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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박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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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사진    
글쓴이 : 박경임    25-10-20 17:33    조회 : 1,402
   흑백사진                                                         
                                                                                                 박경임

 이게 제 사진이에요?”눈동자가 사라진 퀭한 구멍, 콧망울이 없는 두 개의 구멍, 금이빨과 임플란트로 반짝이는 입속을 보여주는 해골 사진이 화면 가득하다. 이를 악물고 살아서인지 썩는 것보다 부서지는 이가 많아 치과를 자주 찾게 된다. 해골 사진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오늘 유난히 그 사진이 처음 보는 것인 양 뇌리에 남는다. 껍데기 벗겨진 표정 없는 흑백 사진을 보니 가슴 한쪽도 비어버린다.

 치과를 나서기 전 옷 매무새를 보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주름지긴 했지만 하얀 얼굴, 동글동글한 콧망울, 발그레한 입술이 살아있다. 거울 속에 좀 전에 보았던 해골 사진이 겹쳐 보인다. 뼈다귀 위에 붙은 살에 아침마다 분 바르고 입술을 칠하며 보여지는 것에 정성을 다하고 살았구나.

사람은 태어나서 6 개월이면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을 자기로 인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조장하면서 살게 된다는 이론이 있다. 그렇듯 외부로 보이는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며 살고 있다우리는 껍데기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생긴 모양에 따라 차별하고 차림새에 따라 평가하고, 겉만 보고 나와 다름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외모로 구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려니 하며 뼈를 감싸고 있는 눈동자와 코와 입술을 가만히 만져본다. 주름살을 밀어 올리고 입가에 미소를 연습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자 했던 몸짓들이 쓸쓸해진다. 언제부턴 가 외부의 것들을 사랑하던 시간을 내 안으로 옮기면서 마음이 참 한가로워졌다. 해골 사진에서 죽음을 생각했지만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사라질 과거로 인해 나에게 남은 어떤 미련도 없다. 내가 앞서간 이들을 잊어가듯이 나도 그렇게 잊혀지겠지.

 예전에는 대개 땅속에 시신을 묻어 육신의 껍데기가 서서히 벗겨지고 뼈는 오래 남아 해골이 되었다. 할아버지 묘를 이장할 때 하얗게 남은 뼈 마디를 소중히 닦아 모양을 맞추던 아버지의 경건한 모습이 떠오른다. 해골은 작은 표주박 같은 모양이었지만 존중 받았다. 무서울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태도가 침착해서 인지 무섭지 않았다.

 요즘엔 화장이 대세여서 해골을 보기도 어렵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면 주검은 한 줌 재로 변해버린다. 한 줌 재로 남는 순간을 향해 이리도 머리 아프게 사는지 잠깐 허탈해진다. 죽음을 향해가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기에 이런 상념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해골이 주는 경고가 오늘을 조금 더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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