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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는 예쁘다    
글쓴이 : 문경자    12-11-13 11:14    조회 : 5,146
추자는 예쁘다
 
                                                                                               문경자   
 
 오랜만에 경기도 죽전에 살고 있는 동생을 만나려고 2호선에서 분당으로 갈아탔다. 어릴 때 동생을 생각하며 차창 밖을 보니 예쁜 얼굴 하나가 따라온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할아버지와 동생 나 셋이서 살때였다. 한쪽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도 슬픈 기억에 남아있다. 그럴 때마다 동생과 나는 어머니가 있는 집 아이들을 부러워하였다. 어머니라 부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할아버지” 하고 부르며 살았다. 어머니 없이 할아버지 곁에 누워있는 동생을 보며 내가 잘 해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얼굴이 작고 둥근 편이며 눈은 남진의 노래처럼 새까만 눈동자 그 자체이다. 콧날은 낮지도 높지도 않다. 입매는 야무지게 생겨 말로는 당할 자가 없다. 흰 피부에 작은 키와 몸집은 어머니를 닮았다. 뒤에서 보면 그 모습은 더더욱 쏙 빼 닮았다.  
어릴 때부터 똑똑해서 같은 또래들끼리 놀다가 입 씨름이 벌어지면 당해 낼 수가 없었다. 키도 크고 힘도 센 또래는 결국 울면서 집으로 가기도 하였다. 또래 엄마는 자식 편을 들어 동생에게 따지면서 큰 소리로 나무라면 꼼짝도 않고 얼굴만 빤히 쳐다보며 잘잘못을 말해주었다. “아이구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 참 야아좀 봐라. 눈도 깜짝 안하고 어른한테 따지고 드네.” 하며 자기 아이에게 ‘니 보다 작은 것한테 지나 등신아!”하고 머리에 꿀밤을 주며 돌아 가곤 했다. 지나가던 동네 어른들은 동생을 보며 “자아가 뒤에 커서 뭣이 될라꼬 말을 조래 야물딱지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변호사’였다. 어른들은 동생을 놀리며 “변호사님 오데갑니꺼.”라고 하여 웃음 바다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 동생이 있어 좋았다. 동생은 나하고 4살 차이가 난다. 나는 엄마처럼 보살펴 주며 살았다. 합천 읍에 5일장이 서는 날. 봄 나물을 뜯어 삶아 소쿠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동네 언니들을 따라 장터로 갔다. 언니들은 걸음도 빠르고 덩치가 좋아 가는 길도 수월하게 가지만 내 작은 다리로 따라 가는 것이 역 부족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재롱이나 떨 나이에 어머니 없이 살아가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장터에 도착하니 아주머니들이 서있었다. 언니들은 눈치가 빨라서 인상이 좋은 아주머니들 앞으로 가서 흥정을 하기에 나는 그냥 끌려 다녔다. 어떻게 하면 나물을 팔 수가 있을까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한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키가 크고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에 입술을 빨갛게 칠한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머리에 이고 있는 나물소쿠리를 빼앗듯이 손으로 잡아 당겼다. 무서운 마음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주는 대로 동전 몇 닢을 받았다.
언니들은 값을 잘 받았는지 웃으며 같이 장에 가보자고 하였다. 집에 계실 할아버지께 양말이라도 한 켤레 사드릴까 동생 과자를 사줄까 생각하며 구경을 하였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꾹 참았다. 장에 간 언니를 기다리고 있을 동생에게 어떤 것을 사줄까 생각하고 있었다. 머리띠 하나가 눈에 띄었다. 검정색 플라스틱에다 앵두 꽃 무늬를 넣어 예쁘게 만든 것이었다. 동생한테 딱 어울릴 것 같았다. 손안에 있는 동전을 얼마나 꼭 쥐고 있었는지 손 바닥에 동전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나물을 뜯으며 가시에 찔리고 손톱 사이에 흙이 들어간 내 손이 햇빛에 그을려 그 그림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얼마냐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가격이 맞았다. 얼른 돈을 주고 머리띠 한 개를 샀다. 누런 종이에 싸준 것을 받아 소쿠리에 담았다.
언니들과 강물을 건너 동네 뒤 산을 너머 집으로 오는 길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좋아할 동생을 생각하며 내가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명자 언니네 담장 아래서 혼자 놀고 있던 동생을 보고 눈물 나게 불렀다. “추자야. 언니가 머리띠 사왔다.” 큰 소리로 부르니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 동생에게 머리띠를 보여주니 삐뚤삐뚤하게 깎아준 앞 머리를 손으로 쓸어 올리고 머리띠를 양손으로 펴서 머리 위에 꽂았다. 미스 코리아 왕관보다 더 예뻤다. 그 때 본 동생이 얼마나 예쁜지 나는 웃으며 눈물이 나왔다. “언니. 예뿌나.” 하며 그녀도 웃었다.
 
  안내 방송에서 오리 역에 도착하였다는 소리를 듣고 내려 동생네 가는 마을 버스를 탔다. 정류장에 내리니 동생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손을 잡으며 “언니, 멀리서 온다고 고생 많았지.” 하며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았다.
이제는 한 남편의 아내로, 딸 아들을 둔 엄마로서, 교회 전도사로 맡은 책임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동생은 나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저께 어린이 집 아이들에게 습관에 대한 공부를 가르쳐 주었다고 하였다.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단다. 언니가 등단한 <<한국산문>> 책을 펴고 내 사진을 보여 주었다고 하였다. 작가가 글을 쓰게 된 것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매일 일기를 쓰며 슬픔을 잊었다고 하며 “이 작가가 바로 우리 언니예요.” 했더니 모두 박수를 쳤다고 해서 “내 동생은 정말 변호사 하고도 남는다니까.’ 하고 둘이서 한 참 웃었다.
동생 추자가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도 슬픈 것은 엄마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란다. 그래도 언니가 있으니 다행이지 뭐 바랄게 없다나.
 
2011년 8월 한국산문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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