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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몬의 미소    
글쓴이 : 오길순    19-07-01 19:50    조회 : 5,267

                         솔로몬의 미소

                              -진실도 죄가 될까봐 1-

                                                                                                       오길순

  재판관은 솔로몬처럼 선한 미소를 띤 채 물었다.

   “재판 끝났는데 왜들 안 나가세요?”

기자들도 예상 외 판결인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원고가 질문을 했다.

   “재판장님, 원고의 글을 읽어 보셨습니까?”

2018711, ‘원고 오길순 패소라는 문구가 매스컴을 장식했다. 수필집 <<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표절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었다. 소설가 신경숙이 오길순 수필<사모곡>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원고가 제출한 법률가의 감정서, 평론가의 비평 등 수많은 분석내용들은 무위로 돌아갔다. ‘구구절절 디테일이라는 모 신문보도에 의하면 유사성이 미약하다는 판결이라고 한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황제 캄비세스는 뇌물재판관 시삼네스를 생피박리로 심판한다. 시삼네스의 살가죽 의자 위에 시삼네스 아들 오타네스판관을 앉힌 그림, <<캄비세스의 재판>>(1498.네델란드. Gerard David, c.1460~1523)이다. 아비의 부정을 떠올리며 진실하고 정의롭게 판결하라는 캄비세스 황제의 영원하고도 냉엄한 명령이었을 것이다.

20116, <<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2001,범우사)가 표절된 것을 알았을 때 이 거대진실이 죄가 될까봐 침묵으로도 두려웠다. ‘공작새는 갈가마귀라는 진실이 바람결에 들리기까지 형벌보다도 가혹한 인내의 세월이었다. 드디어 진실이 공론화 되었을 때 피고작가가 곧 사과할 줄 알았다. 사과만 하면 모든 걸 용서하리라 마음먹었다.

피고 측은 메시지도 메일도 카톡도 묵살했다. 진실을 제기한 언론기사조차 모두 삭제를 당했다. 초능력을 지닌 연금술사들처럼 태산도 삼켜버릴 기세로 침묵의 공범자들과 모르쇠로 담합했다. 평론가들과 기자 등이 아무리 진실을 외쳐도 정의가 무엇이냐는 듯 코웃음을 쳤다.

<<엄마를 부탁해>><사모곡>을 포함한 70편 가까운 원고수필로 각색 완성한 소설이라는 점이다. 스토리, 주제, 소재, 구성, 장소, 아버지의 사투리까지도 유사하다. 인물, 배경, 사건 등 소설의 3요소는 물론 수천 핵심구절과 핵심언어가 수필집에서 그대로 비롯되었다. 이솝우화의 갈가마귀처럼 공작새의 깃털을 빼면 누추한 누더기만 남은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피고는 다른 산문집에도 원고의 수필을 차용한 흔적이 있었다. 그동안 원고 모르게 인용해 오고도 오히려 자기표절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의 준비서면은 갈가마귀가 20년 가까이 공작새로 행세 해 온 고백과 다르지 않았다. 축구경기의 자살골처럼 표절고백을 불사하면서도 아이디어차용이라며, 수상을 많이 한 작가로서 무명수필가 글을 볼 까닭이 없다고 우기고 폄훼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바로 이럴 때 쓰는 말 같았다.

2011C선생과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C선생은 50년 전 원고와 대학학보사 기자를 함께 역임했던 동창생이다. 훗날 피고를 소설가로 이끈 피고의 스승이기도 하다. 동기동반이었던 그의 자연스런 반말은 원고보다 한참 연장자였기 때문이다.

   “선생님, 신작가가 제 수필을 표절했어요.” 가슴 떨려서 차마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 그래? 경숙이 엘에이 갔으니 오면 말할게.”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었다. 서너 달 후 겨우 질문했을 때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 표절 쪼금 갖고 뭘 그래?”

오히려 10여 년 전, 다른 표절사건도 자신이 해결했노라, 덧붙일 때는 아연했다.

20156, 피고 측은 신작가만 사과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건 아니라고 여겼다. 출판사 역시 장물아비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그런데도, 어머니를 엄마로 쓴 것이니 표절이 아니다. 몇 개의 문장만 가지고는 유사성이 적다, 어머니 실종 사건이 일반적이다, 원고 작품이 피고 작품보다 구구절절 디테일 하지 않다 등등. 웃지 않을 수 없는 판결문이 신문에 대서특필 되었다. 궁사의 다툼을 칼잡이에게 맡기면 그러할까? ‘재판 끝났는데도 왜들 나가지 않느냐고 묻던 그 선한 판관의 웃음이 시삼네스의 칼이 아닌, 솔로몬의 미소였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탕 하나로 다투던 아이들도 공평을 바란다. 하물며 한 작가의 분신인 수필집 한권을 모두 가져간 이에게 절대승소를 헌납한 건 무엇인가? 평론가들은 5부만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5부 역시 수필집 외의 원고수필을 차용해서 완성했다. <방랑자여, 천국의 열쇠를 찾았는가>,(<<문학나무>>,2006.봄호)<사마르칸트 가는 길>(<<수필시대>>,2003.창간호)등이 5부에 집중 차용되었다. 수필집<<내 마음의 외양간>>에는 차용된 다른 수필들이 게재되어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이 거대 진실이 죄가 될까봐 속울음을 삼켜야 했다. 평생 벗겨지지 않는 형벌의 관을 쓴 듯, 잃어버린 자식을 보고도 찾지 못한 채, ‘유력무죄라며 괴로워하는 원작자의 세상이 과연 사회정의인가?

원고의 <사모곡>은 원고만의 오롯한 경험이며 유일한 수필이다. 아버지가 혼잡한 장소에서 치매인 어머니 손을 놓쳐 실종된 문학작품은 원고의 <사모곡>뿐이다. 이 진실을 묵살한 판결문은 진실을 찾고픈 의도가 결코 없다는 의미 같았다. 치매문학이 일반적이라는 피고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 또한 공정을 잃은 판결이 아닌가? 지인들이 말했다.

   “원고에게 천만번 고맙다고 해야 할 일을 고통으로 갚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성폭력보다도 나쁜 죄악이 문학작품 표절이라고.

   “못된 작가 혼 구멍이 나도록 잘 혼내 주었다.

사막에 비가 내리면 숨죽였던 씨앗들이 한꺼번에 싹을 틔우듯, 양귀비처럼 붉은 진실 위에 언젠가는 소낙비가 내리리라 믿는다. 세익스피어도 헤아릴 수 없는 값을 치룬 보물이 경험이라 했다. 창작 역시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부처도 불멸의 언어가 진실이며, 삶은 진실을 찾아가는 영원의 법칙이라 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은 하늘 아래 오롯한 진실의 힘이었다. 캄비세스 황제가 시삼네스를 심판한 것 역시 솔로몬이 기대한 영원한 진실일 것이다.


<<한국산문>>2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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