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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    
글쓴이 : 봉혜선    23-07-25 08:05    조회 : 1,770

                                              붕어빵

 

                                                                                                                  봉혜선

 

 붕어빵을 어디부터 먹어? 난 당연 꼬리부터야. 붕어빵을 꼬리부터 먹어야 조금 덜 생선 같지 않은 느낌인데 그건 내 위안 또는 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어. 누구는 머리부터 먹는 이유를 맛있는 팥을 더 빨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지만 경험에 의하면 팥이 몰려있는 부위는 배 부분이더라고.

 붕어빵 만드는 걸 봤는데 솜씨가 좋은 달인일지라도 양쪽에서 기계로 눌러대는 데야 팥이 많은 부분은 밀가루나 팥 마음대로지 솜씨를 말할 게 아니더라고. 손님 앞에서니 인심 쓰는 척 앙금을 더 많이 넣는다는 걸 보여야 하겠지. 팥을 길게 늘여 덜어내며 가운데나마 불룩하게 떠내는 걸 봤어. 기술이 필요하다면 이 순간일 거야. 가장자리로 얇은 지느러미처럼 비어져 나와 과자처럼 바사삭 부서지는 군살을 제법 붙인 붕어빵이 된다는 말이지. 덤이 붙은 붕어빵을 받으면 그날은 운이 좋다고 여겨 손님이 줄을 설 수도 있으니까. 겨울 한 철 장산데 상술을 녹아내어야겠지. 불 난 듯한 호떡집 모양이 되어 나머지 계절을 굶지 않고 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살짝 빗나간 이야기이긴 한데 여름 해변의 아이스크림 장사에게 왜 이렇게 비싸냐니까 한철 버니 봐 달라 하더라고. 나머지 세 계절에 놀고먹으면 내 생각으로는 팔자가 좋은 것 같은데 말이지. 그냥 내내 놀거나 쉬어야 하는데 한철이라도 벌어야 하니 힘들다는 말이었을까. 그럴 리 없다고? 가만, 혹시 그 아이스크림 장사의 겨울 직업이 붕어빵 제조?

 무슨 이야기 중이었지? 그래, 붕어빵. 이렇게 따끈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니고 모양은 왜 하필 통 물고기인지 모르겠어. 복주머니 정도라면 어디부터 먹기 시작해도 좋을 텐데 말이야. 실은 편식에 대한 이야기 혹은 변명을 하고 싶었어. ‘내로남불이라고나 할까.

 오늘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동사무소에 다녀오라며 남편이 몇 번이나 채근해 어쩔 수 없이 나왔어. 하필 점검 중이라 멈춘 엘리베이터 때문에 11층에서 걸어 내려오느라 짜증이 더했지. 계단 운동의 철칙은 내려갈 땐 엘리베이터 타기인 것 알잖아. 계단에서는 마스크 쓴 입이, 콧속이 더 갑갑하네. 거리도 비었네.

 편식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지. 내가 제법 편식이 심해. 예민하지도 못하면서 모양이나 맛이나 재료를 심하게 가려. 건강탕이니 곱창, 홍어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불김을 쐰 생선류를 먹지 못해. 담백하다는 대구탕, 벌건 동태탕 등도 입에 못 대. , 회는 먹을 줄 알아. 나름대로 이유는 있어. 다섯 살 때였나, 어린 내가 구운 갈치를 야무지게 젓가락으로 발라 먹고 있었다나봐. 마침 집으로 들어서시는 외할머니가 에그, 어린 게 비리지도 않나 잘도 발라 먹네.”라고 하셨어. 내가 젓가락을 탁 내려놓더래. 생선은 곧 비린내! 그 이후로 엄마는 생선 반찬을 상에 올릴 때 내 밥상을 따로 차려주었대. 할머니의 기억에는 없는 그 말이 트라우마가 되어 세월이 꽤나 지났는데도 극복이 안 되네.

 남편은 먹을 것에 대한 신념이 있어. ‘가장 맛있는 걸 먹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가장 맛없는 걸 맛 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맹신하지. 몬도가네처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으면서 책상 다리와 비행기 날개 외에는 다 먹는다는 중국 식도락 여행 얘기가 TV에 나오면 바싹 다가앉곤 해. 같이 세계 여행 다니기로 했는데 늘그막에 먹을 것 갖고 다투지나 않을지 모르겠어. 나는 일찌감치 과일이나 사들고 숙소에서 책이나 뒤적이고 있으면 좋은데 남편이 야시장 등을 돌아다니자 하지 않을지 벌써 걱정이 되네. 이제는 더 이상 양보하고 싶지 않은데 어쩌지. 내가 생선을 좋아했다면 제 입에 들어갈 몫이 얼마나 줄었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러니 붕어빵을 꼬리부터 먹니 머리부터 먹니 라는 질문을 한 걸 이해해 줘. 혼자 먹으려 생선 닮은 붕어빵을 산 게 어디야?

 붕어빵을 먹을 일도 걱정이야. 마스크를 벗고 살짝 베어 물고 다시 귀에 걸고 뜨거운 붕어빵을 우물거리자니 답답해 잠시 벗었어. 돌아오는 길에는 봉화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군데 있어. 자연은 어디에서도 인적사항 적으라고 하지 않지. 산 입구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며 뒷모습은 경쾌해 보여. 차 없이 걸어 다녀오는 나도 자연 보호나 친환경에 일조했으니 뿌듯한 마음이어서 그렇게 보였겠지. 걸으면 더 자세히 볼 수도 있으니까. 전에 이 길을 걸을 때 우리 밭에 심은 작물과 같은 종류거나 밭 주변에 꺾꽂이 해둔 개나리가 눈에 띄어도 비교를 하곤 했는데 같은 맥락일 거야. 관심 있는 데에 관심 가는 것 말이야. 좀 자주 걷자 마음먹어도 잘 안 되네.

 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재난 대피소라는 팻말을 봤어. 자연이 화가 나면 혹 지금 지나치는 봉화산이 동네를 덮을 수도 있다는 거겠지. 재난은 지진이나 수해뿐만 아니라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도 들어가겠지? 사람이 먹을 소를 먹이려 기르는 옥수수가 지구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하지. 쇠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옥수수를 더 먹는 건 영양 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건 일리 있는 이론인 것 같아.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더 좋다는데, 인도는 소를 먹지 않고 아랍 쪽은 돼지를 먹지 않는다니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은 닭의 뼈로 지구를 한 번 두를 정도라니 닭도 더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붕어빵으로라도 생선을 먹는 건 지구 환경보호에 일조하는 것이 되는 아닐까 그럼?

 집에 다 왔어. 오랜만에 남편에게 생선을 구워줘야겠어, 마스크 끼면 냄새쯤은 견딜 만할 거야. 혼자 먹게 해야겠지만 혼자서도 잘 먹으니까 괜찮겠지. , 밀가루와 기름의 조합으로 만든 생선이 참 맛있네.

 <<리더스 에[세이, 2023,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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