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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값 갚을 끼다- 불교문예2025겨울호    
글쓴이 : 박병률    25-11-26 12:08    조회 : 89

값 갚을 끼다

 

기온이 34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얼음 냉면 한 그릇을 사 먹으려고 0마트 4먹거리 장터에 갔다. 광장에는 어림잡아 좌석이 300석쯤 되어 보이고 순댓국, 김밥, 돈가스, 냉면, 된장찌개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카운터에서 냉면을 주문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때 어떤 할머니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나이 90 이니더,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된장찌개 한 그릇 사주소.”

나는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는 허름한 옷차림에 손가방을 들고 있었다. 치매 걸린 할머니인가? 라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다.

사주기 싫으면 관두소.”

할머니가 눈을 흘기며 옆 테이블로 갔다. 젊은 남녀한테 밥 사달라고 말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머리가 하얀 노부부한테 다가갔다. 할머니가 밥 사달라는 말도 꺼내기 전에 부부는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먼 곳을 바라봤다. 내 눈길은 할머니 몸에 자석이라도 붙은 듯 계속 따라다니다가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오른손을 높이 들고 속으로 말하면서 손짓했다.

할머니 이리 오셔요

내 옆자리에 자리를 마련하고 된장찌개를 주문한 다음 번호표를 할머니 손에 쥐여주었다.

전광판에 289번이 뜨면 음식을 가지러 가세요.”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할머니 된장찌개 나왔어요.”

할머니가 말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음식을 가져다가 먹었다.

냉면을 먹으면서 할머니를 생각했다. 길을 잃은 걸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냉면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하고 할머니한테 갔다.

할머니, 된장찌개 맛있어요?”

.”

물 좀 떠다 드릴까요? 찬물이요, 뜨신 물을 탈까요?”

찬물은 싫시니더.”

종이컵에 찬물을 따르고 뜨거운 물을 조금 탔다. 할머니가 한 모금 드시더니,

온도가 딱 맞니더.”

할머니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계셔요? 자제분은요?”

말이 없다.

고향은 어디세요?”

진주요.”

서울은 어떻게 오셨어요?”

친척 찾으러 왔니더.”

할머니는 겉으로 보기에 80세 정도로 보였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밥을 먹다가 퉁명스럽게 말하고 수저를 소리 나게 식탁 위에 내팽개쳤다. 할머니 얼굴에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끼었다.

할머니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해요, 얼른 드세요.”

할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고요가 흐를수록 나는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고 머릿속에는 불교 경전 법구경에 나오는 문구가 둥둥 떠다녔다. ‘착한 일을 바삐 좇아서 하고, 악한 일에는 마음을 억누르라, 꽃은 바람을 거역해서 향기를 낼 수 없지만, 선하고 어진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바람을 거역하여 사방으로 번진다

또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고, 바람도 예고 없이 불 듯 나는 할머니의 삶에 허름한 부위를 파고들었고, 할머니는 식사하면서도 울음의 부피만 불리고 있었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는데 할머니가 찬물을 끼얹었다.

나는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니더, 자꾸 물어보면 돈 벌어서 밥값 갚을 끼다.”

 

 

불교문예202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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