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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술사의 노래    
글쓴이 : 오길순    20-09-02 20:44    조회 : 9,115

                                           연금술사의 노래

                                                                                    오길순

물로 황금도 만들 수 있을 듯, 그들은 불가능이 없어 보였다. 바다를 소용돌이 칠 듯, 거침이 없어도 보였다. 연금술사가 그러할까? 영웅도 그러하리라. 베일에 숨겨진 유명세는 태양을 향한 이카루스처럼 신비해 보였다. 피해자의 원작으로 쏘아 올리고도 아직도 태양궤도를 돌고 있는 <<엄마를 부탁해>>이야기이다.

구약성서 <욥기>의 주인공 욥은 외쳤다. 정의가 옷이었으며 공평이 두루마기요 면류관이었다며 신에게 부르짖었다. 피해자도 부르짖고 싶었다. 가해자에게 씌운 1심 면류관이 정의였느냐고. 혹시 그들은 아벨의 가면을 쓴 카인이 아니었느냐고.

피해자는 <사모곡><<엄마 부탁해>>에 앗겼을 때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를 앗긴 줄 알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진실이 죄가 될까봐 침묵해야 했다. 베일 속 그들의 유명세는 산맥 하나 쯤 옮길 위력을 지닌 성 싶었다. 20181025,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엄마를 부탁해>>(신경숙)에 대한 2심 첫 공판 날이었다. 원고 오길순은 벅찬 호흡을 가누며 마지막 발언을 하는 중이었다. 하필 그 순간, 판관이 비스듬히 옆으로 몸을 숙이더니 무얼 찾았다. ‘정해진 판결문에 진실 쯤 묵살하려는 것인가? 순간의 해찰로 양심을 외면하나?’

판관은 곧 2심 종결을 예고했다. 2년 이상 걸린 1심인데 한 달 여로 서둘렀다. 그리고는 아직 읽지 않았으니 한 번 읽어보겠다며 끝을 맺었다. 그 거대표절내용을 아직 읽지도 않았다고? 365일 분석으로도 다 못했는데 이제야 한 번 읽어 보겠다고? 참으로 의아했다.

2018126220, 항소심인 2심도 가해자들에게 면류관을 씌웠다. 그들은 정말 연금술사였나 보았다. 불가능을 모르는 영웅이었나 보았다. 황금도 물로 만들었다는 듯,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연금술사라는 듯, ‘연금술사의 노래를 합창하는 것 같았다.

아름답게 살기 위한인생 이모작, 그 신성불가침 영역을 침범 당하지 않았던들 피해자의 노년도 행복했을 것이다. 연금술사 같은 카인의 덫에 걸리지 않았던들 평화로웠을 것이다. 피해자의 일생을 유린하고도 창작이라 주장하는 그들 앞에서 세상도 숨을 죽였나 보았다. 한 번 읽어 보겠다던 판관도 피고야말로 무소불위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것만 같았다.

<<엄마를 부탁해>>는 원고 수필집<<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를 그대로 차용했다. 주제 구성 인물 배경 등 소설의 중요 요소가 모두 수필집에서 비롯되었다. 진정 피고의 어머니였다면 가련한 여인을 그토록 사체명예훼손 했을 것인가? 소중한 어머니 영혼이 허공을 떠돌 때면, 가해자에게 찢긴 흰 치마폭이 구름 속에 나부끼는 것 같은, 그 가눌 길 없는 피해자 슬픔을 누가 알랴!

문학작품표절을 문장대 문장만으로 몰고 간 판결은 편견일 것이다. 동일스토리며, 수천구절 수천핵심 언어의 유사성 묵살은 무지였을 것이다. 쌍둥이 디엔에이며 사투리, 문체는 어찌 할 것인가? 바다도 소용돌이 칠 듯, 물로 불도 만들 수 있다는 듯, 현란한 가해자 화술에 눈 질끈 감은 판결은 아니었을까?

가해자는 차용과 표절이 다르다고 말했다. 범죄는 했으나 범죄인이 아니라는 변명은 표절을 시인한 것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주인 모르게 가져간 재산은 장물일 것이다. 피해자 모르게 차용한 글은 표절일 것이다. 이 불멸의 법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카인이 틀림없을 것이다.

2018126일은 거짓 연금술사들의 가면놀이를 본 것 같다. 아벨의 탈을 쓴 카인의 민낯을 본 것도 같다. 태양도 정복한 그들은 이제 스스로 새긴 주홍글씨를 날개삼아, 이카루스처럼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문학 秀 2020.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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