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충고 그리고 비밀
고백, 충고, 비밀은 사촌형제들로 어울려 다니며 후미진 곳에서 쑥덕거리곤 해.
"내가 그러니까 사실은…"
사랑의 고백은 되도록 남자 몫이어야 해. 여자가 고백하는 모습은 그림이 좋지 않잖아. 나는 많은 여자들에게 고백했고, 그녀들을 떠나보낸 것이 다행스럽기만 해. 남는 자의 슬픔이 떠나는 자의 슬픔보다 더 크고 오래 남는 다는 것을 왜 모르지? 고백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뭇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촉매제 역할을 한단 말이야. 충고하건대, 누구에게든, 그러니까 내게도 제발, 고백은 하지 말아줘. 꼭 그래야만 한다면 오직 신(神)께 고(告)하도록. 신은 입이 무거워 침묵하되 무언(無言)으로 위로할 거야.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렇다면 충고는 유효한가? 그렇지 않아. 충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리고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 경계하고 방어막을 치게 되어 있지. 충고하려는 내용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더라니까. 게다가 충고하는 사람도 똑 같은 잘못(愚)을 범하고 있지 않다고 누가 보장하지? 그러니 충고나 비판은 다름 아닌 그 자신에게 돌려져야 해. 나는, 고백하건대, '진심 어린' 비난보다 '입에 바른' 칭찬이 더 좋더라. 그러니 그대, 내게 대한 충고나 비난일랑 아예 접어두도록, 알았지?
"너한테만 하는 말이지만…"
비밀은 또 어떻지? 비밀의 속성은 말하여지는 순간 이미 비밀이 아니며, 그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야.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덧없는 약속처럼 말이야. 그러니 너한테만 하는 이야긴데, 비밀을 공유하는 순간 사물은 안개 속 풍경처럼 모호해지고 서로로부터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야. '관계의 달(月)'은 한번 일그러지면 다시 차오르지 않더라고.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사람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할 때 취득한 비밀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지. 그보다 비밀을 공유하는 순간 무엇보다 외로워져. 나는 그 쓸쓸함을 참으로 견딜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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