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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박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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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성사    
글쓴이 : 박옥희    14-03-15 17:36    조회 : 5,671

                  고백성사

 작가 최인호씨의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마지막 고해성사를 받은 후 감사하다는 인사를 힘들게 반복 했다는 구절이 있었다.

고백성사란 고해성사와 같은 의미이다. 카톨릭 미사 중 가장 중요한 의식인 영성체(예수의 피와 살을 상징하는 밀떡)를 모시기 전에 죄를 용서 받아야 하는 과정으로 하느님의 대리자인 신부님께 죄를 고백하는 형식이다.

뿌리깊은 카톨릭 집안에서 자랐던 나에게 고해성사가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태어난지 삼일만에 세례를 받았다. 일곱살이 되어 다음 단계인 첫 영성체를 모시기 위한 고해성사를 받았다. 이후 매 주일미사에 행해지는 영성체를 받기 위해 나는 어김없이 한 주일에 한번씩 고해성사의 의무를 지켜나갔다. 고백하자면 그것은 어린 나에게 성가신 숙제였다. 한 주 동안 지은 죄는 한결같이 같은 내용이다. 친구와 싸우고 욕했으며 미워도 했다는 고백이었다. 고해 숙제를 잘 해내기 위해 그럴듯한 새로운 죄를 생각해 내려고 애썼던 기억도 있다,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죄를, 좀 더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른들의 세계에 호기심이 일어 음란소설을 읽었다는 죄까지 고백은 길어져갔다.

그리고는 긴 시간 나는 고해소를 향한 발길을 끊었다.

 

어느날 문득 어릴적 뜻도 모르고 외워대던 고해성사의 마지막 기도문이 떠 올랐다. 모든 죄를 고백한 후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다. 그 시절 고백성사는 절차가 복잡하고 기도문이 많았다. 이 기도문이 끝나면 고해성사가 끝날거라는 기대감에 나는 단숨에 외워대고 고해실을 도망치듯 나오곤 했다. 지금은 잊혀진 기도문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내었다.

모든 죄를 고백하고 마무리하는 기도문은 이렇다. 

 이 외에 내가 성찰하지 못한 죄와 알아내지 못한 죄와 남이 나로 인하여 범한 모든 죄 있을 것이니 신부는 나를 벌하고 사하소서. 아멘.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지은 죄까지 용서해 달라는 대목을 이제야 이해하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마저 느낀다.

 지난해 봄이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우연히 부모님과 자주 다니던 성당앞을 지나다 갑자기 그리움이 솟구쳐 발길을 성당 쪽으로 돌렸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미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해실에 불이 켜져 있고 노인 한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고해실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벽에 적혀진 고해순서를 읽었다. 너무 달라져 있다막연한 그리움에 떠밀려 성당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고해실에 들어갈 용기는 나지않았다망설이고 있는 동안 내 차례가 되었다.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고해실에 들어간 나는 오랜 세월 가슴 속 깊히 묻어 두었던 묵은 죄를 털어 놓았다. 그리고는 지금은 사라진 지난 날의 마지막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 외에 내가 성찰하지 못한 죄와(중략) 남이 나로 인하여 범한 모든 죄까지...”

커튼 사이로 살짝 엿보이는 어린 신부님은 몹시 당황한 눈치다. 알아듣거나 말거나 나는 단숨에 그 기도문을 쏟아냈다.

후련했다.

 허영업 신부는 최인호작가의 마지막 고백성사의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10여분의 고백성사를 끝낸 최 작가의 얼굴은 한결 편해보였다고. 정진석 추기경이이제 모든 죄로부터 용서 받으셨어요. 평안하세요.”하자 최작가는 활짝 웃었다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하기가 힘든 상태임에도 자꾸 이야기를 하려 하고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고 했다.

 최 작가가 떠난 후 <<최인호의 인생>>이라는 수필 형식의 마지막 작품집을 읽었다작가는 서문에서 일종의 묵상록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이 작품이 그가 독자를 향해 쓴 고백록 내지는 고백성사라고 느껴졌다.

지난 봄 3월에 내놓은 이 작품집에는 신앙고백을 시작으로 젊은날에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뉘우침과 암 선고를 받은 뒤 치열했던 투병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육신의 쇠락보다 문학적 죽음앞에서 더 아파했으며 고통을 신이 준 선물로 받아들였다.

그의 주치의 말에 의하면 항암치료 일년 만에 치료마저 거부했다고 한다.

 이젠 그렇게도 고통스러웠던 육신의 허물을 벗고 마지막 고백성사를 통하여 편안해진 최인호 작가의 영혼이 먼저 가신 착한 영혼들과 더불어 자유와 기쁨이 충만한 곳에서 편히 쉬기를 기도한다.

                                                                                                                                  2014. <<순국>>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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