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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가 정지되는 듯한 미적 감흥의 세계 꽃의 도시, 피렌체    
글쓴이 : 김데보라    12-05-30 09:49    조회 : 5,378

뇌가 정지되는 듯한 미적 감흥의 세계 꽃의 도시, 피렌체 
 
 
르네상스를 연 피렌체의 꽃들
 
 
피렌체는 꽃의 도시이다.
이탈리아 중부 아페니노 산맥과 구릉이 만드는 아르노 강을 끼고 발달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들이 만발한 도시이다. 그 시대의 시간을 정지시켜 놓은 것 같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꽃을 피우게 하는 마법의 상자. 영감을 주는 세계인의 꽃이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의 시작인 과도기의 불안 가운데서도 피렌체를 지배하던 메디치가는 요한 23세를 교황으로 만들만큼 재력이 있는 가문이었다. 문화예술의 최대 후원자인 이 가문의 코지모는 기베르티, 도나텔로를 후원했으며 그 손자 로렌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를 후원해서‘칭케첸토(Cinquecento, 16세기)라 부르는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메디치가의 그 저택이 팔라초 피티 궁전은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한다. 그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이름이 높은 아카데미아 미술관, 바르젤로 미술관이라는 통칭으로 알려진 국립미술관, 안젤리코의 벽화로 유명한 산마르코 미술관 등이 있어 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단테, 지오토, 라파엘로, 도나텔로, 마키아벨리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까지 그 외에도 이름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예술가를 길러낸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꽃 같은 아름다운 도시다. 이곳을 거닐고 있으면 예술성이 저절로 길러질 것 같다. 천재들이 호흡하던 땅이라 그런지, 그곳을 밟고 있는 나 역시 천재가 된 듯 들뜨게 된다.
 
마치 꿈꾸었던 세계로 걸어 들어온 듯, 발바닥에서부터 뜨거운 환희가 머리까지 올라와 꽃을 피우는 느낌이다. 중세의 웅장한 건물들이 그곳에 살던 옛 주인들과 더불어 반기는 듯해서 가슴까지 벅차오른다. 스땅달 신드룸을 낳은 스땅달은 이곳에 와서 “뇌가 정지되는 듯한 미적 감흥의 포화상태”를 경험했다고 한다. 나야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미적 흥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범접할 수 없는 그레고리안 성가의 숭고하고 엄숙한 화음이 들리는 듯한 피렌체의 성당에서는 건축가 브루넬스키를, 종탑에서는 조토를, 단테가 세례를 받았다는 세례당에서는 기베르티를, 로지아 데 란치에서는 미겔란 젤로를 만나게 되는 꽃의 도시 피렌체. 들어선 중세의 골목에서는 치즈가 얹힌 피자 굽는 냄새가 골목길 끝까지 안개처럼 퍼져 나가고, 엄숙하고 장엄한 성당들 옆을 걸을 때는 강한 힘을 가졌으나 겸손하기 그지없는 모습의 사제들을 만나게 된다.
 
금빛 햇살처럼 빛나는 피렌체 시민들의 자존심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오니 피렌체 시내가 두 눈에 가득 담긴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는 금빛 햇살이 피렌체를 따뜻하게 덮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팔을 벌려 자식을 품에 그러안고 있듯이……. 붉은빛으로 장관을 이룬 시가지가 아련하게 시내 끝까지 펼쳐지고 있다.
 
가을빛에 물 들은 나뭇잎들이 도시 한 가운데를 가르는 아르노 강물 속에서 물장구 치고 놀고 있다. 핏빛 노을이 타는 무렵에는 온 도시 전체가 빨갛게 보인다는데 그게 아니라고 해도 주황색 지붕들이 타오르는 듯하다. 둥근 머리의 두오모 성당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지니고 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베키오 다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광장에는 모조품의 다비드상이 서있다. 진품은 박물관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에 올라와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보았을 미켈란젤로, 단테, 레오나르도 다빈치, 도나텔로, 기베르티, 보티첼리, 마키아벨리를 느껴 본다. 그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예술의 꽃을 피운 이 도시는 그 시대의 시민들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성이 높았던 그 시민들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예리한 눈으로 감상하고 평가했다. 허술한 골목의 작은 공방에서도 그 같은 시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피렌체이다.
 
미켈란젤로 광장 언덕을 내려와 거미줄처럼 어지러이 얽힌 골목길로 발을 옮긴다.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하게 구워진 피자 냄새가 은은하게 골목 사이로 퍼져 나가며 코를 자극한다.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접어든다. 미로 같다. 그럴지라도 어떤 골목이라도 광장과 만나게 되어 있다.
 
황토 빛의 낡은 건물 사이를 걷는 걸 좋아한다는 이태리 사람들. 그 사람들 못지않게 나도 좋아하고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싫증나지 않는 황토색은 어머니의 젖가슴에 안긴 듯 포근하다. 황토가 그러기에 건강에 좋다고 하지 않는가. 황토와 벽돌과 주황색이 매치된 피렌체를 걸으니 뼈까지 노골 노골해 진다.
 
흑사병에도 굴하지 않고 세워진 두오모
 
피렌체는 12세기 말 시내 한 가운데를 흐르는 아르노 강 위에 베케오 다리를 놓았다. 14세기에 접어들며 무역과 상업으로 부를 이룬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건물 두오모를 세웠다. 당시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으나 굴하지 않고 성당 건축을 마무리 지었다. 영어권 사람들은 피렌체를 플로렌스라 부른다. 꽃의 도시란 뜻이다.
 
피렌체의 상징이자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준세이와 아오이가 올랐던 두오모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피렌체 시민들의 신앙으로 만들어진 묵상의 향기 짙은 두오모 성당은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두오모(Duomo) 라는 말은 둥근 지붕을 뜻하며, 하나님의 집(Duomos dei Dio)을 나타낸다.
 
두오모는 합리성, 명쾌성, 간소함 속에 질서정연한 균형을 지키고 있는 고대건축을 연구한 경험이 있는 브루넬레스키가 1296년에 건축을 시작하여 170여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성당 중의 꽃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누구의 예술보다도 완전한 것이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녹색, 흰색, 분홍색의 세 가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성당은 화사하고 고운 자태로 우아하다.
 
463개의 계단을 밟고 106미터 높이의 성당 꼭대기에 오르면 피렌체의 장엄한 모습을 보게 된다. 어머니 품 같은 두오모 아래서 이 도시는 안식을 취하고 있다. 장인들의 피맺힌 노고가 깃들어 있어 이리도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구나, 싶어 웅장함에도 불구하고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피렌체가 종교적 중심지라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 교회’라는 뜻으로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다. 두오모 대성당 예술의 두 축은 조토가 심혈을 기울여 세웠다는 82미터 높이의 사각 탑 형태의 종탑과 산조반이 세례당의 기베르티의 청동 문이다.
 
종탑은 414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내부의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은 바사리의 작품이다. 그가 존경하는 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 성당의 천장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것이다.
 
피렌체의 볼거리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산 조반니 세례당이다. 피렌체의 수호 성인 요한, 즉 조반니에게 바쳐진 이 팔각형의 건물은 흰 대리석 바탕에 여러 개의 녹색선이 그어져 있다. 성당의 3개의 출입문에는 부조판이 끼워진 청동문짝이 유명하다.
 
제일 먼저 세워진 남문에는 피사노의 <세례자 요한전>이 있다. 북문에는 ‘이삭의 희생’ 장면이 그려진 기베르티의 <신약성경전> 부조가 있다. 동문에는 기베르티가 28년이 걸려 완성한 <구약성경전>의 부조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금빛 찬란하게 번쩍이는 동쪽 문을‘천국의 문’이라고 불렀다. <구약성서전>의 이 부조에는 영혼을 실은 손으로 천국을 세밀하게 조각한 아담과 이브 창조부터 솔로몬과 시바여왕까지의 구약성경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문을 통해 들어서자 황금의 제단이 나온다. 팔각의 천장에는 최후의 심판, 창세기 등의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가 눈부시다. 산 조반니 세례당은 르네상스 조각의 대표작이다. 단테, 조토를 비롯한 토스카나 지방의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이곳의 세례반의 물로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이 건물은 더 유명하다.
 
 
비밀스런 방에 숨겨진 영혼의 떨림
 
 
산 조반니 세례당을 뒤로하고 거미줄 같은 골목마다 예술품이 지천이라 눈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호사를 누리며 르네상스 문학의 꽃을 피운 단테를 기른 복원된 생가 앞에까지 왔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문학인 중 단테를 가장 좋아한단다.
 
 1307년 <<신곡>>을 발표해 르네상스의 태동을 알렸던 그는 9살에 베아트리체를 보고 감전을 일으켰다고 한다. 9살에 나는 무얼 했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천지벌거숭이였다. 단테가 9살에 첫사랑에 눈이 떠졌다는 건 위대한 싹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27살에 쓴 <<신생>>에서 “그녀를 보는 순간 나의 가슴 속, 가장 비밀스런 방에 숨겨진 영혼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의 온몸이 작은 맥박들도 함께 뛰고 있었다.”고 고백했으며,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어떤 신보다도 더 강렬한 저 여신을 보라!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했다.
 
 
<<신곡>>은 이탈리아어의 효시이자 중세의 신 중심의 시대에서 인간 중심의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한다는 종교적 서사시라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피렌체는 몇 번을 와서 보아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작품들이 즐비한 천재들이 꽃을 피운 도시이다. 이곳을 떠나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예술적 취미가 같은 마음과 뜻이 꼭 맞는 친구와 같이 오고 싶다. 내일은 나를 기다리는 로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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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정석범. 유럽 예술 기행. 2011. 7.
이상묵. 유럽여행. 디지털 북스.
최도성.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21세기 북스. 2012. 1월. 재판.
박종호. 황홀한 여행. 웅진 지식하우스. 2011. 7월. 재판.
권삼윤.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 푸른 숲. 200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탈리아 기행. 홍성광 역. 펭귄 클래식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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