에서 술잔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계속해서 되돌리며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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