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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밥인가?    
글쓴이 : 박경임    25-10-20 17:40    조회 : 1,430
나는 밥인가?
                                                                                 박경임

 

아유, 차를 팔고 다른 차로 바꿔도 될 텐데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 고치다니.”

자동차 정비 후에는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드는 때가 많은데, 모임에서 만난 남자들이 한마디 씩 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도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가맹점보다 외부 카센터가 더 싸다며 거들었다오일 교환주기가 되어 정비센터에 갔는데 정비소 대표가 차를 리프트에 올려놓고 나보고 와서 들여다보라며 설명했다. 핸들장치에서 기름이 새고, 클러치 페달에 금속가루가 많이 차 있어 고장의 원인이 되니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바퀴는 2018년 출고 당시에 장착되어 있던 것이라 많이 낡아서 실금이 가고 닳아서 바로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바퀴는 한번 펑크도 났었고 내가 봐도 많이 낡아 교체해야 할 듯했다.

 이제 4km밖에 안 탔는데 그리 차가 낡았느냐는 내 물음에 그는 차는 잘 타주어야 하는데 하루 사용 거리가 너무 짧아서 오히려 빨리 낡았다고 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운전한 지 25년이 넘었지만, 자동차정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고작 오일 교환이나 에어크리너 오염상태,운행시 이상 소음 정도 알아챌 뿐 기계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오래전에 자동차 바퀴를 갈면서 카센터에서 너무 바가지를 씌워 반품하겠다고 싸워서 바가지 씌운 돈을 받아낸 일도 있어 자동차 수리점에 대한 인상이 좋지는 않다.

  이번에도 250만 원이나 들여 정비를 맡기면서 교체하는 부품에 대한 사진이나 작업과정을 사진으로 나마 남겨 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자동차회사 가맹점이니 믿거라 하고 그냥 다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찾으러 갔으니 솔직히 제대로 수리된 것인지 의심도 간다가맹점도 직영 운영인지 개인이 대리점 식으로 운영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자동차 입고 할 때는 이것저것 세세하게 설명하더니 차를 찾으러 가니 비가 와서 인지 나와보지도 않고 자동차 있는 곳을 턱으로 가리키며 가져가라고 했다. 오는 동안 차 안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나서 주차하고 살펴보니 운전대 발밑에 비에 젖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담배를 물고 작업하다가 발밑에서 그냥 불을 껐다는 생각을 하니 불쾌했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경우 비닐 패드를 깔고 작업하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비에 젖은 매트에 흙발 자국이 드러나 있기도 했다.여자 운전자는 자동차 정비업소의 밥이다. 나처럼 혼자 뭐든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기계치인 까닭에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자동차는 한순간에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정비업소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다.

 요즘엔 자동차 보유 기간이 길어야 5년 이란다. 넘쳐나는 물건 탓에 물건에 대한 애착도 소중함도 없이 사람들은 바꿔치기가 쉬운 모양이다하지만 나는 지난번 차도 10년 넘게 타서 24km가 넘어 기어 작동이 잘 안 되고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중고차로 바꾸었다. 지금 타는 차는 남편이 할부로 사준 것이다. 가족 모임에서 아이들은 좋은 차를 가지고 다니는데 목쉰 영감 소리로 시동을 거는 나를 보고 안 되었는지 바꾸어 주었다. 마지막 차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곱게 다루고 다녔는데 시간이 그리되었는지 벌써 낡아가고 있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도반들 말대로 차를 바꾸어 보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래도 가격이나 알아보고 싶어 요즘 광고에 많이 나오는 사이트에 들어가 내 차 가격을 알아보려 했다. 광고에서처럼 내가 입력하면 가격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담당이라며 전화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견적이 나오면 알려준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다른 사람이 전화가 와서 차를 팔겠느냐고 했다차를 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알고 전화했느냐니까 자기네 사이트에 내 차가 올라와 있다고 했다. 400만 원 정도면 팔 수 있다길래 나는 팔 생각이 없으니 그 광고를 내려 달라고 했다다시 처음 담당이라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차를 팔 생각이 없으니 광고를 내려 달라니 그는 팔고 다른 차를 사보면 어떠냐며 700만 원을 준다고 했다어이가 없었다. 같은 물건을 가지고 아무리 중고라지만 300만 원의 차이를 두고 흥정한다는 자체가 믿음이 안 갔다. 참 알 수 없는 자동차 시장이다. 자동차정비가격도 어이없어 속상했는데 이렇게 중고차 가격이 들쭉날쭉한 이유를 알 수도 없고 갑자기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정비하려고 할 때 여기저기 견적도 받아보고 정말 수리해야 하는 품목인지도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내가 믿어준 만큼 나에게 신뢰로 답하지 않는다. 그냥 세상의 밥이 된다. 정비소의 밥이 되어 그네들의 배를 불려주었으니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니 자동차 내부 기계도 조금 알아두어야겠다. 기왕 거금 들여 고쳤으니 앞으로 몇 년 잘 데리고 다녀야겠다. 마지막 차가 될지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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