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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봉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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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의 응원    
글쓴이 : 봉혜선    26-05-27 13:01    조회 : 18

                                  그림자의 응원

 

 너를 보면 힘이 났어. 앞선 너는 집으로 가야 한다고 이끌었어. 거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고 했지. 어느새 너는 나를 앞세우고 나를 따라왔지. 내가 겁먹은 걸 알고는 바짝 붙어주었어. 적어도 나는 응원하고 있다고, 토닥여준다고 생각했지.

 때로 길게 몸을 늘여 불안했지만 발끝을 붙여주어 용기가 났지. 앞섰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내 걸음이 느릴 때는 너는 아주 가버릴 것처럼 사라질 것처럼 가늘게 몸을 늘였지만 배신당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저버리진 않았지.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준 것도 고마워. 나에게 흡수된 듯 숨기도 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생겨 있었으므로 배신을 당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다고 했던가. 외로움은 견딜 만 할 거라고 생각, 아니 외로움 같은 걸 담아둘 여유는 없었어.

 가족의 그림자로 사는 데에 익숙해 어디서든 그림자처럼 지냈어, . 어느 날 더 이상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가 없어 멈춰 섰는데 네가 눈에 띄었어. 작은 나보다, 슬픈 나보다 작고 웅크리고 있는 존재가 얼마나 가까이 있던지.

 잡을 수는 없었어. 무얼 잡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거든. 존재하는 모든 것이 두려운 시기였어. 이리저리 움직여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 너 때문에 다시 발을 옮기는데, 네가 따라 오더라고. 나를 따르는 존재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상상도 못할 거야. 보통 잘 하는 사람을 따르는 거잖아.

 그때부터였던가. 내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무엇을 해도 나를 따라 해주고 마주 쳐다보듯 따라해 주니 웃음도 났어. 너를 보고 회색빛 웃음을 많이도 웃었어. 밟지 않으려고 무척도 애를 썼지. 마치 스승의 그림자를 밟으면 안 된다는 옛말처럼, 스승과 부모님은 한 가지라는 가르침처럼. 밟으면 큰 죄를 저지른 것 같은 마음이었어. 표정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좋았어. 울며 다니던 시기였고 무엇에도 웃을 수 없었거든.

 겅중거리는 모양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을 수도 있겠네. 여름 한낮 뙤약볕을 그늘로 피하지 않고 바닥만 보며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는 내가 별나보였을지도 모르겠네. 사막에 사는 동물들처럼 발을 번갈아 딛거나, 햇볕을 가리는 손동작이 아니라 멋대로 뻗어내는 손은 뭔가 하면서 말이야. 난 웬만하면 그늘로 들어가지 않았어.

 때로 그늘뿐인 거리에서는 말이야. 더 검어지는 너를 찾으려고 했어. 사라진 게 아닐까 불안했지. 이제 더는 나를 응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걸까. 이제 네가 없이 나를 생각할 수 없는데, 네가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는데. 어디로 간 걸까. 혹시 건물로 들어간 걸까. 아니면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길을 놓친 걸까. 혹시 숨은 건가. 이제 독립하라고?

 언제부터 나와 동행하기 시작한 건지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은 것이 섭섭했을까. 나는 먹고 숨 쉬고 보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까. 표정 지을 수 없는 답답함일까. 호소할 수 없는 신세 때문일까. 내가 너에 반하는 무엇을 한 걸까, 아니면 안 할 걸까. 언제나 같은 색을 입히는 것에 화가 났을까. 그러니까, 나에게서 떠난 걸까.

 밝은 데가 아니면 존재를 감추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 응원할 수 있을까. 너를 응원하는 것이 나를 응원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했지. 더욱 예쁘게 더욱 예쁜 모습으로 더 잘하는 동작으로, 몸가짐으로 살아야 하지. 흑백세상에서 흑으로 살아가는 너를 때로는 내가 응원해야지.

 네가 존재하는 것은 빛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가끔 잊어. 밝은 데라야 나타나는 너니까 더욱 순백의 내가 되는 것이 너를 응원하는 방법일까. 아니면 널 닮아 좀 검어져야하나? 흑백이라고 갈라도 넌 실은 회색빛이라 검은 데에서는 보이지 않아.

 그늘을 만드는 것도 너의 영역이지? 너는 여름에 특권을 지닌 것 같았지. 누구나 네 안으로, 네 품으로 깃들려 했지. 넌 시간 별로 영역을 달리해 골고루 품어주었어. 머리가 타는 듯 뜨거워도 네 안에 깃들기만 하면 금방 살 만해지기도 했어. 요즘 건널목에 너를 초청하는 햇빛 가리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해? 드디어 너의 진가를 알아주는 조치에 대해 만족해주기 바라. 거기에 들어갔었는데 비는 통과시키더라. 대단해 진짜. 햇빛만 딱 가려서 가려준다는 거잖아.

 그늘에 대한 이야기 중이었지? 그림자 섬기기는 설득력이 있어. 건물들이 빼곡한 거리는 때로, 정확히는 시간대 별로 자신들의 그림자를 서로 밟거나 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여름 뙤약볕에 건물의 그림자 가까이 붙어 걷는 것은 너의 혜택을 보려 함이지. 인정할 수 있지? 반대로 겨울엔 두려운 존재가 되지. 얼어있는 델 잘못 밟으면 결과는 뻔하잖아그 후의 조처와 그 후의 불편해지는 몸과 생활의 변화까지. 그건 어쩌면 그림자, 너의 책임일 수도 있어. 지구의 그늘과 그 그림자에까지 영역을 넓혀볼까. 그러나 비약은 말자고.

 그림자는 형태 뿐 무게가 없어. 늘 누워만 있는 그림자는 그래서 피곤한 것이 아닐까 의심해보지만 일으킬 방법은 요원하고. 건물 벽에 있어도 기댄 모습뿐이야. 멀리 떨어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잡히지 않는 그림자. 내 그림자 속에 오두마니 들어앉고 싶은 마음에 시간 맞춰 햇빛 아래 자꾸 나서보곤 해.

 그림자 기준에서 보자면 형체라는 것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빛이 있을 때라야만 나타나는 것이므로 빛과는 영원한 동반자구나. 바야흐로 그림자가 그리운 성하의 시기야.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로버트 존슨)를 펼치며 여름나기 중이야. 머릿속의 그림자는 어찌할 것인가. 그림자에 대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채워.


<<2026.6. 한국산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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