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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켜쥐기    
글쓴이 : 김명희    25-09-04 21:57    조회 : 3,059

 

                     움켜쥐기

                                                              김명희

 

 

 얼마 전 내 글에서 쓸쓸함이 느껴진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근래에 그런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 글에 대한 누군가의 감상을 오랜만에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날이 언제였던가 싶었다. 다른 이들은 나의 글을 어떻게 보는지가 문득 궁금했다.

 글을 쓰면서도 왜 쓰는가를 딱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절절이 알려야 할 어떤 이야기나 보여줄 내 자신의 특별한 면이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썼다. 쓰려고 노력했다는 말이 맞다. 쓸 이야기가 없다 하면서도 조금씩 글을 써 놓고 나면 나의 일상과 생각, 활동들이 사라지지 않고 글로 남아있어 한번이라도 돌이킬 수 있어 좋았다. 친정에 갔다가 구석에서 발견한 열두 살 때의 일기장을 읽던 즐거운 기억처럼 한 번 씩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럿이 함께 글을 읽다보면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내가 의도한 느낌과 다르게 물어보거나 이야기 하는 때가 있었다. 생각지 못한 방향의 이야기를 듣거나, 아 내가 저런 생각을 했구나 싶어 다시 내 글을 찬찬히 본 적도 있다. 글에 어떤 이면을 담거나 깊은 속내를 품은 적이 없는데도 내가 쓰는 말이 다른 의미로 해석 되었다. 가끔 그런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서 느낀 것들로 글을 수정하기도 했다. 그들이 내 생각을 알아주었으면, 내가 느낀 감정을 느껴주고 내가 말하는 것을 바로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독자는 글을 읽는 순간 이미 자신의 의도를 넣어 해석하기에 내 글은 나를 떠난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욕심이 났다. 나의 의도를 비슷하게라도 알 수 있도록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생각을 시작부터 꽉 쥐고 가다가 끝부분에 살짝 내려 둘 수는 없을까? 내 손에 힘이 풀려버리는 것처럼 내 글에서 힘이 풀려버리는 것이 싫다. 나는 이런 내 생각을 곁에 두고 싶다, 이 마음을 오래도록 지니고 싶다 생각했다.

 

 예전 울산에 살 때 외곽으로 놀러나갔다가 엄청난 무리의 까마귀 떼를 본 적이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여러 대의 차량이 가던 길을 멈추고 새들을 관찰했다. 우리는 고개를 모로 치켜들고 무리지어 낮게 움직이는 새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때 갑자기 ‘투두둑’ 소리가 나더니 머리위로 새가 떨어졌다. 아니, 새들이 떨어졌다. 놀라 소리를 지르고 싶어지는 순간 바닥에서 바람이 일더니 새들이 다시 날아올랐다. 비상! 날갯짓하는 새들이 보였다. 나도 어깨를 들썩여 펼쳐본다. 내가 본 것은 떨어지는 것이었을까 날아오르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새들이 떨어져 다칠 세라 놀라 발가락으로 허공을 움켜 쥔 채 버티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던 그 허공을 꽉 움켜쥐고 있던 새의 발처럼 나도 지금 무언가를 꽉 쥐고 있다. 나는 글에 대해 생각하면서 조금 마음을 바꿨다. 공유하지 못하는 것을 들고 끙끙대며 나 혼자 씨름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던 관계들 사이에 있을 때는 내게도 그저 일상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욕심을 내기 시작하자 그것이 내게도 열정이 되었다.

 마음속에 한 줄 확언을 적어 본다. 드러나지 않아도 뜨겁지 않아도 열정은 살아있다. 나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욕심이 없는 척 하고 살았지만 욕심도 가득한 사람이다.

 겨울 이야기를 글로 써 보다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고 적었다. ‘아무도’에 방점이 찍히는 건가 ‘밟는’에 방점이 찍히는 건가. 유명 작가가 했다는 고민을 나도 슬쩍 해 보았다. 어색하다. 나느 그렇게 열정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나는 길을 걸으면서도, 텔레비젼을 보면서도, 오직 글쓰기를 생각하는 그 단순한 열정을 꿈꾸어 본다. 한 글자의 자리가 제 자리가 맞는지 생각하면서 욕심을 부리고 있지만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걸 깨닫고 뿌듯해지고 싶다.

 

 그 무렵의 글들이 쓸쓸함을 담았던 건 왜였을까 생각하면서 지난 글을 뒤적여본다. 쓸쓸함이 어디에서 드러나 보였을지 생각하다가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가 생각해 보다가 괜히 저장된 사진들도 한 번 뒤적여 훑어본다. 한 페이지 뒤적이니 가슴이 아파오다가 다른 페이지를 뒤적이니 따스한 행복감이 가슴을 적신다. 글 때문인지 내 기분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 새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떨어지고 있는 중인지 날아오르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글로 나를 드러내기도 나를 숨기기도 쉽지 않다. 그저 내 생각을 꽉 쥐고 저 끝까지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 허공을 꽉 움켜쥐고 날갯짓을 하며 내 자리를 열심히 지키고 있을 뿐이다. 


                                                                                      에세이스트 25년 5-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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