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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단지    
글쓴이 : 문경자    12-06-24 14:34    조회 : 4,137
꿀단지
 
    문경자              
 
   꿀 단지를 숨기는 곳은 어른들만의 비밀이다. 그 비밀을 지키는 사람은 서열이 제일 높은 할머니다. 창호지를 둥그렇게 오려서 주름을 잡아 주둥이를 막고 누런 종이로 만든 끈으로 단단히 묶어 뚜껑을 닫아둔다.
약이 귀하던 때라 그것만 있으면 온 가족과 동네 사람들의 비상 약으로 쓰였다. 할머니는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밖에 나가 있거라.” 하시고는 따듯한 물에 숟가락으로 뜬 꿀을 넣고 손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주문을 외듯이 혼자 중얼거린다. “마셔 보거라.” 하얀 사발을 내민다. 벌컥벌컥 숨도 쉬지 않고 마셨다. 온 몸으로 단 물이 퍼져 달다고 아우성을 친다. “이 맛이 꿀 맛이야.” 금방 아픈 배가 싹 낳았다. 입술에 묻어 있는 것을 혀를 굴러서 모아 입 안으로 모아서 빨아 먹는다. 꿀은 감기 몸살, 소화불량, 변비, 신경이 과민한 사람, 화상 부위, 염증 완화 등 약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풀꽃이나 수목이 수분을 위해 곤충이나 동물들을 유인하기 위해 분비하는 단맛이 나는 액체가 꿀이다. 꿀벌이 많은 식물로부터 이 액체를 모아 숙성한 것을 벌꿀이라 한다. 사과의 중심부의 소르비톨을 꿀이라고도 부른다. 일명 꿀 사과라 한다.
   꿀을 먹기 위해서 꽤 병도 부려본다. ‘할머니. 머리가 아픈데예.” 이마를 만져 보고 갸우뚱 하며 “열도 없는데.” 의심 하시면서도 “꿀물이라도 타주어야지.” 할머니는 며느리에게 시켜도 될 일을 직접 꿀 반 숟가락을 퍼서 물 속에 넣을 때는 손끝이 떨리기도 했다. 꿀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 참 신기하다. 그것을 엄마한테 가져가서 먹이라고 한다. “이것 마시고 얼른 났거라.” 하시며 웃음도 같이 넣어준다.
자는 척하고 꿀단지를 어디에 숨겨 놓는지 가느다란 눈을 뜨고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몰래 숨긴다고 다독거려 놓는다. 헤헤 이젠 알았다. 아무도 없을 때 실컷 먹어야지! 꿀단지는 방안 선반에 있는 바구니 속에 들어 있다. 그 후 방안에서만 놀며 기회를 엿봤다..
어느 날 동네 잔치가 있어 어른들이 모두 출타를 했다. 이때다. 이불 위에 있는 베개를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차례로 올려 놓고 한 발을 올려 보니 턱 없이 부족했다. 억지로 팔을 뻗어 봐도 손가락 끝도 닿지 않았다. 베개가 무너져 같이 쓰러 지면서 머리가 벽에 부딪혀 혹이 났다. 어떻게 하면 꿀맛을 볼까? 고민 끝에 동생추자를 불러 “꿀단지 내리면 언니가 꿀물을 많이 타줄께.” 하는 꼬임에 그녀는 눈이 반짝하고 웃었다.
동생을 엎드리게 하고 그 위에 베개를 올려놓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바짝 붙이고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숨을 멈추고 올라선다. 성공은 했는데 손가락 끝만 겨우 바구니에 닿았다. 다섯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바구니 속에 있는 꿀단지를 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순간 베개와 동생이 같이 쓰러지고 바구니도 떨어져 꿀단지가 깨졌다. 동생은 아파서 울며 걱정스럽게 쳐다 본다. 꿀은 방바닥에 찐득하게 묻어 있다. 어떻게 끌어 모아 담을 수도 없다. 큰일이다. 꿀을 모아서 담는 것은 사막에서 모래를 세는 것과 같다. 어른들께서 돌아오시면 날벼락을 칠 텐데. 집안의 보물 1호인 꿀단지를 박살 냈으니 얼마나 황당해 할까. 할머니 얼굴만 떠올려도 몸이 작아 진다.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이런 꼴을 보이다니. 어른들의 기침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방에 누구 있나.” 하며 할머니가 먼저 방문 고리를 잡아당기는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문고리가 달랑 하는 소리에 바닥에 있는 꿀들이 도르르 말려서 마술을 부린 것처럼 방문 사이로 달아나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방문을 열고 말도 못하고 얼굴이 굳어져 그대로 서계셨다. 작은 손으로 방에 쏟아진 꿀을 손가락으로 모으면서 조금씩 찍어 먹기도 했다. 손가락 사이에 꿀이 묻어 동생은 양쪽 손가락이 모두 붙어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입가는 번지르르하고 입술도 붙어 버린 느낌이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할머니께 야단은 맞았지만 그 꿀맛은 잊을 수 없었다.
요즈음은 꿀단지의 종류도 많다. 황실 투각 도자기, 사군자 십장생 쌍 단지, 락 앤락, 플라스틱으로 된 말통, 유리병, 튜브로 된 것 등 다양하다. 예쁜 도자기로 만든 꿀단지는 재활용 화병으로 써도 품위가 있다.
벌꿀은 오랜 옛날에 자연에서 얻은 인류 최초의 식품이다. 로마인은 꿀을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여겼다고 한다. 최근에는 야생 벌의 수효가 격감됨에 따라 꿀이 매우 귀해진 반면에 인공적으로 벌을 길러 꿀을 채집하는 양봉업이 발달되어 이른 봄에서 늦가을까지 남쪽은 제주도에서 북쪽은 강원도에 이르기 까지 벌통을 싣고 꽃을 찾아 옮겨 다니며 꿀을 생산 하는데 야생 꿀보다 질이 떨어진다.
좋은 꿀은 젓가락 끝에 꿀을 묻혀 쳐들어 보면 명주실 모양으로 내리 흐르고 꿀이 빙빙 타래를 지어 쌓이며 맛이 향긋하고 달콤하며 시지 않아야 질 좋은 순수한 꿀이다.                       
 벌초 때 고향 집에 들렀더니 꿀벌이 무척 많이 날아 다녔다. 사람이 있어도 아무 관심 없이 여왕 벌을 위해 일만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찬장 문이 열려 약간 틈이 있었는데 그 속에다 벌집을 지어놓고 살고 있다.
궁금해서 들여다 보고 싶은데 무서워 볼 수도 없었다. 남편과 시동생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꿀이라며 추워지기 전에 와서 벌집을 따야 한다고 신이 났다. 벌어진 틈새로 보니 안에 벌집이 크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남편은 벌초를 가자고 했다. 예초기를 차에 싣고 산소 입구에 내려 걸어서 갔다. 네 번째 산소에서 벌집을 건드려 남편의 이마, 손바닥까지 쏘이고 삼촌은 겨드랑이, 배와 다리까지 몇 방씩 맞아 무서워 뛰기 시작하는데 벌이 따라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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