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김사빈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savinekim@hanmail.net
* 홈페이지 :
  깡통과 어머니    
글쓴이 : 김사빈    23-05-04 14:14    조회 : 1,869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엄마는 부지런하게 일해서 먹고 산다는 것을 철칙으로 알고 살아왔다.

왜 그렇게 일해야 하는지 항상 질문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인데 집에 가만히 있어도 먹고 살 수 있는데, 농사철이면 이웃집, 논 모 심어 주고 밭 매어주고,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바느질하고, 그리고 남은 시간에 산에 나무를 하여 아궁이에 군 불을 지피어 방안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자기 월급 가지고 자기가 좋아 하는 책을 사서 보고, 술집에 가서 벗하고 청산리 벽계수야 하는 분이시다. 나는 어머니가 무능하여서 그렇게 일하지, 아버지가 일하라고 했나, 엄마는 몰라도 되 하며 무시 하였다.

엄마가 일 안 하면 아버지가 다 해 줄 텐 데. 철이 들면서 어머니가 나무 해 오면 나는 숨었다. 왜 그리도 창피한지, 다른 엄마들은 비단 옷에 예쁘게 화장을 하고, 학교에 오는 것이 무척 이나 부러웠다. 어머니는 학교에 오면 안 되는 분인 줄 알았다. 무명 치마 저고리에 시골에 농사짓던 농부의 모습이 싫었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은 죽을 먹을 팔자라도 부지런하면 밥은 먹고 산다 어머니의 철학이다. 이만큼 먹고 사는 것도, 부지런하여 먹고 산다 하시는 어머니의 철학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온 우리는 안 듣고 싶었다. 심지어는 코 방귀를 뀌었다.

평생을 그렇게 일하다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를 따라 미국으로 오셨다. 이제 일흔다섯의 노인이 되어서 이국을 오신 엄마는 가만히 있을 분이 아니시다. 새벽이면 동네 한 바퀴 돌면서 길거리에 떨어진 것들을 주어 오기 시작 했다.

어머니가 심심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보기가 안 좋아서 깡통을 모으면 돈이 된다고 하였다. 그 때부터 엄마는 사명감 가지고 깡통을 주어 오기 시작 했다. 그 깡통을 집에 와서, 납작하게 두드려서 한 백에 35 파운드를 만들어 놓았다. 한 달이면 오백 불을 만들었다.

납작하게 두드리는 과정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엄마의 옷에서도 냄새가 났다. 아이들은 엄마 할머니가 냄새 나 하기도 하고, 할머니 더러워 하기도 하였다. 어머니는 갈 데도 없지, 친구도 없지, 하지 말라 하면 무엇으로 소일 할 것인가, 엄마를 죽으라는 것과 같았다. 나는 일을 가서 저녁에 들어오지, 아이들 학교 가서 저녁때야 들어오지, 어머니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이들 성화도 모른 척 했다.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어머니의 삶, 우리는 그걸 보고 자라서 인지 나도 어머니를 닮아갔다. 가만히 있지 못한다. 37살에 남편을 잃고. 일곱 아이들은 키운 언니도 억 척 같아 잘 살았다. 여동생도 억 척 같이 나를 따라 미국 오더니, 안 해 본 것 없이 일을 하더니, 빌딩을 몇 개나 가지고 잘 살고 있다. 우리 아이들 할머니 더러워 했지만, 부지런히 사는 모습을 그들도 실천하고 잘살고 있다.

어머니 날이 돌아오면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하얀 카네이션을 달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게 된다. 너무 외로워서 서성이던 엄마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 년은 울고 살았다. 아버지와 이별을 하고 홀로 이곳에 잠들고 계시니, 내가 죄인은 죄인이다.

 


 
   

김사빈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5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92583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94795
55 깡통과 어머니 김사빈 05-04 1870
54 억지가 사촌보다 났다 김사빈 03-29 4685
53 내 소중한 시간 김사빈 02-19 4983
52 올해 투지 김사빈 01-17 6645
51 사랑고백 1 김사빈 06-12 5134
50 그고운 여인 환송식 김사빈 09-28 7878
49 경로 대학 김사빈 04-09 5545
48 소박한 웃음 김사빈 03-16 6766
47 가끔 가다 김사빈 01-15 5873
46 새해 김사빈 01-02 5334
45 활력소 김사빈 12-08 6534
44 아들네 집에서 김사빈 10-24 19581
43 캣시캔의 노을 김사빈 09-27 6139
42 복분자 한알과 레이니어 산으로 가는 길 김사빈 07-07 6238
41 베네치아 김사빈 05-14 7174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