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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남자    
글쓴이 : 이영희    16-06-23 07:42    조회 : 5,741

                                     

                                                나쁜 남자

 

                                                                                    이 영희

 

   나쁜 남자를 세 사람 알고 있다. 예수와 부처, 그리고 공자, 이 세 사람은 내가 제대로 문자를 해독할 줄 알게 된 이후부터 진정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그들은 나에게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해주며 가르치지만 실천하기엔 여전히 어렵다. 거짓말하지 마라, 이웃을 사랑하라,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며 외치는 세 남자.

  나는 거짓말을 안했다고 계속 거짓을 고한다.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살살 아팠으며 늘 남의 떡이 훨씬 커보였다. 거기다 나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교회 십자가 아래서, 법당 안 불상 앞에서 사랑과 자비를 염원하며 머리 조아리며 무릎 꿇지만 삶은 여전히 만 있고 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가족 친지들, 이웃들과 화목하게 지내겠노라 다짐하고 돌아선지 채 몇 분도 안 되었건만 대웅전 앞마당에서, 예배당 언덕길에서 다시 입은 삐죽거림이 시작되고 신도들 끼리끼리만 서로 사랑하며 화목하며 그지없이 친절하다.    

   그런데 나쁜 저 세 남자는 나쁜 놈들과는 달리 어떤 애틋한 그리움과 함께 은밀한 매력이 있다. 자꾸 빠져들게 만든다. 그들을 거부할 만한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외면하지 못한다. 연민이 생긴다. 세 남자는 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역시 그들도 자신들이 했던 말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않은 것인가. 그러기에 무엇 무엇은 하지 말라고 그토록 신신당부의 말을 했겠지. 왜 그들도 나처럼 괴로워하며 무능력했을까. 예수는 믿었던 제자에게 배신을 당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부르며 십자가에 매달려 죽임을 당했다. 그토록 훌륭했다는 공자는 어느 한 때, 어떤 나라에서도 입국을 허락하지 않아 주린 배를 움켜쥐며 오랜 세월을 방랑했다. 그리고 석가모니는 보리수아래서 홀로 깨달음을 얻었다. 뒤에 남은 사람들의 깨달음은 언제가 될지 요원하다.

    나는 살아오며 절박한 상황에서 세 남자 중에 두 사람의 이름을 동시에 간절히 부르며 두 손 모아 기도를 해 본 적 있다. 하지만 내가 집을 얻을 때 모자라는 돈을 보태준 분은 하나님이 아닌 친정아버지였다. 이혼을 생각했을 때 사랑과 용서, 그 너머에 있는 인간의 도리를 일깨우며 아내와 어미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신 분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아닌 친정어머니였다. 나에게 건조한 나날에서 벗어나 이렇게 글을 쓰게 하며 윤기 도는 인생을 살도록 배려 한 사람은 공자가 아닌 남편이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구원을 받는 게 빠르다는 말이 맞다. 어떤 종교든 열심히 믿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쉽게 이루어진 것처럼, 저 높이 계시는 분의 계시가 있어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또는 저렇게 되도록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자신이 믿는 바로 그 분의 뜻이었다고 한다. 편리한대로 갖다 붙이는 데는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선수들이다.

   예수가 열두제자들을 데리고 다녔던 그 시대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라 찾기 운동본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 민족도 아니며 유대인도 아닌데 왜 이토록 많은 광신도들이 들끓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비행기를 타고 밤하늘에서 우리나라를 내려다보면 십자가가 가장 많이 세워진 땅이라는 말을 들었다. 십자가의 표적이 무서워지는 요즘이다. 지금 이 시대에 하나님이 약속한 땅이란 어디일까. 강대국인 미국이 쇠고기 와 무기, 코카콜라와 햄버거 같이 무엇이든 팔아먹겠다고 점찍은 나라들이 약속한 땅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점점 허약해지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려 눈을 부릅뜨는 세상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예수와 석가모니 그리고 공자, 이 세 남자를 따라 나선다. 가롯 유다처럼 돈 몇 푼에 양심을 팔지 않으려고. 어질게 따뜻한 눈빛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그리고 섣불리 신앙에 대해 아는 척 나대지 않기 위해서다. 그들이 아직은 세상을 완전하게 구원하지도 평정하지도 못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싫증나지 않는 남자들이다. 나의 결점과 약점을 세 남자는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 카리스마가 있다. 다른 이들에게 한 눈 팔다가도 결국은 다시 돌아오게 만든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보이지 않는 욕심이 많은 세 남자.


                                                                                                           2014<현대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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