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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말 한마디    
글쓴이 : 노정애    18-07-03 13:25    조회 : 6,502

따뜻한 말 한마디

 

노정애

 

  건강에 비교적 자신이 있었다. 연일 뉴스에서는 독감환자가 늘었다고 나와도 흘려들었다. 독감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다. 건강한 아내와 엄마를 둔 것에 감사해야한다고 식구들에게 생색을 내며 얼마나 큰소리를 쳤던가. 그랬던 내가 감기에 걸렸다. 다행이 병원에서 독감은 아니라고 했다. 고작 감기라고 무시했는데 기침, 콧물, 몸살까지 겹쳐 며칠을 앓아누웠다. 집안일은 딸아이와 남편의 몫이 되었다. 남편이 죽을 사오고 아이는 설거지며 식사를 챙기고 나까지 신경써야했다. 4일째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딸아이가 팬케이크를 만들어 달라기에 간단한 아침을 준비했다. 준비랄 것도 없는 일을 하는데 몸은 쉬라고 아우성이었다. 남편과 마주 앉은 아이가 수저를 들면서 엄마,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했다. 남편이 팬케이크 하나 먹으면서 무슨 인사가 그렇게 정중해.”하자 아이는 엄마가 하는 것이 모든 것이 다 일 이었어요. 그러니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해요.” 라며 조용히 응수했다. 머쓱해진 남편은 말이 없다. 취업준비로 바쁜데 집안일까지 한다고 힘들었을 딸아이를 봤다. 마음이 고마웠다. “제가 감사합니다.”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온 종일 아이의 말이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감기도 뚝 떨어질 것 같았다. 문득 오래전 나도 딸로서 똑 같은 상황에 있었을 때 어머니에게 뭐라고 했는지 생각이 났다.

  우리 집은 오랫동안 시멘트 블록공장을 했었다. 152cm의 단신인 어머니는 여섯 식구를 챙기고 힘든 공장일도 도와야 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시는지 모든 일에 빈틈이 없었다. 막노동인 공장일로 끙끙 앓으시다가도 새벽이면 일어나 어제와 같은 일상을 반복하셨다. 가끔 아프셔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금세 털고 일어나셨다. 어머니가 아프면 집안일은 내차지가 되었다. 고작 하루 이틀의 집안일에도 난 얼마나 투덜대었던가.

  대학에 다닐 때 어머니가 병원에 일주일가량 입원하신 적이 있다. 나는 일찍 일어나 식구들의 아침을 차려주고 학교에 가기 바빴다. 수업 후 귀가해서 밀린 집안일들을 했다. 어머니가 빨리 퇴원하기를 바라며 짜증을 달고 살았다. 일주일후 퇴원한 어머니는 내가 엉망으로 해둔 집안 살림부터 단속했다. 해방된 나는 모처럼의 자유를 맘껏 즐기며 늦은 저녁까지 쏘다니다 들어갔다. 여전히 불편하신지 핏기 없는 얼굴에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지실 것 같은 힘없는 어머니에게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다시는 아프지 마세요.”라며 응석을 부렸다. ~ 철없는 딸. 오늘은 우리 딸이 나를 한 없이 부끄럽게 했다  

  여든을 넘긴 어머니는 지금 김해에 사신다.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안부전화를 하는 게 고작이다. 부지런한 성격에 여전히 바쁘게 지내신다. 형제들이며 자식들에게 보낼 장들을 담고 먹거리를 키운다. 철마다 그것들을 택배로 보내주신다. 귀한 것을 받고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와 알량한 몇 푼의 돈을 보낸다. 그것으로 내가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하니 여전히 철없는 딸이다. 이제 힘든 일 그만하시라는 자식들의 말에 내가 좋아 하는 것이니 맛있게 먹으면 된다.”가 당신의 대답이다. 항상 자식이 먼저인 어머니다.

  이 겨울 어떻게 지내시는지 감기는 안 드셨는지 어머니에게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당신이 우리를 위해 하는 모든 것이 일이었다고 감사하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야지. 안 해본 말이라 잘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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