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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차렸다고?    
글쓴이 : 박병률    26-10-30 06:05    조회 : 84

카페 차렸다고?


“카페, 어디에 차렸어?”

고등학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명동, 성당 가는 길 큰길에서 두 번째 골목이랑게.”

“주소 알려줘 개업식 날 화분 하나 보낼게.”

친구가 카페를 열었다는 소문을 듣고, 차나 커피를 파는 가게로 알았던 모양이다.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냈다.

‘컴퓨터「다음」으로 들어가서 창에 제일고등학교 60회치면〈cafe.daum.net/jeil60 정읍 제일고등학교 60회 동문이여! 내장산 아름다움을 기리며 구미동의 추억을 더듬어 보는… 이런 글이 보이는 곳이 우리 카페입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전화번호, 닉네임이나 실명을 저장하세요.’

그때 나는, 컴퓨터를 접한 지 얼마 안 됐다. 컴퓨터라는 괴물은 내 삶의 가장 허술한 부위를 파고들었고, 처음부터 익숙한 길은 없었다. 컴퓨터 다루기가 손에 안 익어서 글을 쓰는데 더듬거렸으므로. ‘카페지기’로서 손님을 초대하고 상차림에 소홀함이 없는지 살폈다.

▶공지사항◀▸토론방▸가입인사▸흔적▸말 달리기▸세상 사는 이야기▸시· 수필· 동시· 동화· 소설▸웃기지 마▸음악다방▸등산 및 취미생활▸한 장의 추억▸예쁜 편지지

 

친구들이 문자를 받고 하나둘 문을 두드렸다. 남녀 공학인데 한 반에 70여 명으로 5반까지 있었다.

‘부활, 소나무, 연꽃, 꼬미, 산수유, 서래봉, 유리랑, 무궁화, 황진이, 순창촌놈, 보리향기, 하늘지기, 너섬짱, 이장수 등 닉네임과 실명으로 5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카페가 열리자 모두가 흔적을 남기고, 누구는 시 한 편 올리고, 또 다른 사람은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가 하면, 세상 사는 이야기「동행」을 전하고, 음악다방은 이찬원의 「시절인연」을 틀고, 취미가 맞는 사람이 모여서 등산하거나 자전거 타는 사진이 올라왔다. 특히 고향에 사는 친구는 농사짓는 모습이나 눈 오는 풍경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친구가 내 옆에 있고 내가 고향에 있는 것처럼 느꼈다. 친구한테 전화했다.

“티브에서 정읍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던데, 피해는 없는가?”

“여기는 괜찮아! 정읍보다 순창, 장수가 겁나게 왔어.”

“입암에 살던 00 친구가 세상을 뜬 지 꽤 오래됐네.”

고향 소식을 들으면 눈밭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세상 떠난 친구 이야기를 괜히 꺼내서 가슴이 미어졌다. ‘친구야, 쉬엄쉬엄 갈 것이지 무엇이 그리 급했던가!’ 친구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내 짝꿍이었다. 친구가 기쁠 때 따라 웃고 병상에 있을 때는 ‘어서 일어나라고’ 손을 잡고 위로했는데…. 늦은 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이쁘니’ 친구가 올린 류경희 시인의「당신 늙지 마세요」가 내 마음을 달랜다.

 

내가 살아 온 날 보다/살아갈 날이 짧기에/당신을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삶이 우리들의 사랑을/가끔은 아주 조금 속일지라도/ 우리들의 사랑 그 진실은 속일 수 없을 것입니다/(…)/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내가 당신을 따라갈 수 있도록/보폭을 조금 줄이세요~/

 

카페를 개설하니까 친구 모두 제집 드나들 듯했다. 누군가 ‘흔적’을 남기면 ‘반갑다, 친구야!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등 여러 시인의 시詩를 앞세워가며 댓글을 달았다. 2005년 카페를 만들었을 때 친구들이 카페 어떻게 들어가느냐고 전화 문의가 빗발쳤는데, 지금은 사진도 올리고 모두 컴퓨터 박사? 됐다. 카페 20주년을 기념 삼아 친구들이 모였다. 봉고차 2대로 나눠 타고 ‘인천광역시 강화’로 바람 쐬러 가는 중이다. 차가 출발할 때 내가 말했다.

“카페 만들었을 때였어, 00 자네가 카페 어디에 차렸냐고 물었지? 화분 보낸다고 주소 알려달라고 했잖아!”

 

성동문학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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