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섬 팜 아일랜드(Palm Island)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가는 길은 모노레일 길이었다. 팜 제벨 알리(Palm Jebel Ali), 팜 데이라(Palm Deira)등 세 개의 인공 섬 중 하나이다. 1인당 15유로를 내고 모노레일에 오르니 페르시아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승객들은 순식간에 창가를 선점했다. 벽옥색 바다 때문인가. 노란 영춘화 같은 나무가 눈부셨나. 틈새를 비집고 내다보니 황토색 빌라마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무지개색깔로 주차된 자동차들도 풀밭에서 평화를 노래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설의 아틀란티스를 바다에 재건하고 싶었나 보았다. 아틀란티스가 동심원 구조라면 팜 아일랜드(Palm Island)는 원 구조였다. 그 원 속에 열여섯 개의 종려수(Palm)가지가 부챗살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도로였다. 인공섬 마다 종려수(Palm)가 새겨 있는 뜻은 그들의 뿌리 깊은 종려수 사랑 같았다. 그들은 아틀란티스보다도 더 아름다운 섬을 만들려 달에서도 보이는 작은 대륙을 바다에 세웠나 싶었다.
종점인 아틀란티스 팜 호텔(Atlantis The Palm Hotel)에 내리니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워터파크가 기다렸다. 주 메이라 전용수영장이다. 밑바닥이 환하도록 드러난 푸른 수영장은 태양도 두렵지 않은가 보았다. 폭포수 아래 수영을 하는 이들이 청량제처럼 서늘해 보였다. 문득 핏빛 부켄베리아 한 그루가 보였다. 하늘에서 떨어진 커다란 횃불꽃 같았다. 순간 저 핏빛 불꽃 한 그루를 보기 위해 폭염도 사막도 거침없이 달려왔나 싶었다. ‘어머나! 부켄베리아!’ 외치는 누군가도 집 잃은 개개비가 시냇물 가에서 버드나무를 발견한 것처럼 반가워 보였다. 삶도 그러리라. 한 순간 희열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마귀처럼 가쁨은 고난도 고통도 씻어주는 명약일 것이다.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는 전용도로를 사용했다. 선택된 사람만이 누릴 법한 해저터널이었다. 종려수 아래 해먹에서 윗옷을 벗은 채 낮잠 자는 사나이가 아틀란티스 사람처럼 신비해 보였다. 마돈나나 베컴도 그 곳에서 살았다니, 천혜의 해상가옥 아틀란티스라며 날마다 행복했을까?
왕복 30분, 비행기의 원조 이카루스라면 양탄자를 탄 모험소년처럼 다시 하늘로 오르려 했을 지도 모른다. 조금 아쉬웠다. 청람색 바다가 껴안아주는 인공섬에서 한 열흘 살아보고도 싶었다. 고운 모래사장이며, 정갈한 바람이며, 범죄도 없다는 인공대륙에서 풍경을 누린다면 무겁던 어깨의 짐도 날개처럼 가벼울 것도 같았다.
그래도 대한민국처럼 아름다운 아틀란티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봄여름 가을 겨울, 독특한 사계절을 겪은 이국 사람이라면 이곳이 아틀란티스라며 정착할지도 모른다. 실은 어디면 어떠랴! 마음에 지극한 평화가 머무는 순간, 그 순간이 지상의 아틀란시스가 아닐까?
『한국산문』
(1)에 다 들어가지 않아 (2)로 계속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