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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수치심이란 무엇인가?    
글쓴이 : 백춘기    18-06-22 17:17    조회 : 4,203

성적수치심이란 무엇인가?

 

백 춘 기

 

우리들 모두 가해자이며 피해자였다!

무엇보다 너나 할 것 없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방관자이었음을 고백한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열풍이 몰아치면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이 성희롱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폭행이나 추행은 그 행위의 동기나 결과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명백하다. 그러나 성희롱은 어느 정도가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지 그 개념과 기준이 애매하며 경계가 모호하다. 어떤 말이 수치심을 주는 걸까? 그동안 우리는 자기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성희롱인지 모르고 완전한 성적농담은 아니더라도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말을 문제의식 없이 아무렇지 않게 해왔다.

 

전문적인 해석은 이렇다.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에 따라서 구분되어진다. ,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한다. 성적 언행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의적으로 성적 모멸감을 주고 괴롭히려는 동기나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으로 간주된다. 그러기에 자칫하면 성희롱으로 몰려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말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다. 수치심의 역사’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에서

수치심은 "성적 행위를 행하거나 생각하거나 목격하게 될 때 느끼는 인간의 부끄러움. 곤혹감 또는 자신의 품위가 금기시한다고 여겨지는 것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곤혹감." 이라고 정의한다. 또 수치심의 최소 조건은 사람만이 느끼는 부끄러움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 감정을 이끌어내는 자극이나 행위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요즘 직장에서는 회식이 없어지거나 아예 여직원들과 자리를 따로 한다고 한다. 혹시나 실수라도 할까 아예 그런 기회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해 왔던 말이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고 하니 예를 들어보자. 대표적인 것이 지위를 이용하여 안마를 해주거나 해 달라고 하는 행위로 고발된 사례가 제일 많았다. , 예쁘다, 귀엽다, 머리를 쓰다듬다, 허리가 날씬하다, 잘 빠졌다. 치마가 너무 길다, 몸매가 어떻다, 머리가 잘 나왔다는 등의 신체적인 표현이 그렇다.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보다 섹시하다고 하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남자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회식이나 술자리, 노래방에서 수치심을 주는 말이 있다.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 난다.”

예쁜 누가 있으니 술자리 분위기가 좋다.”  회식자리에서 무리하게 옆자리에 앉히는 행위도 그렇고 부르스 춤을 추자고 강요하는 행위 등이다. 대학생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갔을 때 어른들이 아가씨라고 불러서 신고했다는 일도 있었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여학생에게 아무 생각 없이 어제 밤 잠 안자고 뭐했어?” 라고 했다가 문제가 된 교수도 있다. 물론 말한 사람은 밤에 잠을 충분히 자고 수업시간에 잠자지 말라는 뜻으로 이야기 했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가 그렇게 받아드렸다면 그것도 성희롱이 된단다.

이렇게 어떤 것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전혀 수치심은커녕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성범죄자로 오해받지 않기 위하여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삼창 자세로 있어야 한다. 남자들을 마치 잠재적 범인으로 취급하니 말이다. 성희롱은 우선적으로 성희롱을 당하는 피해자의 감정이 중요하다. 피해자의 합리적인 주관적 판단에 따르며 즉 성희롱을 당하는 피해자가 성희롱이라고 생각하면 성희롱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이러한 정의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눈 한번 마주치는데 여자가 기분 나쁘다고 성희롱이면 눈길 한번 제대로 못주겠네?”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정황에 따라 성희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 손금 봐주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부터 학원등 월간잡지에 연재되는 손금해설을 스크랩하여 정리하기도 하였고 손금관련 책도 사서 보기까지 하였다. 보면 볼수록 관심도 많아지고 제법 전문적인 지식과 관록(?)이 붙으니 부탁하는 사람도 늘고 사람들만 만나면 손금 봐준다고 손을 잡아끌었다. 직장에서는 손금을 봐달라고 찾아오는 직원들이 많았다. 손금 봐주는 대가로 담배 한 보루를 가져왔는데 서랍에 담배가 쌓이기 시작했다. 여자들에게 손금을 봐준다고 손을 내밀어 보라고 하면 그 사람의 손금은 어떨까 궁금해서 보자고 하는 것인데도 괜히 손잡아보고 싶어서 그러지요?”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손금 봐준다고 손만 잡아도 불쾌함과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요즘에 그렇게 했다가는 상습적인 성희롱으로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하다.

 

목사시인 용혜원은 여성은 꽃과 같다는 시에서 여성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고 했다. 그러나 여성스스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식도 버려야 한다. “여자니까하는 이런 보호 논리가 오히려 여성의 권리나 사회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닐까? 교황바오로 2세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여성들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다. 노동에 대한 동등의 임금과 직장에서의 여성보호, 승진 등 모든 영역에서 진정한 평등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했다.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서 여성에 대한 존엄과 권리가 향상되는 사랑의 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남자는 여자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힘 있는 자의 갑질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마음의 울타리를 치고 살아야겠다.

 

  한국산문 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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