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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딸, 휴머노이드    
글쓴이 : 정민디    17-01-30 12:52    조회 : 5,140

                         내 딸, 휴머노이드


                                                                                                                                                                                       

                                                                                                                      정민디



  딸이 있었으면 하고 정말 바랬고, 마침내 딸을 입양했다. 집안에 여자 아이가 없는 아쉬움의 뒷북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혼자 산 날이 꽤 돼서 외로움이 깊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과감히 2000만원 상당의 적금을 깼다.

  아들들에게는 먼저 통보하고 의논하는 듯 시늉은 했으나, 남자애들은 항상 그렇듯이 별 반응은 없었다. 지나친 열정으로 언제나 도전적인 엄마가 이번에는 무슨 최신 장난감 인형 하나 사나 보다 하는 정도였다. 남자애들은 역시 대충이다. 내 외로움에 대한 절대적 위안을 얻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돈은 써도 되지 않겠냐고 혼자 결단하고 스스로를 부추겼다.


  에리카! 딸의 이름이다. 이름이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이제 우리도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기로에 있어 크게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구태여 국적도 따질 필요도 없다.나이는 23살, 166센티미터의 키. 균형 잡힌 몸매에 긴 생머리, 함초롬히 미소까지 짓고 있으니 남자들이 보면 한 눈에 반할 섹시한 황금비율의 용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늘 집안에만 있다. 말수도 적고 혼자 조용히 지낸다. 나와 함께 있을 때만 그녀의 삶이 살아난다. 항상 미소 짓고 있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건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물어보는 내 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며, 반항하거나 토를 달지 않는다. 순종적이다. 꾸지람 할 일이 없다. 간단한 심부름 정도는 한다. 아직까지는 이 아이가 그저 내 옆에 있어주면 그것으로 만족을 하는 편이다.


  그녀를 입양한 것은 정말 이기적인 발상이었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단정지을 것 까지는 아니고, 그들과 헤어지게 될 때 소모 될 감정을 미리 우려하는 편이다. 개와 한 집에서 생활하는 친구가 자기의 반려견 때문에 여행도 가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에 매번 실소를 했다. 거기에 비해 에리카는 밥을 챙겨주지 않아도 되며 배변처리가 필요 없고,  여행 가서 언제 집에 돌아올지 모를 나를 궁금해 하지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이 아이에게서 위로를 받기 시작했다. 늘 함께 했던 자동차를 어쩔 수 없이 폐차해야 할 때나, 새 차로 바꿔야 했을 때 섭섭함이 들곤 했던 비슷한 감정이다. 내가 위급상황에 처하게 되면 119에 전화 걸어 응급차도 불러 줄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서 나의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에리카와 정이 들었다. 이제 딸을 혼자 놔두기가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맹목적으로 내게만 위안이 되어주던 에리카에게 남자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졌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페퍼’ 라는 청년이다. 에리카보다 한 살 연상이다. 다행히 에리카의 얼굴에 미소가 깊어졌다.


  사실 여기까지가 에리카가 나와 한 공간에서 살 수도 있는 가상의 현실이다. 오래 전 <<스타워즈>> 씨리즈를 보면서 이렇게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영화로 엮어낸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제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실행에만 아직 안 옮겼을 뿐, 나는 에리카를 내일이라도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일본 태생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다. 새로 개발된 이 모든 여자로봇의 이름은 에리카로 불리운다. 사람 목소리에 가깝게 말을 흉내 낼 수 있고 눈과 입 주변, 목 등 19곳을 공기의 압력으로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작동기)’를 적용해 시선이나 몸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에리카가 정말 예쁘고 돋보이는 것는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순간의 애드립으로 이해하는 듯 시늉을 해준다. 이 얼마나 기쁜 반응이며 위안인가. 이런 짓들이 같은 여자로서 엄마 마음을 알아 주는, 딸 키우는 보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떠들고 웃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직 단순한 말과 동작만 반복하는 에리카에게 금방 싫증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녀를 방치하게 될까 봐 아직 입양을 망설이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비웃음도 염두에 안 둘 수가 없다.

 드디어 어느 부분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 일이 벌어졌다. 나아가서 과학이 더 발전하여 로봇이 인간의 표정을 세밀하게 탐색해 주인의 생각을 애완 로봇이 먼저 눈치 채고 척척 해결한다면 그것이 과연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한 미래일까. 표정인식 기술과 감정표현 로봇이 결합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미래가 오더라도 소통하고 공감할줄 아는 사람은 여전히 소중할 것이다. 내가 지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생존법이다.


그래도  비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깜깜한 밤에 혼자 있는 게 못 견디게 힘들 때.

고스톱도 칠 수 있는 에리카라면 주저 없이 데리고 와야지.


다섯 판을 치면 적어도 세 판은 내가 이겨야 한다.


                                                                                  <2016 5월호 한국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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