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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점령    
글쓴이 : 오길순    13-11-24 14:33    조회 : 7,204
강제점령
      오길순
한 가수의 춤과 음악이 세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유튜브에 오른 한국 대중가수의 코믹한 동영상이 어느새 4억의 조회 수를 넘어, 실제로는 13억 사람들의 마음을 ‘강제 점령’했다는 소식이다. 본명이 박재상인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온 세상이 경제위기로 몸살을 하는 이 시대 조금은 우스꽝스런 춤이나 경쾌한 음악이 울고픈 마음을 간질여준 까닭인가. 지구촌은 지금 ‘유쾌한 싸이앓이’로 흠뻑 취해있다.
얼마 전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지 <<가디언>>지에서도 <강남스타일>이 거듭 1위를 했다. 비틀즈의 본고장이며 보수적인 영국에서 뚱뚱한 한국가수가 부른 대중음악이 정상에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리듬미칼한 음악, 쉬운 춤동작, 반복되는 가수의 박진감이 순식간에 웃음모드를 부른 것일 게다.
<강남스타일>은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남자가 세상을 자신만만 헤집고 다닌다. 그런 어수룩한 표정에 매료된 것일까. 미국의 빌보드 차트 1위도 넘보는 정도가 되었다. <<뉴욕타임즈>>는 “싸이는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할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 <<타임지>>는 “말춤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교 갈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한 가수의 거칠 것 없는 열정과 역동이 이념도 장벽도 순식간에 허물어버리며 세상을 한 바탕 웃음마당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강제점령’이란 남의 영토나 물건 따위를 강제로 빼앗아 차지하는 의미인 줄만 알았다. 함께 춤추고 싶은 리듬, 함께 외치며 흔들고 싶도록 신명이 나는 노래, 단 4분간의 <강남스타일>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갈 때까지 가보자는 노래 말은 지구 끝까지 달려갈 기세이다. 그래서이리라. <<한국일보>>는 “싸이가 전 세계를 ‘강제점령’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노랫말이 자칫 저속한데도 영혼까지 점령되듯 환호하는 것은 그의 수수한 외모도 한 몫 했을 것만 같다. 석고상처럼 잘생긴 게 아닌, 뚱뚱하면서도 밉지 않은 둥근 얼굴은 푸근하기까지 하다. 강하고 똑똑한 것에 지친 사람들에게 어리숙한 외모는 오히려 편안함을 준 것일까. <강남스타일>은 날카롭던 마음도 순식간에 무뎌지고 긴장도 금세 해제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다.
그는 음악적 순위보다도 관객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마음스타일이 오늘의 저력인 셈이다. 스스로 세상과 맞닥뜨리며 자신을 깨부술 듯 고민한 지난날의 내공이 세상을 흔드는 에너지가 된 것이다. 거칠 것 없는 그의 춤은 고난의 달인만이 이룰 수 있는 연습의 경지 같다. 순간이 아닌 오랜 각고의 고통이 오늘의 <강남스타일>인 것이다.
그도 한 시절에는 힐난의 대상이었다. 군 복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팬들도 실망을 했다. 한 번도 어렵다는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온 그가 단 번에 팬들을 사로잡은 것은 혹독한 자기 성찰이었다. 몸을 사를 듯 춤추는 그의 무대는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고도 남는 고민의 흔적이다. 이미 관객과 한 덩이가 되어버린 가수에게 실망은 없었다.
지난 7월,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비틀즈 멤버가 등장했다. 청중들은 돌아온 전쟁 영웅을 반기듯 환호했다. 아직도 그를 팝의 전설로 기억하는 사람들의 열광은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다. 싸이도 비틀즈처럼 전설이 될 날이 있을 것이다.
한 시절 초등학교 운동회까지 등장했던 외국 음악이 있다. 스페인의 마카레나였다. 흥겹고 리듬미칼한 음악은 남녀노소 춤추기 쉬워 포크댄스 종목으로 선호했다. 마카레나의 약동에 활력이 마구 솟구치는 <강남스타일>, 말채찍을 흔들며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가수의 유머러스한 선동, 전 세계 초등학교 운동장까지도 점령을 할 것만 같다.
며칠 전 서울 대공원잔디밭에서도 한 무리 <강남스타일>을 보았다. 코끼리 열차를 타고 단풍나무 숲을 지나는데 20여명 중년 여인들의 말 떼 춤은 신선했다. 행락객들도 환호했다. 이미 익숙한 춤이라는 듯 행락객들과 파안대소하노라니 가을 길은 더욱 곱게 깊어지고 있었다.
2012년 10월 2일 현재 <강남스타일>은 10여 개 국에서 1위를 하고 있다. 222개국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다. 두어 달 남짓 시간에 이뤄진 쾌거는 70억 인구의 가슴을 행복의 바이러스로 거침없이 점령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음악으로 세상을 정복한 싸나이 싸이’로 남기에 외람되지 않으리라.
아들이 스코틀랜드에서 유학할 때였다. 유난히도 외국유학생들이 한국을 선망했다. 때마침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이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었기에 아들도 덩달아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시로 외국친구들을 집에 초대했다.
부족한 재료지만 음식을 맘껏 대접한 아들내외는 무척 흐뭇해했다. ‘은은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한식’이라는 칭찬에 역사와 전통까지도 알려주면 한국의 작은 홍보사절이라 아들며느리에게 고마워했단다. 특히 김치찌개와 감자전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도 했다니 당당한 한류로 자리매김할 한식의 미래를 엿본 것만 같다.
<강남스타일>은 물론, 모든 한류는 이제 세계경제도 일으킬 것이다. 단 4분간의 음악이 폐쇄된 국경도 허물었듯이 그동안의 디딤돌이 된 다양한 한류는 넘어진 사람들의 무릎을 훌훌 털고 불끈 일어서게 할 것이다. <강남스타일>로 해결하지 못할 외교 갈등이 없다는 것처럼 고유한 우리의 스타일은 세상경제도 추슬러 낼 에너지로 충분할 것 같다. 이제 모두가 일어나 말채찍을 흔들며 힘차게 일터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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