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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과 비평>>11/12월호 월평    
글쓴이 : 박태원    12-12-01 14:45    조회 : 4,298
<<수필과 비평>>11/12월호 월평
 
인생의 의미와 무의미 그리고 달관
 
     박태원(法門)
 
세계와 사물 그리고 인생을 통찰하는 자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眞俗을 달관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노파가 덕산스님에게 묻는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이라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스님은 어느 마음에 點心하시겠습니까?
김재희 작가의 “한 알의 소금으로”, 김경중 작가의 “꽃밭에서”, 김나현 작가의 “소리”, 이보영 평론가의 “가공할 이중인격자들”은 서로 주제가 점층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짜임새 있는 구성과 깊이 있는 사유를 환기시키고 있다.
김재희 작가가 “거센 파도와 풍랑으로 몸부림치던 바닷물이 하얀 빛으로 승화된 결정체”인 소금에서 인생의 의미를 도출해냈다면, 김경중 작가는 민들레 꽃이 개화하는 전율적인 영상을 통해서 시간의 의미를 “꽃이 피기 전의 한 점과 꽃이 피는 한 점 사이에 존재하는 점, 연속해서 진행되지 않는 어떤 점, 영화의 장면처럼 순간 순간 터지는 점”이 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시간과 공간의 관계, 즉 우주 공간에서 시간이 뒤틀어지거나 휘어지는 현상인 ‘시간팽창효과’에 의해서 과거, 현재, 미래가 타임머신을 이용하면 경계가 없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김경중 작가는 “나의 미래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지. 사실 미래의 나를 본다는 것은 나의 일생이 미리 결정되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나는 그 결정을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야.” 라고 말한다. 인생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면 현재의 삶은 짜여진 각본에 지나지 않으므로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현재의 마음에 點心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마음은 얻을 수 없기에 인생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린다. 김나현 작가는 “아버지의 시조창엔 삶에 달관한 질펀함이 녹아 있다….다듬이 방망이는 어머니의 손에서 리드미컬하게 춤추며 홑청의 주름을 폈다. 두드려 편 것은 홑청의 주름이 아니라, 당신 가슴속 응어리지고 곡진 주름이었는지도 모른다….이것이야 말로 破閑의 소리다….靜中動의 경지이며…삶에 대한 초연함이며 마음을 비운 무던함”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십자수를 놓으며, “천 개도 넘는 자잘한 칸을 한 칸씩 메워가는 일이, 달팽이가 먼 행복의 언덕을 찾아가는 일처럼 더디다”하고 두 분의 백년해로를 소망으로 엮어 매듭을 짖는다. 達觀이란 마음을 비워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이 얻을 수 없는 것인 줄 깨닫는 것이다. 그러므로 靜中動이며 무의미한 허무주의에 몰입하지 않는 破閑의 격외풍류이다.
이보영 평론가는 문학에 조예가 깊은 나폴레옹과 음악을 좋아하는 하이드리히, 일본의 국민작가인 나쓰메소세키를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에 표현된 ‘발 같은 손’과 같은 이중인격자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고도의 지성적 악마성은 인류적 휴머니즘의 결여와 담대한 오만에서 연유한다고 하였다. 달관의 경지와 허무주의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숭고한 것과 우스꽝스러운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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