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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덕 꽃 왕관    
글쓴이 : 문경자    12-08-05 16:21    조회 : 5,640
더덕 꽃 왕관
 
                                                                                                                     문경자
 시댁 식구들과 벌초를 하려고 문중 산으로 갔다. 산소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풀들이 자라있었다. 시동생은 기계를 이용하여 열심히 풀을 깎고 남편은 갈쿠리로 그것을 모아 밖으로 던졌다. 나는 옆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형수요. 저기 소나무 아래 더덕이 있는데 캐보소.” 하는 말에 그곳으로 갔다. 더덕넝쿨은 엄청나게 자라 푸른 잎들이 모여 더 풍성하게 보였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양끝이 좁고 겉면은 녹색이며 뒷면은 분 백색이다.
예쁜 꽃과 꽃봉오리가 주렁주렁 달렸다. 꽃은 넓은 종처럼 생긴 연한 녹색이다. 꽃 부리 끝이 다섯 갈래로 갈라져 뒤로 벌어지는 더덕 꽃의 안쪽에는 자갈색 반점이 있어 녹색 꽃 속에서 아롱거리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다.
더덕 보다는 줄기에 달린 꽃에 반해서 상하지 않게 조심하며 손가락으로 흙을 파 내려갔다.
  땅속 깊이 들어 갈수록 부드러운 흙내가 진하게 났다. 그 속에는 더덕 냄새가 더해져 향기로웠다. 좋은 흙이 있어 더덕이 자랄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비단결 같은 고운 것들이 많이 쌓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가늘고 긴 뿌리가 손가락 끝에 닿는 느낌으로 보아 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끝까지 파서 뽑아야 된다는 생각에 두더지가 땅을 파는 심정으로 열심히 파 내려갔다. 마지막에서 손가락에 정성을 모아 뽑아 보니 손가락 굵기만한 더덕이 알몸으로 나왔다.
향기가 멀리까지 퍼져나가자 시동생이 “더덕 냄새가 나네요. 뿌리가 커요?”하며 궁금해했다. “별로 안 커요.” 하고 대답을 하였다. 남편이 가까이 와서 “여기 또 하나 있네.” 하고는 발로 가르쳐주었다. 갈쿠리를 들고 있으니 손으로 가르쳐 주기가 힘들었겠지만 다정하게 손가락으로 ‘여기도 있소.’ 했더라면 나는 ‘예. 알았습니다.’하고 좋아 했을 텐데…
  더덕이 한 뿌리 더 생긴 것은 행운이었다. 자리를 잘 잡고 앉아 손가락으로 뿌리를 찾아 흙을 파서 밖으로 던졌다. 흙이 부드러워 손 끝에 와서 닿는 것이 온 몸에 기운을 주는 것 같았다. 신이 나서 요놈이 크면 남편에게 먹여야지. 앞에 캔 것은 작았는데 마음속으로 뿌리가 크기를 기대하며 손가락에 손톱이 망가지든 간에 상관없이 산삼을 캐는 심정으로 잔 뿌리 하나라도 상하지 않게 파 내려갔다.
시동생은 형수가 더덕을 잘 캘 수 있을까 하는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며 “캤어요.?”하고 물었다. “아직 더 파야 돼요.” 하는 순간 뿌리 끝이 잡혔다. ‘심봤다.’ 하며 소리를 질렀다. 한 뿌리 더 캤다. 술안주로 먹으면 종겠다 생각했는데 너무 작았다.
뿌리 보다는 꽃들에게 더 시선이 쏠렸다. 남편은 꽃줄기를 자르는데 두 손을 바쳐 도와주었다. 꽃이 달린 줄기를 동그랗게 만들어보니 왕관처럼 예뻤다. 내가 만든 더덕 꽃 왕관을 동서에게 보여주니 예쁘다 하며 셋째 동서는 더덕 꽃을 처음 봤어 신기하다고 했다. 둘째 동서는 더덕 꽃이 얼마나 흔한데 “니는 안 봤다 카노.”하며 픽 웃었다. 셋째 동서가 쓰고 있는 선캡 위에 꽃 왕관을 올려 놓고 내 휴대폰으로 “동서 웃어.”하고 찰칵 사진을 찍었다. 야~~~아 정말 예쁘다.
  여자 셋이 좋아하고 있는데 시동생이 “정신 나간 여자지. 그게 뭐 그리 예쁘다고. 미친 여자 같구먼.”이라고 하여 우리의 아름답던 순간을 모조리 박살 내버렸다. 사진 속 셋째 동서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그래도 “정신 나간 여자 같소.’ 하고 일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머리 위에 그것을 올려 놓고 셋째가 찍었다.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꽃 왕관을 썼네.”하고 웃기에 우리 남편이 최고다 싶어 기가 확 살아났다. 다음은 둘째 동서 차례다. 예쁘게 찍어야지. 모자 색과 옷이 아주 잘 어울렸다. “동서 웃어.” 하고 찰칵. 시동생에게 보여 주니 “응. 괜찮네.” 남편도 같은 말을 했다. 더덕 꽃 왕관을 시골 작은 방에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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