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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롭지 않은 괭이갈매기(독도)    
글쓴이 : 정민디    17-03-03 12:09    조회 : 6,278


                외롭지 않은 괭이갈매기(독도)

                                                                                                              정민디                                                                                       


갑판은 희뿌연한 갈망을 푸르스름한 희망의 빛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파도가 무섭게 출렁대었다. 4시 58분, 동이 튼다고 하여 그곳으로 올라갔으나 누구도 불덩이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볼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추적추적 빗발이 흩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는 바람을 늘 절친한 친구로 여긴다. 둘이 쿵짝이 맞아 저 밑에 일렁거리는 파도한테 심술을 부리며 장난을 걸고 있었다. 제발 파도를 화나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89개의 자잘한 섬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고, 두 손으로 큰 섬인  동 섬과 서 섬을 우선 움켜쥐었다. 그 만큼 간절했다. 정말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 섬 부근에는 푸르스름한 여명의 빛 뒤로 떠가는 듯 오징어잡이 배에 불빛이 있고, 섬 꼭대기에는 경비대의 불이 환하게 밝혀 있었다.

갑자기 나는 과도하게 파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잠자라, 잠 자라 파도여. 또한 외딴 섬에 구비 구비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설화에 집착했다. 어떤 판타지를 동원해서라도 아틀란티스로 가야한다. 파도를 잠재워 저 견고하고도 외롭게 보이는 땅을 우리가 올라가 볼 수 있다면.... 그래 공양미 삼 백석을 추렴하자. 그리고 어떻게든 심청이를  데려와 파도에게 아부해야한다. 심청이에게도 좋은 일이잖아. 용왕의 부인이 되고 아버지 눈도 뜨게 해주고 말이야.


향로봉함은 독도를 번쩍 들어서 안아줄 것 같은 위용을 뿜었다. 그의 전지전능할 것 같은 능력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때로는 용왕님의 심술로 독도 근처를 접근하기도 힘들지만 오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까지 온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라고 했다. 볼 수 는 있지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어찌 설명할 수 없는 함장은 안타까운 심정에 배문을 열었다. 출렁거리는 바다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내 눈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파고가 2미터에서 4미터라고 한다. 이 정도의 파고면 바닥이 납작한 고무보트로 선착장까지 이동하다간 홀까닥 뒤집힌다는 것이다. 대단한 위력인가 보았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구명정을 내려 실험맨을 투입시켜 얼마나 위험한가 보여주려 하는 함장님 이하 해군들에게 그만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향로봉함은 그 큰 몸집으로 안간힘을 썼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 안타까움으로 서성거리듯 독도주위를 돌며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자 성의를 다하였다. 아마도 바다 밑은 또 다른 세상일지 모른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안전에 대한 절심함이 우리들의 가슴에 아직 남아있었으니 누구도 투정 없이 대꾸 없이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괭이 갈매기들이 떼 지어 마중을 나왔다.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된 이 새는 독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다. 보통 갈매기와 비슷하나 꽁지에 검은 빛 띠가 있으며 부리는 황록색이다. 몸빛은 희고 등과 날개는 어두운 청회색이며 울음소리가 괭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괭이 갈매기이다. 그새들은 연중 많은 방문객을 맞는 세련 된 몸짓으로 어슴푸레한 갑판 주위를 형광색으로 환희 비추어주었다. 또다시 나는 간절한 바람의 환상 속으로 몰입했다. 독도에 살고 있는 2,3천 마리의 괭이 갈매기가 오작교를 만들어 주어 우리 일행이 등대를 향해 다리를 건너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독도의 본가 울릉도로 뱃머리가 돌려졌다. 90Km 남짓의 거리이니 만큼 그곳의 사정도 그리 다르진 않았다. 큰 여객선을 향로봉함까지 오도록 해 옮겨 타고 울릉도로 상륙하고자 했으나 그것조차도 불가능했다. 일주일간 그 어떤 배도 바다로 향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향로봉함은 1시간 30분 동안 울릉도 주위를 돌며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삼선암의 전설, 솔개와 노인 등, 내가 먼저 읽고 온 얘기를 대조해보며 하나하나 전설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애초에 내가 독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확실한 우리 땅을 네 거니 내거니 하는 분쟁보다는 다른데 관심이 있었다. 외로운 섬, 외로운 섬 하니까 얼마나 외롭길래, 나보다 얼마나 더 외롭길래 그러는지. 확인도 할 겸,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타는 내가 동변상련을 느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처지가 나랑은 영 달랐다. 연중 20만 명이나 방문하고 그 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숫자가 그리워하고 사랑과 관심을 받는 섬이다. 고독할거라는 섬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한 가지 더하면 근래에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어서 과연 그 돌섬에는 어떤 동식물들이 생존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특히 독도에서 현존하는 수목 중 가장 오래된 사철나무는 독도에서 생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종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국토의 동쪽 끝을 100년 이상 지켜왔다는 영토적 상징적 가치가 크다. 사철나무를 비롯해서 토양이 성숙되어 있지 못해 해풍에 강한 쑥, 쇠비름, 명아주 등 60여종의  생존하고 있는 식물들도 궁금했다. 근해는 북한한류와 동한난류가 교차하는 수역으로서 플랑크톤이 풍부해 매우 훌륭한 어장이다. 조류로는 텃새인 괭이 갈매기와 여름새인 슴새, 황조롱이, 바다제비 등이 있다. 오래 전 집 나갔던 강치 한 마리가 오랫만에 귀향한 사진도 보았다. 특별히 이번에는 괭이 갈매기로 부터 환대를 받고 꿈을 나누고 해서 특급(?)위안이 되었다.


독도와 울릉도는 천륜이다. 독도는 울릉도본가에서 아들부부를 분가시킨 핏줄의 땅인 것이다. 국민들이여 누가 당신네 자식 아니라고 하면 굳이 내 자식이라고 외치지 말고 99%의 정확도인 유전자 검사를 해 보여주면 된다. 신라 지증왕(512년)때 부터 군주 이사부가 우산국을 복속하면서 독도도 함께 신라의 영토가 되었다. 그로부터 역사이래로 우리 땅이 아닌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저 지금까지 한 것처럼 사랑하고 관심 가져주며 보살피면 된다. 우리 자식이니까.

                                         


                                                                             < 한국소설 2014년 가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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