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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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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 쌉싸름한 맛    
글쓴이 : 김명희    25-10-23 22:54    조회 : 513

 

                          달콤 쌉싸름한 맛

 

                                                                 김 명희

 

  누군가는 햇볕이 바삭바삭 하다더니 오늘의 햇볕은 ‘달고나’다. 황금빛을 넘어 살짝 타들어 간 부드러운 갈색에 달콤함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대며 숨을 들이쉬었다. 달짝지근한 맛이 바람에 묻어났다.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진다. 뭔가 맛있는 것을 준비해야 할 것만 같다.

 

 아름다운 정원에 화려한 옷을 걸친 사람들이 결혼식에 참석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방에선 온갖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커다란 접시위에 라즈베리를 넣은 메추리의 벌린 배위로 장미꽃잎 소스가 올려지고 고기를 다져넣은 칠리요리도 따로 담겨있었다. 구석에서는 마무리로 나갈 웨딩케익을 젊은 여인이 담아내고 있었다. 다들 바쁘고 흥겨운 틈에서 그녀 주변의 풍경만이 아주 느릿하게 흘렀다.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눈물 한 방울이 그 위로 떨어졌다. 결혼식의 마무리로 흥겨운 피로연이 벌어졌다. 눈물이 들어간 케익이 손님들에게 나누어지고 맛을 본 사람들은 갑자기 슬퍼져 울음을 터뜨리고, 자신들의 슬픔을 숨기려 이곳저곳으로 숨어들었다.「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이라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흐느끼며 요리를 하던 여인 티타는 자신의 연인인 페드로가 언니와 결혼하는 자리에서 축하 음식을 만들고 있다.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하는 멕시코의 전통 때문에 티타는 연인이던 페드로와 헤어져야 했다. 하지만 페드로는 티타의 곁에 있으려 그녀의 언니와 결혼식을 올렸다. 연인의 결혼을 바라보는 그녀의 슬픈 마음은 음식을 만드는 동안 그 음식에 배어버렸던 것인지 그녀가 느낀 슬픔을 케익을 먹은 이들이 함께 느끼며 결혼식장은 눈물 바다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음식을 먹는다. 음식의 차별성은 만드는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만드는 자의 솜씨와 재료의 차이. 그러다가 만드는 이의 마음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의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취향의 차이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은 동화를 통해 알았다. 알프스에 살던 하이디가 친구인 페터네 할머니를 위해 흰 빵을 숨겨둔 이야기. 이가 없어 거친 검은 빵을 먹는 것이 힘들다는 고향의 이웃 할머니를 위해 식사 때 주어진 자신의 빵을 하나씩 숨겨둔 장면이다. 여러 가지로 ‘차이’를 보여주었던 동화지만 나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지금이야 빵도 여러 곡물로 만들고 또 각각 다른 방법으로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빵은 모두 밀가루로 만든다고 알았기에 무슨 뜻인가 했다. 흰 빵과 검은 빵이라는 말이 주는 차별성을 느꼈지만 이해하지는 못했던 듯싶다. 뒤늦게 차별들을 알았고 차이들에 고민하던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빨리 알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감사한 나이다. 늦게 깨우치고 너무 쉽게 외면했다고나 할까.

 

 음식에도 간극이 있고 다름이 있다. 요즘처럼 온갖 음식들의 향연을 눈앞에서 본 시대는 없었다. 전 세계의 음식들이 매일 눈앞에서 오락가락한다. 온갖 사진들을 비교하다 보면 차이가 보인다. 반찬도 거의 없는 소박한 식탁부터 장정 둘이 상을 통째로 들고 오는 스무 첩 반상도 있다. 열대의 낯선 과일도 특이한 음식도 흔히 볼 수 있다. 전 세계의 이국적인 음식들이 있다. 각각의 음식들은 그 가치가 달라 누군가의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한 달의 식사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이의 한입거리 과일은 재배과정에서 지구 환경을 하루치쯤 망치는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세대 간의 차이도 심해서 내가 밥해서 먹인 내 아들도 나와는 다른 음식을 먹고 다닌다. 세 살 차이인 두 녀석이 먹는 음식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법 차이가 진다.

 차별성, 다름이 많이 보이는 식탁에서 나는 가급적 양보를 한다. 귀한 음식인가 흔한 음식인가를 가리거나 네가 가진 것과 같은 것을 갖거나 먹는 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담아보는 것, 음식에 담은 달콤 쌉싸름한 그 맛을 나의 가족이 만족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

 

 무슨 음식을 먹는가는 중요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먹어서 기쁘거나 먹지 못해서 슬픈 경우는 많지 않다. 혼자 먹으려 음식을 하거나 맛집을 찾지도 않는다. 맛있게 먹으라고, 너와 함께 하려고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행복하게 먹고, 좋은 사람과 함께하니 맛있고 즐거운 시간이 된다.

 하루에 세 번씩 음식을 준비한다. 내 배가 고파서, 아이들이 배가 고플까 봐, 일하고 들어오는 남편의 배를 든든히 해 줘야 하는 의무감도 있다. 내 손으로 만들지 않아도 많은 것들을 차릴 수 있는 시절이다. 그러나 아직도 행복한 마음으로 차릴 수 있고 함께 즐겁게 먹고 싶다. 그런 애씀이 음식을 준비하는 나의 노력이다. 차별이나 차이는 좀 더 천천히 느껴주기를 , 좀 무디게 세상을 살아주기를 바라는 내 이기심이다. 그리고 좀 더 오래 그저 바삭하고 달콤한 한 입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거기에 달큰한 나의 기분을 함께 얹어 그들도 달짝지근해지기를, 기분 좋은 태양이 만드는 바삭바삭한 맛처럼.

 

 

                                                   -문예바다 2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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