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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 까투리 傳    
글쓴이 : 오길순    19-06-22 23:39    조회 : 5,160

                                            新 까투리

                                                                                                 오길순

홀딱벗고새도 내 맘을 아는지 홀딱벗고, 홀딱벗고끊임없이 울어댔다. 저 아래 용소에 홀딱 벗고 뛰어 내리면 이 열불이 식을까나? 이른 아침 홀로 오르는 산사길이 안타까운지 뻐꾹새도 뻐꾹뻑뻐꾹 산을 넘지 못한다. ‘콩 한 쪽에 소탐대실! 꿩꿩까투리를 향한 장끼의 허세도 맥이 빠졌지 싶다. 미친 듯이 절 마당에 만발한 분홍함박꽃에게 '마음 식혀라, 마음 식혀라은은히 부서지는 풍경소리가 가슴을 쓸어준다.

유월의 새벽 동살을 타고 Y()에 도착한 것은 막무가내 나간 그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백리도 넘게 떨어진 경기도에서 서울 김서방 찾기를 하게 될 줄이야. 하늘은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쏟아질 듯 맑은데 이틀이나 뜬 눈으로 새운 내 가슴은 시커먼 먹구름장이다. 길 끝에 그가 서 있을까? 무사만 하시라...살아만 계시라. 여남은 마리 까마귀 떼가 출몰한 간밤 흉몽이 산새들의 목청으로 선명해질 때마다 오만가지 망상이 꼬리를 물었다.

우선 Y()종무소를 찾았다. 혹시 그가 23일 템플스테이라도 했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천년은행나무 그늘에도 서늘한 약수터에도 김서방아니 김할아버지의 그림자는 자취도 없었다. 오솔길 출렁다리에 멈춰 서니 감감무소식은 더욱 서러움으로 출렁거렸다.

모래밭을 빗자루 질 하는 심정으로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삼삼오오 웃으면서 오르는 등산객들이 한 없이 부러웠다. 티끌 한 점 없어 보이는 저들의 표정이 이토록 행복해 보일 수 있을까? 전생에 저들은 무엇이었기에 저리 팔자들도 좋을까? 지구 끝까지라도 그를 찾으려는 자신이 죽음과의 결투처럼 비장해서 눈물겨웠다. 문득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인데 왜 미워하나?’하산 길에 만난 목판 불 그림이 화상처럼 아프게 다가왔다화상보다도 깊은 상처가 서로를 미워하는 일 같았다. 

그가 말없이 떠나고 하루가 지난 어제 오후였다.

“D 파출소죠?”

", 무슨 일이십니까?”

저의 남편 전화가 계속 끊겨 있는데... 그 위치를 좀... 알 수 있을까요?”

“...그럼 우선 112로 신고해주시면 저희가 곧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서른 시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인 김서방의 추적은 그렇게 비롯되었다. 숨결도 함부로 하지 않았던 그의 한 생애가 한 순간에 가출자로 전락한 순간이었다장끼 까투리 야단치듯 아내에게 ‘호령’은 잘 하지만 단 한 번도 세상에 폐를 끼친 적이 없을 그였다.

남편 분 전화가 끊긴 곳은 서울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찾는다 해도 본인의 허락 없이는 장소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금세 방문한 인근 파출소 경찰관의 원칙은 냉엄했다. 부부란 말이 새삼스러웠다. 평생 공든 탑도 단 한 번의 가출로 무너지는구나. 시니어카드번호만 잘 적어놓았어도 도착지를 알 걸. 주민 센터도, 카드결제은행도 휴일이라 번호를 알 수 없다ARS만 반복할 뿐, 연휴로 단절된 통신은 세상이 금방 숨이 넘어간대도 모르쇠로 냉담할 것 같았다.

그럼 경상도인가요, 전라도인가요?”

그도 아니란다. 그럼 경기도? 아니 더 먼 섬? 꼬리 무는 요망한 생각에 좌불안석, 세상 어디라도 갈수 있을 12, 실종수사 12시간이라는 골든타임조차 사라진 현실에 눈물은 주책없이도 솟구쳤다. 그리 냉엄하던 경찰관도 내가 허락한다면 금방 영장 신청하여 남편을 수색하여 찾을 수도 있다고 귀띔해준다. 내가 하도 눈물로 사정을 하니 마음이 통했나 보았다. 연휴만 아니라면 이제 피의자 전락도 시간문제 같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 서울S경찰서와 경기도Y경찰서가 공조하고 있으니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남편 분 사진을 전송해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귀가하시면 사진은 내리면...됩니다. 혹시 성격은 어떠십니까?”

사건은 빨리도 돌아가고 있었다. 조심스레 묻는 파출소 경찰관에게 남편사진을 전송하고 나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 저런 과학수사라면 금방 잃어버린 사람을 찾을 것도 같았다. ‘그래, 뛰어야 부처님 손바닥이지. 금방 돌아오지 않고 못 배길걸!’‘

그러나 오만도 잠시, 어둠이 짙어질수록 시름도 깊어갔다. 어디 허름한 여인숙에서 턱이 배에 닿도록 텁텁한 막걸리 잔에 파묻혔을 걸 상상하니 송신증이 났다. 자정이 넘도록 마을정류장에 서 있노라니 망부석이 따로 없다. 버스가 사라질 때마다 창가에서 고개 숙인 늙수그레한 남자들은 모두 그인가 싶었다.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용서하리라. 아니 용서 받으리라. 제발 살아만 와 주시라.

가출한 남편전화가 끊긴 곳은 경의중앙선 양평역과 원덕역 사이. 인적도 거의 없는 철로 변이었다. 연고도 전혀 없는 경기도에서 무슨 변고인가? 지방통신기지국에 잡힌 마지막 교신은 방자한 상상을 덧붙였다. 혹시 범죄에 이용된 건 아닐까? 온갖 퍼즐이 철로 변과 맞춰졌다. 날이 새기도 전에 찾아 나선 양평과 원덕 사이, 지하철로 스치노라니 그 곳은 어둑한 산과 들 뿐이었다. 아하! 이 시니어 석에서 전화를 껐을지도 몰라. 괘씸한지고! 23일이나! 순간 공포와 연민이 주체할 수 없는 요동으로 배신과 용서를 넘나들었다.

그래.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야. 화살처럼 쏘아붙인 내 몇 마디에 인생을 던질 사람이 아냐. 어쩌면 평소 좋아한 YY역에 내렸을 지도 몰라. Y역 폐쇄회로를 좀 볼 수 있을까?’

종점인 Y역 처녀역무원은 아침 일찍 눈물 바람으로 덤비는 내게 친절히도 폐쇄회로를 보여주었다. 아마 자기 어머니가 떠올랐는지 조용히 검색까지 해 주었다. 이렇게 고마운 분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런데 부은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도 절망의 소리만 나왔다.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마음이 녹는 30분 쯤 되었을까? 큰 소리로 외칠 뻔 했다.

이 사람예요.” 파란 남방 흰 모자, 흰 운동화, 큰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노숙자처럼 걷는 할아버지, 눈 감아도 찾아낼 수 있는 구부정한 남자, 느릿느릿 개찰구로 나오는 서울 김서방!’. Y역에서 급히 Y()를 향해 택시로 달렸다. 전날 밤, 그 지역 호텔마다 전화했을 때 한결같이 그런 손님 없다고만 했었다. 그러니 Y사에서 침식을 했을까? 그러나 템플스테이에도 어디에도 그림자도 없었다.

길 가 어느 식당 아주머니가 묻는 내 말에 어제 김할아버지 비슷한 이를 보았다하니 버스터미널에서 한 발도 뗄 수 없었다. 낡은 정류장 벤치에서 석양만 야속하게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아까 전화했던 P경찰서 담당자입니다. 폐쇄회로에 남편분이 Y역에서 하차했다 하셨죠? 그 사진 좀 전송해 주시겠어요?” “, 그러지요.” 그러고도 얼마나 지났을까?

남편 분 지금 그 곳 Y에 안 계십니다. 오늘 아침 750Y역 승차. 1047호선 N역 에 하차했습니다.” 경찰관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신천지라도 찾은 듯 자신감으로 흥분한 것도 같았다.

아하, 그래요? 정말 고맙습니다.”

교외선과 지하철 등 네 개의 노선이나 환승을 했어도 내가 보낸 사진과 경찰관이 말한 인상착의가 정확했다. N역은 그가 몇 십 년 동안 즐긴 테니스장이 있는 곳. 오늘 일요일 아침 도착했으면 23일 방랑은 충분했겠다.

신고가 접수되어 지금 경찰관이 출동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청112”

경찰청의 긴급 메시지에 이내 전화를 들었다. 가슴 졸인 시간과 찾을 것 같은 반가움을 누르고 덧붙였다.

고맙습니다. 경찰관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요. 출동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갑자기 경찰관이 닥치시면 그가 놀랄 것 같아서요. 그 동안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서울 S경찰서와 경기도 Y경찰서 그리고 여러 파출소 경찰관들께 진심으로 인사를 드리고 나니 대한민국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Y역 처녀역무원의 친절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한국산문>>2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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